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조사 ‘보호가치 높다’ 평가 불구
광산구 야구·축구장 조성 ‘지정 보류’

▲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 상류부근(호남대 정문 앞).<광주시 제공>
 광주 황룡강 장록습지의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이 문턱에서 멈춰섰다. 일부 주민들 요구에 따라 광산구가 습지 상류부근에 축구장과 야구장 등 체육시설 조성을 건의하면서 국가습지 지정 대상지 선정에서 ‘보류’된 것이다.

 장록습지는 광주 도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생태자원으로 꼽힌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운동장은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습지는 한 번 개발되거나 훼손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토대로 장록습지의 생태적·경제적 가치를 알리고 시민적 공감대를 모아 이른 시일 내 국가습지 지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0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0월 환경부에 장록습지에 대한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을 건의, 지난해 2월부터 12월까지 환경부의 정밀조사가 실시됐다.

 지난해 12월6일 환경부 국립습지센터가 발표한 정밀조사 결과 장록습지는 다양한 생물서식처가 발달해 있고, 829군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달, 흰목물떼새, 새호리기, 삵 등 4종의 멸종위기종 서식도 확인됐다.

 “주변지역 개발 및 발전과 관계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하며 생물서식처가 발달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다”는 것이 조사 결과의 핵심이었다.
 
▲“체육시설을 꼭 그곳에 설치해야 하나?”

 충분히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였으나 정작 국가습지 지정 대상지 선정에서 보류했다.

 장록습지(광산구 장록동, 서봉동, 선암동 일원)는 영산강 지류로 도심지를 통과하는 하천습지다. 환경부가 정밀조사를 실시한 면적은 3.96㎢로 이중 호남대 정문에서 영산강 합류부까지 3.06㎢가 지정 예정 면적이다.

 그런데 광산구가 ‘황룡강변 시민운동장’ 조성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꼬이게 됐다.

 장록습지 상류 부근인 호남대 정문 앞 황룡간 둔치에 5만8000~7만㎡ 규모로 야구장 2면과 축구장 2면, 파크골프장 9홀, 주차장 및 부대편의시설 등을 골자로 한 시민운동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광산구는 이를 위해 해당 지역을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추진 면적에서 제외시켜달라고 광주시에 건의한 상태다.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은 환경부의 정밀조사와 지정계획 수립을 거쳐 지정 범위 설정의 절차로 진행된다. 범위가 설정되면 주민, 해당 지역 지자체 의견 수렴을 거치는데 이 단계에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은 불가능하다.

 장록습지는 정밀조사를 마치고도 현재 예정된 지정 면적과 관련해 광산구의 ‘이견’이 나오면서 이후 절차로 나가고 있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광산구 요구대로 상류 일부 지역을 제외시킬 경우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은 무산될 공산이 커진다. 습지 상류는 생태축의 핵심으로 임곡습지나 담양습지를 연결하는 중요 거점으로 꼽힌다. 이곳에 축구장과 야구장 등의 체육시설이 들어설 경우 이번 정밀조사 결과에서 나온 장록습지의 생태적 가치는 ‘재평가’가 불가피해진다.
 
▲사회적 합의 필수 “습지 가치 알려야”

 특히, 호남대 앞 부근은 이미 둔치 한쪽에 골프장이 조성, 운영되고 있는 상태다. 시민운동장 조성은 그 건너편에 추진되는데 이 경우 습지의 양쪽 둔치를 모두 개발하는 셈이 된다.

 이에 지역 환경단체들은 장록습지 국가습지보호구역 지정 추진 구역 내 운동장 조성에 대한 재고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긴급 간담회를 가진 환경단체들은 “운동장은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습지가 가지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 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효과적으로 알려 국가습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광주전남녹색연합 김영선 대표(한백생태연구소 부소장)는 “국가습지 지정은 지역주민, 지자체간 합의가 없으면 절대 불가하다”며 “광주시와 광산구는 물론 지역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국가습지 지정으로 인한 기대효과와 필요성을 잘 알려 중요 생태자원인 습지를 보호하자는 공감대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환경부의 정밀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역주민과 정치인 등을 설득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토론회 개최 등을 통해 인내심을 갖고 국가습지 지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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