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논란 속 소싸움 예산
1억1360만 원 추경 시도
동물자유연대·정읍시민행동
동물권행동 카라 기자회견

지난해 동물학대 논란 등으로 예산이 삭감된 2019년도 전국민속소싸움대회와 관련, 정읍시가 다시 정읍시의회에 예산 추경을 요청하면서 동물보호단체 및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와 ‘동물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이하 정읍시민행동)’, 동물권행동 카라(대표 임순례)는 19일 오전11시 정읍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읍시에 소싸움관련 예산을 자진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들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학대 논란과 정읍시민행동 및 시민들의 요구에 따라 정읍시의회는 정읍시가 제출한 2019년도 전국민속소싸움대회 예산 3억9612만 원 중 1억7560만원을 삭감했다. 그러나 정읍시는 지난 18일부터 열린 정읍시의회(임시회)를 앞두고, 관련 예산 1억1360만 원을 추경 편성해 의결을 요청했다.

단체들은 “정읍시는 지난해 정읍시의회가 시민을 대표해 삭감했던 예산을 특별한 사정변경없이 재편성하려 한다”며 “이를 위한 시민여론 수렴이나 공청회 없이 조삼모사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정읍시민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정읍시는 작년 소싸움관련 예산안을 편성할 때도, 이번에 추경안을 수립할 때도 공청회는 커녕 어떠한 여론수렴도 진행한 바 없다”며 “소싸움협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만 반영해 추경을 추진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정읍시는 잘못된 행정행위를 멈추고, 추경안을 자진철회하고 시민과 시의회에 사과해야 한다”며 “유진섭 정읍시장은 후보시절 밝혔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추경안을 심의할 정읍시의회에는 “최근 소싸움 관계자들이 정읍시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의정활동에 방해가 될 정도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2018년 정례회에 이어 이번에도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정읍시민행동은 지난해 지방선거운동 당시 각 후보들에게 소싸움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며 당시 시장 후보였던 유진섭 정읍시장은 동물학대 논란이 있는 소싸움대회 중단과 관련해 “시민과의 공청회를 통해 시민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소싸움관련 예산 삭감을 묻는 질문에도 “의견조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정읍시의회는 지난 18일 임시회를 열고 소싸움 예산을 포함한 추경안 심사에 들어갔으며 반영 여부는 29일 결정될 예정이다. 정읍시민행동은 이 기간 동안 1인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국내에선 정읍 외에도 청도, 대구 달성 등 11곳에서 전통 민속 경기라는 명목으로 매년 소싸움이 개최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 따르면 생후 7개월 가량부터 싸움소로 선택돼 길러지는 소는 경기 승리를 위해 콘크리트로 속을 채운 타이어 끌기, 산악 달리기를 하는 등 영문도 모른채 혹독한 훈련을 받고, 내기가 걸린 경기에 나서면 피 흘리는 싸움을 치러야 한다.

국내 동물보호법에서 도박을 목적으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소싸움만은 투계, 투견과 달리 동물보호법에서 제외돼 있고, 오히려 각 지자체는 ‘소싸움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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