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해 잎새주 운동을 지지하는 이유

▲ 잎새주. <광주드림 자료사진>
“보해양조 장성공장의 생산라인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품은 꾸준히 생산되지만 판매량이 정체되면서 공장 한켠에는 완제품 박스가 쌓여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광주전남 시장에서 80%에 육박했던 보해양조 점유율은 최근 1~2년 사이 30%대로 추락했습니다. 영업실적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지역 밀착형 마케팅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

눈뜸과 동시에 습관적으로 켠 TV, 출근을 위해 끄려다가 뉴스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 언제 (광주전남지역에서) 저렇게 ‘잎새주’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지! 이유가 뭘까?' 사무실까지 오는 내내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컴퓨터 모니터를 켜고 이곳저곳을 뒤적이니 '보해의 위기는 불황의 장기화, 사회변화에 따른 소비패턴의 변화, 혼술(?)로 대표되는 음주문화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들이 있지만, 지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지역민이 찾아 주지 않은 게 가장 큰 원인이다.'라는 분석이 눈에 띄었다.

'수도권 공략에 치중한 나머지 홈그라운드라 할 수 있는 광주전남의 애주가들을 소홀히 하는 틈에 진로 참이슬이 치고 들어와, (보해양조가)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쳤다'라는 우스갯소리 같은 혹평(?)을 남긴 이도 있다.

사실, 나는 잎새주가 되었건, 참이슬이 되었건 식당(가게)의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가져와 내미는 제품을 병마개 따고 마셔온 터라 소주 종류에는 별 관심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잎새주’를 마시자는 얘기들이 나돌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모 읍면에서는 읍면장이 직접 ‘잎새주’를 마시자는 바람을 일으키고, 술자리에서도 ‘잎새주’가 아니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했는데, 그 읍면장의 처신(?)이 옳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늦었지만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 술이나 마시고 취하라는 것이 술(酒)이고, 필자와 같은 서민이 마시기에 부담이 없는 것이 소주(燒酒)이다.

그렇다고 특정 소주를 많이 마신다고 해서 술값을 깎아 준다거나 더 마시라면서 술 한 병 거저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향토기업에 관심을 갖고 지역에서 생산해 낸 제품을 애용하는 것은 지방 분권을 외치는 우리에게는 당연한 일이라 여긴다.

향토기업을 살리자는 얘기가 어제 오늘 나온 것은 아니다. 또 ‘잎새주’를 만들어 내는 보해양조만을 두고 하는 얘기도 아니다.

엊그제 매각 결정이 난 아시아나항공이 그렇고 지난해 중국 더블스타에 팔린 같은 계열사의 금호타이어가 그렇다. 또 우리지역 무안공항을 모항으로 운항하려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에어필립항공이 그렇다.

기업의 경영구조가 부실하고 운영상태가 어려움을 겪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기 불황도 이유가 되겠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안일한 경영 등 기업의 책임도 클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려움에 처한 향토기업들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때 맞춰 전남도와 보해양조가 ‘제로페이’ 활성화 협약식을 체결했다는 기사를 봤다.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에서 나서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로써 지역에서 만든 상품을 애용해 주는 일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남의 동네 당골래가 아닌 우리 동네 당골래를 불러서 굿을 하듯이 우리 지역 업체에서 생산하는 소주 한 병을 더 마시는 것도 물건을 만들어 내는 기업에게는 고마운 일일 것이다.

이거 너무 특정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재광 시민기자 jglee100@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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