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에 살해당한 이주여성
‘후인마이의 유서’ 작품화
광주여성재단 22일부터
자우녕 작가 ‘유리병의 편지’전 오픈

▲ 후안마이의 편지
“2007년 7월4일 한국에서 한 여성이 죽었다. 19살, 베트남 여성, 이주결혼한 자 등으로 분류돼 영원히 사라질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남긴 5장의 편지로 인해 그 죽음은 세상에 알려졌다. 이름은 후인마이,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다. 늑골이 8개나 부러져있었다.”

후인마이의 죽음을 재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된다. 오는 22일부터 4월 30일까지 광주여성재단 8층 여성전시관에서 자우녕 작가의 기획전 ‘유리병의 편지’가 열린다.

광주여성재단에 따르면 광주여성재단의 기획전시 공모전에 선정돼 추진된 이 전시에서 자우녕 작가는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당한 이주결혼여성의 유서를 중심으로 이주여성이 처한 현실과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조명할 예정이다.

후인마이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19살의 베트남 여성으로, 한국으로 이주해온 뒤 지난 2007년 남편의 구타로 살해됐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타국으로 떠나온 그녀가 한국에서 경험한 삶은 폭력과 단절로 점철됐다. 행복을 찾아 한국으로 팔려오듯 왔지만 결국 남편의 폭행으로 숨을 거둔 베트남 소녀의 마지막 편지는 유서가 돼 남았다.

이번 전시는 후인마이라는 여성의 삶을 돌이켜 보는 방식을 통해 또 다른 무수한 후인마이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자우녕 작가는 “다문화사회에서 벌어지는 이주여성들에 대한 편견과 폭력에 대해 고찰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다문화 가정의 아픔을 상징하는 여인 ‘후인마이’를 기리는 동시에 이 같은 편견의 또 다른 희생자들의 삶과 우리네 가부장적 폭력을 되돌아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자우녕 작가의 작업은 정착지를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정착민들이 갖는 낯선 자에 대한 거리감과 구분짓기가 이주자들을 견디기 힘든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참혹함을 파헤치는 작업인 셈이다.

자우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후인마이의 유서를 작품화한 영상 ‘후인마이의 편지’를 비롯해 한국여성들이 외국인이주노동자들과 올리는 합동결혼식을 주제로 한 ‘텅빈 풍경’, 프랑스로 이주한 터키인들의 축제를 통해 가부장제와 민족주의의 폭력을 다룬 ‘페스티벌’, 허물어지기 쉬운 이주여성의 가정과 집을 상징하는 설치작품 ‘판타스틱 하우스’, 입국 심사용 서류 모음집을 작품화해 실질적인 국경을 되묻는 ‘국경의 높이’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우녕 작가는 프랑스 마르세이유 조형예술대학 출신으로 광주 솔트갤러리 개인전과 서울 아트센터 나비 전시, 곡성 전남도립 옥과미술관 단체전 등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자우녕 작가는 ‘이주’ 혹은 ‘여성’에 천착한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의 한 가정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조선족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 작품 ‘유랑하다’(2008년)와 프랑스로 이주한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내 이름은 딘유’(2008년)를 제작했고, 다큐멘터리 ‘날아가는 학선아 구름 밑의 신선아’(2005년), ‘이주의 시대’(2010년)를 제작하는 등 타국에서 이주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자우녕 작가는 이번 전시 오프닝을 22일 오후 4시 전시현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 문의 062-670-0532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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