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섭 시장 친환경차 운행 검토 지시
환경단체 비판·환경부 반대 입장 불변
“시대착오적…정상 복원 등 주력해야”

▲ 무등산 국립공원 정상 개방에 몰린 인파들. 광주시가 무등산 정상까지 친환경 버스 운행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등산 이용이냐, 보존이냐는 논쟁이 다시 촉발되고 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주시가 ‘관광’을 위한 무등산 국립공원 친환경차 운행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보전’을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작년 8월에 이어 ‘무등산 이용이냐, 보존이냐’는 논란이 재현된 것으로, 광주시가 중재자가 아닌 갈등자가 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

 광주시의 구상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무등산 정상부를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 전기차를 동원해 사람을 실어나르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보전’을 전제로 한 국립공원 관리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고, 무등산 관리 주체인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여전히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점에서 현실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시 “세계수영대회기간 시범운영”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6일 열린 화요간부회의에서 “세계수영대회 기간 중 무등산에 친환경차를 시범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시장은 이날 “지난 7일 열린 광주문화관광포럼에서 시범운행이 제안됐고, 시민단체 등에서도 친환경자동차 시범운행을 문서로 공식 제안했다”는 걸 사업 추진 이유로 제시했다.

 시는 앞서 지난해 8월 무등산 원효사~장불재 6.4km 구간에 23인승 전기차를 운행하는 ‘무등산 친환경차 운행 추진계획’을 세웠다가 철회한 바 있다. 당시도 송정역부터 아시아문화전당, 무등산 장불재를 연계한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무등산에 중형버스 운행시 비산먼지 발생, 공원 훼손, 등산객 안전 문제 등이 제기됐다. 특히 주관부서인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이에 부정적인 의견이어서 추진 자체가 어려움을 겪었고, 환경단체들 반발까지 겹치면서 백지화됐다.

 7개월 여 만에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든 건 이용섭 시장이었다. 시는 ‘지오 투어리즘’을 표방해 무등산 친환경차 운행을 다시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사업 추진때와 달라진 건 운행시기와 기간이다. 작년엔 4~11월까지 운행을 계획한 반면, 이번에는 올 7월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간 중 시범운행으로 제한한 것이다.  

▲환경단체 “지금 무등산은 복원할 때”

 그럼에도 환경단체들은 반발한다. “지금은 무등산을 이용할 때가 아니라 복원할 때”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광주전남 8개 시민단체들은 최근 성명에서 “무등산 군부대와 방송시설의 이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복원보다 도로정비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반환경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의 입장도 여전히 부정적이다. 친환경차가 운행할 구간은 현재 탐방로로 지정돼 있다. 이를 차량 운행이 가능하게 하려면 공원계획을 ‘도로’로 변경해야 하는데, 이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의결해야 한다.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설악산 국립공원의 오색케이블카가 18년째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나,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보전’을 앞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가 광주시의 요구조건을 들어주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무등산국립공원 환경훼손 등의 이유로 친환경차 운행은 어렵다는 입장이 여전하다”면서 “광주시와도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도 광주시가 자꾸 무등산 친환경차 운행 카드를 꺼내드는 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과 ‘국립공원’이라는 무등산의 이중적 지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국가지질공원 사무국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보전과 함께 ‘관광’을 중요한 개념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것. 관광을 통해 ‘지역주민의 사회·경제적 필요’를 채워주고, 지역민들이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문화적 정체성을 보존하도록 한다는 정신이 강한 것이다.
 
▲지질공원·국립공원 이중적 지위 문제

 이와 관련 오구균 한국환경생태학회 상임고문은 “환경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무등산 국립공원을 관리하고 있는데, 세계지질공원 지정을 기화로 광주시가 관광 개발로 파고들면 무등산 관리체계가 이원화돼 버린다”면서 “무등산 국립공원 신청 시 무등산 권역은 환경부가 관리한다는 내용을 약속했으므로, 정상부까지 차량을 운행하는 등 ‘활용’ 방안은 광주시가 방향을 잘못잡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립공원과 세계지질공원이 함께 지정돼 있는 건 단추를 잘못 끼운 측면이 있다”며 “광주시는 시대착오적 발상을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군부대 이전이나 방송통신시설 이전 등 무등산을 보전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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