광주시 5개구 올 상반기 일제히 시행
“과도한 용량 청소노동자 건강 악영향”

 올해 상반기부턴 광주지역에서 100리터 짜리 대형 쓰레기봉투를 만나볼 수 없게 된다.

 과도한 용량에 폐기물이나 대형폐기물이 담길 경우 30·40kg에 육박하는 무게가 돼, 환경미화원들이 수거 중 허리나 어깨 등을 다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17일 광주시·5개 자치구에 따르면, 100ℓ짜리 생활폐기물 종량제봉투 제작과 공급이 상반기 중 중단할 예정이다.

 100리터 종량제봉투는 그동안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건강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가정에서 쓰레기봉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압축기를 사용해 부피를 줄여 꾹꾹 눌러 담거나, 봉투 묶는 선 위에까지 테이프를 붙여 거대한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온열 및 한랭상황에서 근무하는 환경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중량의 봉투를 수거차량에 상차하는 작업의 반복은 큰 부담이 돼 온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청소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및 척추 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일이 잦았다. 환경부 미화원 작업안전수칙에 따르면, 노동자들이 운반해야 하는 100리터 종량제봉투의 무게는 최고 30~40kg에 달한다. 따라서 이를 들어올리던 중 허리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이에 과도한 노동 강도와 중량물의 단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다 채울 경우 무게 30~40kg 달해

 환경부는 지침을 통해 3, 5, 10, 20, 30, 50, 75, 100ℓ의 규격을 제시하면서 주민의 사용편리성 등을 고려해 재질이나 규격을 자치단체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론 진주시, 창원시, 동해시, 천안시 등에서 100ℓ 봉투를 폐지했다.

 이에 발맞춰 광주시 5개 구청도 청소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00리터 종량제봉투 공급을 중지할 예정이다.

 2017년부터 종량제봉투의 배출 무게를 제한해왔던 광산구는 광주 자치구 중 가장 먼저 100리터 종량제봉투 제작·공급을 중단했다.

 광산구는 지난해 기존 제작된 판매용·공공용 100리터 종량제봉투를 모두 공급했고, 1월부터 제작과 공급을 완전 중단했다. 이제 기존 공급돼 소매점 등에 나오는 재고가 다 팔리면, 앞으로는 광산구에서 100리터 종량제봉투를 구입할 수 없다.

 동구는 지난해 10월부터 100리터 종량제봉투 제작을 중단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공용 등 재고에 대해서 공급을 마친 뒤 최종 공급을 종료할 예정이다.

 서구·남구·북구도 1·2월 중 100리터 종량제봉투를 소량 제작한 후 차차 공급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부 자치구는 빠른 재고처리를 위해 공공용 종량제봉투를 폐기하는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산구는 올 상반기 중 ‘광산구 종량제봉투 관리에 관한 조례’에서 100리터 규격을 제외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자치구들은 대신 100리터 봉투를 대체할 75ℓ 종량제봉투를 제작해 공급하면서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사 등 대용량 배출땐 75ℓ활용을”

 한 자치구 관계자는 “100ℓ 봉투 공급 중단은 환경미화원들의 건강 악화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100ℓ 봉투를 이용하던 주민들은 불편함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100ℓ 봉투는 주로 일반 주민보다는 이사할 때, 식당이나 업소 등 많은 생활폐기물이 발생하는 곳 등에서 이용되는 걸로 파악된다”며 “이런 경우 75ℓ 봉투로 나눠서 배출하는 것으로 권장·홍보하고 있고, 오히려 대형폐기물을 생활폐기물로 내놓는 경우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 한 폐기물수거업체 관리자 A씨는 “무조건 환영”이라며 “실제 현장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반겼다.

 광주근로자센터 문길주 사무국장은 “노동자의 무게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분명 진일보한 것이며 환영할 일”이라며 “하지만 이것은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들은 산재해 있다”며 “청소노동자들에 대한 건강조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건강이 악화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프로그램들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첫걸음을 뗐으니 앞으로는 좀 더 종합적인 방식의 접근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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