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몇년전 ‘암살’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전지현 배우가 역할을 맡았던 독립운동가 저격수 안옥윤에 대해 새로운 발견이라도 한 듯 관심을 보였다. 하기사 그 전까지 대부분의 일반시민이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 중 여성은 ‘유관순’ 정도 였으니, ‘만세’운동에 동참하고 독립단체에서 뒷바라지를 하는 것을 넘어서는 투사를 만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실존인물인지 궁금해 했고 모델이 되었다는 ‘남자현’열사에 대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여성들의 활동이 하나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성이나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남달라진 사회현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이어서, 많은 매체에서 그동안 몰랐던 독립운동가에 대해 소개하고 알리고 있다. 영웅주의에 편승해 독립운동이나 민중들의 활동을 단순화 시키던 것에서 벗어난 듯해서 무척 반가운 일이다.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동네책방 숨에서도 이 즈음엔 늘 근현대 역사이야기나 독립운동에 대해 초점을 맞춰 특별서가를 꾸미곤 했는데, 올 해 서가 구성은 어느 때 보다도 풍성하게 되어 반가웠다.

특히나 3·1 운동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아시아 평화와 비폭력저항 운동의 맥락에서 살펴보는 것이나 독립운동가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한 시도들이 얼마나 넓고 다양하고 치밀하게 이루어졌는지를 알게 된 것,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의 책까지 다채롭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중근 재판의 과정을 그대로 복기해 기록한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김흥식:서해문집) 나 3·1 만세운동을 가능하게 했던 수많은 숨은 이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엮은 ‘만세열전’(조한성:생각정원), 3·1운동으로 동력이 마련되어 시작된 임시정부의 출범과 과정을 상세히 담은 ‘임정로드 4000km’(김종훈 외 : 필로소픽) 등이 그렇다.

 그 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책은 ‘조선의 딸, 총을 들다’(정운현:인문서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여성들의 독립운동사는 거의 철저히 잊혀지고 겨우 유관순 열사만 알고 있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엮은 책이다.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에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이 의미있는 것은 특히나 여성의 역할에 대한 시각까지도 새롭게 가질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여성의 일-남성의 일로 구분짓던 조선시대가 막을 내리고 격동하는 사회 변화에 일제 제국주의의 침탈까지 혼재되어있던 그 때, 여성들이 사회 각계각층 특히 독립투사로서 전면에 나선 것은 당연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1919년 이후 만세운동의 양상이 실질적 무장투쟁과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 한국을 넘어서 주변국들과의 외교활동까지 다양하고 치밀하게 전개되었고 그 가운데 여성-남성의 구분은 의미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광복 50년이 되도록 우리가 알고 있는 여성 독립운동가는 유관순 열사 한분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일파는 ‘을사오적’ 5명밖에 없는 것처럼 가르쳐 온 것과 진배없다……남자들은 뭔가를 하면 대개 전업이 된다. 그러나 여성은 그렇지 못하다. 직업은 직업대로 있으되 가사는 고스란히 남는다. 밖에서는 직업인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아내요 엄마요 주부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다.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도 그와 비슷했다.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뒷바라지’는 티도 잘 나지 않는다. 밥하고 빨래하고 집안일 챙긴 것을 누가 독립운동으로 쳐주겠는가? 일제 강점기 35년 동안 시기별로 분야별로 수많은 여성 항일투사들이 조국 광복을 위해 헌신했다……나라를 되찾는데 남녀가 따로 없었다면 역사적 평가와 기념사업에도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6쪽. 머리말 중)
 
▲역사적 평가에 남여 따로 있을 수 없다
 
 24명의 인물을 하나씩 만나다 보면, 그 시대 그들은 어떻게 저렇게 목숨을 걸고 살았을까 싶어 존경심이 저절로 나온다. 그런 삶 앞에서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은 이미 폐기해 버려야 할 낡은 것일 수밖에 없다. 어느 시대나 그 때의 소명이 있다. 사회 안에 내재해 있는 온 갖 편견과 낡은 관습들은 그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소명을 가지고 살아가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누구나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젠 어떻게 삶으로 그것을 살아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100년의 세월동안 우리의 역사속에서 이어져 온 고귀한 정신은 사회 곳곳에 왜곡되고 고착된 문제들을 바로 잡기위해, 그렇게 삶으로 살아낼 때야 비로소 가치가 있을 것이다.
문의 062-954-9420

이진숙 <동네책방 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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