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정 의원 “정상까지 전기차 시범운행” 발언
“광주시 ‘지질공원 마케팅’에 힘 싣나” 경계

▲ 광주시의회 환경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미정 광주시의원이 2일 열린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하고 있다.<광주시의회 제공>
 광주시가 무등산 국립공원 정상부까지 접근 가능한 전기차 운행을 검토중인 가운데, 시의회 일각에서도 이와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 나와 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보장하자”는 게 발언 취지로, 발언 당사자가 무등산 전기차 소관 상임위인 환경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미정 의원이어서 발언 배경이 심상치 않게 다가온다.

 “개발 논리에 소수자들을 활용하고 있는 것” “국립공원 무등산의 가치는 개발보다 보전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미정 광주시의원은 2일 진행된 제277회 광주시의회 임시회 본회의 5분발언에 나서 “무등산 세계지질공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무등산에 친환경 이동 수단 시범 운영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복지위원장인 박 의원은 “오는 7월12일부터 8월16일까지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린다”며 “이 기간 무등산 아래 마을과 골목들은 세계인이 북적거릴 것으로, 무등산이 세계인의 지질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수영대회 계기, 지질공원 세계화”

 이어 “하지만 광주가 생소한 외국인들과 이동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무등산 지질공원을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무등산이 지닌 최고의 가치는 평등”이라며 “무등산 세계지질공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광주정신의 구체적 실현이자 무등산의 가치를 세계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참가 외국인과 이동약자에게 편의수단 한시적 제공 △기존 이용 도로를 유연하게 활용해 친환경·생태적 이동수단 시범 운영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이후, 한시적 편의 제공 수단 즉각 중단 △무등산 세계지질공원 보존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시민·사회단체들과 토론과 합의로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앞서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6일 간부회의에서 “세계수영대회 기간 중 무등산에 친환경차를 시범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반환경적이고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군부대, 방송탑 등이 현존하는 지금은 무등산을 이용할 때가 아니라 복원할 때”라고 반발했다.

 이같은 분위기속에 나온 박 의원의 발언은 광주시의 무등산 친환경차 운행 추진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동약자 접근권’은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는 타 지자체들이 가장 먼저 내세운 ‘단골멘트’로, 박의원의 주장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는 것이다. 결국 “교통약자들 접근권보다 관광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공사가 진행돼 환경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소수자 앞세워 개발논리 합리화” 비판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도연 활동가는 “무등산 정상에 한 번이라도 올라가보고 싶어하는 장애인들이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무등산 전기차 운행은 일면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건 산 아래 문제를 해결하기 힘드니 산 위로 시선을 돌리는 것과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소수자들을 개발 논리의 근거로 삼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집 밖으로 나가, 내가 사는 도시 안에서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증진계획 등이 잘 시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반발한다. 세계지질공원을 앞세워 관광용 활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현실을 비판하며 “국립공원의 가치는 보전”이라는 입장이다.

 광주전남녹색연합 박경희 사무처장은 “이동약자들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자는 것은 케이블카 설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제시됐던 논리”라며 “시민들 노력으로 지정한 국립공원의 목적과 가치에 맞게 보전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무등산 관리는 국립공원공단으로 일원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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