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청년위원회 위원 A씨 심경고백

▲  지난 13일 제5기 광주시 청년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용섭 광주시장과 청년위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날 출범식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지만 앞서 광주시가 청년위원들에 개인기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갑질’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광주시 제공>
 “광주시의 청년 정책에 나도 한 번 목소리를 내보자고 지원한 것인데 개인기를 하라니. 정말 언짢았어요.”

 제5기 광주시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선발된 A씨는 지난 8일 광주시 청년정책과에서 온 문자를 생각하면 “아직도 기분이 좋지 않다”고 했다.

 광주시가 제5기 광주시 청년위원회 출범식을 앞두고 새로 선발된 청년위원들에게 개인기를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 강한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A씨는 지난 1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청년정책 발굴을 생각하고 신청한 청년위원회 출범식부터 청년들에게 개인기를 시키려는 광주시의 태도에서 청년을 중요한 역할로 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청년들의 정책 참여 등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청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

 그동안 광주시 청년정책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A씨는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야만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큰 마음 먹고 5기 청년위원회에 지원했다.
 
▲“비정상적 면접 대기, 배려 없었다”

 그런데 이러한 청년을 대하는 광주시의 태도가 점점 참여 의지의 힘을 빼놓기 시작했다.

 지난 2월27일 청년위원 면접일. A씨는 당초 공지를 통해 오후 2시부터 면접이 시작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서류 합격 후 당일 오후 1시30분까지 와달라는 안내 문자를 받았다.

 이에 늦지 않게 면접장으로 갔지만 실제 그가 면접을 본 건 오후 5시가 지난 후였다.

 약 4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했던 것. 도중에 기다리다 지쳐 면접을 포기하고 나가는 청년들도 있었는데, A씨도 “솔직히 중간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까지 해서 내가 청년위원을 해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는 것.

 시간을 내 참여해준 청년들을 오히려 ‘푸대접’하는 광주시를 보면서 A씨는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 회사 면접도 이렇게 긴 대기시간이 있진 않는데. 광주시가 참가한 청년들을 배려했다면 각 조별 면접 시간에 맞춰 연락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겨우 참고 면접을 거쳐 청년위원으로 선발된 뒤 출범식을 기다리다 또 한 번 일이 터졌다.

 광주시의 ‘개인기’ 요구 문자가 온 것이다.

 “행사(출범식)당일 식전행사로 개인기를 선보이실 위원님을 찾습니다! 용기내서 참여하실분은 일요일까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가 문자의 내용이었다.

 “정말 기분 언짢았다”는 A씨의 짧고 굵은 대답.

 A씨뿐 아니라 적지 않은 5기 청년위원들이 이같은 문자에 대해 불만과 항의를 표시했다.

광주시 청년정책과가 지난 8일 제5기 광주시 청년위원들에게 보낸 문자.<광주청년유니온 제공>|||||
 
▲“개인기 항의하자 재능기부라니…”

 그러자 광주시는 약 1시간20분 뒤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 재안내 드립니다. 시청에서 하는 행사라 조금이라도 딱딱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고자 연주 등 재능기부 해주실 위원님이 계신지 파악한 겁니다. 개인기라는 표현 때문에 거부감이나 부담감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강제사항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해명 아닌 광주시의 해명에 분이 풀릴리가 없었다.

 “개인기나 재능기부나 별 차이점이 없죠. 다른 위원회나 거버넌스 기구도 그런 식으로 시작하는 자리에서 위원들에게 개인기나 재능기부를 준비해 오라고 하나요? 우리는 정책에 목소리를 내려한 거지 개인기나 재능기부를 하려고 청년위원이 된 게 아니잖아요.”

 청년정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자문한다는 취지로 모집한 청년위원들과의 첫 만남인데 ‘개인기’나 요구하는 광주시의 태도를 전혀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때문인지 일부 청년위원들은 해당 문자를 받고 광주시에 출범식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들이 관례적으로 광주시 행사 같은데서 소모당했던 것과 맞물려서 생각해보면 이번 ‘개인기’ 문자도 그런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더군다나 청년위원회의 출범식이었잖아요. 여전히 광주시는 이벤트, 행사에 소모하는 대상으로 청년들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난 13일 제5기 청년위원회가 출범한 가운데, A씨는 끝으로 “이제 막 5기가 시작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청년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실제 다양한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남겼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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