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하시 대표 권유 광주행 5·18묘지 참배
양금덕할머니 만나 “일 과거 잘못 인정을”

▲ 일본 평화헌법 9조를 지키는 모임인 ‘피스나이토나인유우시’의 청년들이 19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근로정신대 피해자이자 5·18민주유공자 고 김혜옥 할머니 묘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5·18민중항쟁, 일본군 성노예제와 일제 강제동원 등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일본의 대학생들이 일제강점기 벌어진 전쟁범죄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도쿄의 여러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로 구성된 ‘피스나이토나인유우시’라는 모임은 19일 광주를 찾아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피스나이토나인유우시’는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지킨다는 의미로, 일본 대학생들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나 민주화 관련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으로 알려졌다.

이날 광주를 찾은 일본의 대학생들은 16명으로 이들은 앞서 전남대학교를 방문했다가 5·18민중항쟁을 공부하기 위해 국립5·18민주묘지, 망월동 옛 묘역을 차례로 방문했다.

광주에 오게 된 것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영향이 컸다고. 광주 방문을 모임에 제안한 카메이 안쥬 씨는 “‘택시운전사’를 보고 나서 국가가 시민들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충격적인 역사가 그것도 이웃나라인 한국에서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근현대에서는 결코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끔찍한 일이 왜 일어났고, 당시 실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어 광주를 오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영향 광주로

이에 이들은 5·18묘지 참배 후 묘역을 돌면서 5·18과 관련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열심히 노트에 받아 적는 등 굉장한 열의를 보였다.

박현숙·윤상원 열사 묘역과 더불어 근로정신대 피해자이자 5·18민주유공자인 고 김혜옥 할머니 묘를 찾아 할머니의 기구한 사연을 듣고 묵념을 올리기도 했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나고야 소송지원회)’의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의 권유도 이들의 광주 방문 계기가 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따르면, 다카하시 대표는 일본의 대학생들이 한국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문제에도 관심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꼭 광주에 갈 것’을 권유했다.

한국 방문에 앞서 미쓰비시에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도쿄 금요행동에 이 모임의 학생들을 부르고, 관련한 자료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하시 대표의 권유에 따라 대학생들은 5·18묘지 참배를 마친 뒤에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댁을 찾아 할머니가 미쓰비시에 동원돼 겪었던 고통과 그동안 명예회복을 위해 벌여온 투쟁의 과정을 듣기도 했다.

카메이 씨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에 사죄를 촉구하는 것에 대해 “당연히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 정부가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카메이 씨는 “일본 청년들이 한국 문화는 다 좋아한다. SNS에 한복을 입은 친구들 사진도 굉장히 많이 올라온다”며 “하지만 과거사에 대해선 많이 아는 친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일 정부가 갈등을 겪는 것처럼 보이면서 시민의 입장에선 이게 무섭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며 “제 할머니도 내가 한국에 간다니까 ‘위험하지 않겠냐’고 걱정을 해 아직도 그런 의식(적대감)이 있구나라는 걸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9일 일제강점기 조선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집을 찾은 일본 대학생들이 할머니 주변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다.<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일본의 가해도 배워야 진정한 평화”

옆에 있던 사이토 고오키 씨는 “일본이 과거에 어떤 잘못을 했는지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한일 관계도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진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도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사이토 씨는 “우리는 평화를 위해 역사를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의 아베정권 하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면서 “일본에선 전쟁을 통해 일본이 입었던 피해 사실만 배우고 있을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여자, 아이들을 비롯해 일반 시민들이 피해를 입었던 게 전쟁의 본질이고, 일본이 행한 가해도 잊어선 안 되는 것이다”며 “제 개인적인 문제의식으로는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선 일본이 다른 사람들에게 입힌 가해 부분까지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된 역사적 사실을 인식하고 일본 정부가 사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게 사이토 씨의 바람이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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