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동백숲 작은 집’
하얼과 페달 함께 지음(열매하나:2018)

▲ 동백숲 가족들.
 장흥에 가면 동백숲이 있다. 사철 푸르른 숲속엔 겨울에도 빨간 꽃이 피는, 생명 가득한 곳.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쇠락한 시골처럼 여겨질 수 있는 그곳은, 실상은 자연이 주인이 되어 사람들을 품어주는 것이리라. 아쉽게도 아직 장흥을 가 본적이 없는 나는, 인터넷을 통해 장흥에 귀농한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특별한 삶을 엿보고 한 달에 두어 번 열리는 마실장을 그리워했다. 그러다 하얼과 페달 부부를 알게 되었고 언젠가는 꼭 한번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벌써 몇 년 전이다. 그리고 작년 늦가을, 이제는 두 아이를 키우는 하얼과 페달이 함께 지은 책 ‘안녕, 동백숲 작은 집’이 만들어 질 거라는 소식에, 책도 출간되기 전 출판사에 연락을 하고 동백숲 가족을 우리책방에 초대했다. 그리고 새해를 맞은 첫 달, 지난 1월25일 동백숲 작은 집에 살던 이 가족과 함께 하는 북토크를 열었다.
 
 이 책은 우리의 숲 생활을 담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또 우리는 원칙주의자가 아니다. 주어진 조건과 상황속에서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삶을 살고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숲속에서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에 상상과 희망의 나무를 심었으면 좋겠다. 나무는 햇볕과 물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지 자란다. 이곳저곳 자라난 나무들이 온 세상을 뒤덮어 우리 모두가 숲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앞으로도 다른 대상과 서로의 다름을 놓고 투정하거나 틀리다고 불평하지 않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모든 건 결국 좋은 일로 귀결될 테니까. (10쪽)
 
▲“우리들 공간에 상상과 희망의 나무를”
 
 북토크를 준비하면서 참가신청과 함께 질문도 받았다. 동백숲 가족에게 궁금해 하는 것들은 여러가지 였는데, 대부분 숲에서 전기 없이 수도 없이 지속적으로 사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고 있었다. 6년여 동안 도시가 그리웠던 적이 있는지, 나름 불편을 즐기며(?) 최고의 삶 을 살아가고 있는데 각종 기계들을 이용하고 편리하게 살고 싶었던 적은 없는지,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했는지…등등. 그리고 무엇이 이들을 계속 살 수 있게 했는지 묻기도 했다. 동백숲에서 행복했는지, 생태적인 삶을 선택하고 많은 시도를 하고 살면서 가장 좋았던 일은 무언지, 아이를 키우면서 마을이 함께 키워야한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기 위해 생태공동체를 꿈꾸고 있는데 함께 할 수 있는지. 얼굴을 마주하고 동백숲 생활에 대해 듣다보니, 하얼과 페달이 그간의 삶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생각이 변하고 성숙하고 마음이 깊어져 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책에서도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방법을 시시콜콜 기술하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이 부부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가 담겨 진하고 잔잔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갈수록 우리 집 주변의 공간이 점점 확장되고 쓰임이 많아지는 것을 느꼈다.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우리 부부 둘만 살았다면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들이다. 친구들이 모이고 아이들이 찾아오니 숲이 살아난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숲 속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소리가 집까지 들려오던 그날의 행복을 잊을 수 없다. ‘이제 이 숲은 모두가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친구들한테 배우고 아이들한테도 배운다.(274쪽)
 
 동백숲에서의 초기 생활부터 6년여를 지나는 동안 변하지 않는 사실은 그들이 행복을 위해 순간마다 마음의 소리를 듣고 결정하고 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둘 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자연의 거대하고 충만한 생명 에너지를 경험한 순간부터 아이들이 태어나고 세탁기며 냉장고를 사용하게 되는 과정을 받아들이기까지 그리고 동백숲을 나와 장흥읍에 거주하며 스스로에게 그리고 숲에게 안식년을 허락하며 새로운 더 큰 숲을 기대하는 지금까지, 이들은 주변에 이미 있는 것들을 발견하면서 하루하루 생명의 힘에 감탄하고 감사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지구에 해 끼치지 않고 사는 삶”
 
 적은 수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도 격려 받고 박수 받을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찰하고, 매일같이 이어지는 삶에서 늘 새로움을 발견해 내려는 자세야 말로 이 가족을 특별하게 하는구나 싶었다. 그들이 말하는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삶, 남들과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자립하는 삶’은 많이 이들도 원하는 것이다. 그들은 숲에서 집을 고쳐 살고, 자연출산으로 두 아이를 낳아 기르고, 끊임없이 손으로 무언가 만들고 익히며 하루하루를 살아 온 것으로, 우리가 바라는 삶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이제 우리 각자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환경을 걱정하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걱정만 하는 것에서 눈을 돌려 오늘의 삶을 위해 하나라도 시도해 보는 것 말이다. 그렇게 저마다의 숲, 더 많은 숲들이 필요하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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