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서 360도 카메라 후미작업 파악
스피커 도입 ‘소통’ 중간에 탑승공간도

▲ 7일 광주 서구에 광주·전남 최초로 도입된 한국형 청소차.
 광주에 번쩍번쩍한 ‘새차’가 등장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사고 문제를 고려해 새롭게 만든 ‘한국형 청소차’다.

 여기엔 운전기사와 작업자 간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전석과 후면 간 마이크와 스피커가 장착됐다.

 또 운전석에서 차량 주변 360도의 상황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라운드 카메라가 설치되고, 차량 양쪽에 안전한 탑승공간을 마련해 위험한 후면 탑승을 방지하는 등 미화원들의 작업환경과 안전을 고려해 제작됐다.

 도입 후 10일 가량 운행해본 노동자들 사이에선 “안전 문제가 확연히 개선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광주 서구지역 폐기물위탁업체 대명크린은 지난 7일 일명 ‘한국형 청소차량’(에이엠 후방저상형 5톤 신압축식진개차)를 도입해 운행에 들어갔다.

 한국형 청소차는 지난해 정부가 마련한 ‘환경미화원 작업안전 개선대책’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환경미화원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 1월 ‘사람 중심 청소차’를 보급하겠다며 한국형 청소차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이같은 대책이 마련된 건 2017년 11월 광주에서 2주만에 환경미화원 2명이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게 도화선이 됐다.

 당시 광주 서구에선 쓰레기 하역을 마치고 남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작업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운전기사가 덮개(파카)를 내리면서 사이에 끼어 변을 당했다.

 남구에선 미화원이 차량 후미 발판에 올라탄 채 작업을 하다 이를 못보고 후진하던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청소원 “환영” 기사들 “불편해” 지적도

 이번에 도입된 한국형 청소차는 이러한 중대재해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장치·편의장치들을 개선했다.

 우선 운전석에서 차량의 전후좌우 360도의 상황을 모니터로 볼 수 있는 ‘360도 서라운드 뷰’가 설치됐다.

 이는 운전자가 작업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을 운행해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한 것으로, 전후좌우 카메라 5대와 좌우 작업자 승하차 확인용 카메라를 부착하고, 후방에 광각카메라를 적용, 운전자가 넓은 구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석에서 360도 카메라를 통해 전후좌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덮개(파카)를 내릴 때 일어날 수 있는 끼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존 운전석에서 파카를 조작하던 것을 일정 위치까지만 운전석에서 조작하고, 마지막 완전히 덮개가 닫히는 마무리 조작은 후미의 작업자가 조작할 수 있도록 장치를 부착했다.

 이로 인해 작업자들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덮개를 폐쇄할 수 있게 돼 혹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운전석과 차량 후미에 마이크와 스피커도 부착됐다. 이는 운전자와 작업자 간 작업상황을 공유하고, 위험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등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한국형 청소차에는 운전석 뒤쪽 공간에 작은 공간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청소차는 조수석 외 작업자들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해 차량 후미의 작은 발판에 올라선 채 도로를 운행하는 위험이 계속됐었다.

 골목골목의 쓰레기를 수거하면서 짧은 거리를 운행하고 자주 차량에 오르내리는 작업 특성 상, 협소한 공간 탓에 탑승 후 내려야 하는 규칙을 어기면서도 위험한 작업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것.

파카 조작, 비상 정지 등 청소차 안전문제를 개선했다.

 한국형 청소차는 작업자들이 빠르게 탑승했다가 내릴 수 있는 ‘중간 탑승공간’을 마련했다. 이는 도로에 노출되는 위험한 후미 탑승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자들이 차도 쪽을 피해 인도 쪽으로만 탑승하거나 내릴 수 있도록 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 “한국형으로 교체시 지원금”

 청소 노동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명크린 환경미화원 정진영 씨는 “10일 정도 사용을 해봤는데, 주로 큰 사고가 나는 부분들을 예방할 수 있어 안전 부분에서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 자체가 높이가 낮아져 무릎이나 손, 어깨 등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특히 후위 발판에 탑승하는 게 아니라 중간 공간이 마련돼 웅덩이나 언덕 등 도로 상황 안좋은 곳을 지날 때 부담이 확연히 주는 것 같아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전석 뒤 마련된 탑승공간.

 반면 기사들은 아쉬운 소리도 남겼다. 환경미화원 A씨는 “안전을 위해 여러 가지 장치들이 도입되는 건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차량이 기존보다 훨씬 길어져 운전하는 입장에선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동할 때 한번이라도 더 후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 작업시간이 길어져 노동강도를 줄일 방안이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명크린 조용식 과장은 “사람의 안전이 제일”이라며 “앞으로 노후화된 청소차는 한국형 청소차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올해 자치구가 내구연한이 만료된 청소차를 ‘한국형 청소차’로 교체할 경우,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억여 원의 기존 청소차에 비해 한국형 청소차는 1억3000여 만 원으로 3000만 원 가량 비용이 더 든다. 이에 광주시는 올해 시범적으로 교체 차량 7대에 대해 부족분 3000만 원을 시 예산을 들여 지원할 예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청소업무는 자치구의 고유사무이나, 환경미화원들의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시에서도 시범적으로 지원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향후 도입 후에도 한국형 청소차가 효과가 좋다고 판단이 되면 2020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예산을 더 투입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