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활용’ 방점 각종 정책 구상
“국립공원이 우선…관리 일원화를”

▲ 최근 광주시는 또 다시 무등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무등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은 계속돼왔지만, 번번히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1990년대 초 온천관광지구 개발계획이 그랬고, 2013년 전남도의 무등산 518미터 타워, 케이블카 운행 추진도 지역여론의 뭇매를 맞아 무산된 적이 있다.

 최근 광주시는 또 다시 무등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무등산 장불재까지 친환경전기차를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송정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무등산 정상부를 잇는 관광벨트를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 등에선, 시의 이같은 무등산 개발의지는 정상부가 ‘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등산권 광주와 화순, 담양 등 246.31㎢ 지역은 지난 2014년 환경부 인증을 받아 6번째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고, 2018년에는 유네스코 총회를 통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되면서 광주시와 전남도, 화순군, 담양군은 각각 지질공원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무등산권지질관광사업단을 구성하고 ‘무등산권지질공원 통합지질관광 활성화 및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무등산권역에 분포하는 세계적인 지질유산과 역사문화유산을 국제 관광 명소화 하는 사업이다.
 
지질공원의 개념. <국가지질공원사무국 홈페이지 캡처>

▲지질공원 규제 없고·지자체 입김 커
 
 국가지질공원은 보전과 함께 ‘관광활성화’ 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지질공원사무국에 따르면, 국가지질공원은 단순히 지질을 다루는 것이 아니며, 사람(주민) 중심의 활동을 핵심으로 한다. 지질유산을 보전, 교육, 관광에 활용해 ‘지속가능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개발전략을 세운다는 개념이다.

 자연 보전을 원칙으로 하는 국립공원 등 타 보호지역과는 달리 국가지질공원은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관리원칙으로 하고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지질공원은 일단 규제가 거의 없고, 국가재정지원도 미미하며, 관리미이행이나 재인증도 지자체가 원하면 자율적으로 취소할 수 있다.

 인증된 무등산권 지질공원은 지질명소 20곳, 역사문화명소 42곳이다. 여기엔 지질학적 가치와 무관한 국립5·18민주묘지나 물염정, 가사문학유적권 등 관광자원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문제는 무등산이 지난 2012년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돼 보전을 원칙으로 보호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지질명소들이 국립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 두 공원이 중복 지정으로 상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질공원 인증으로 인한 ‘개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광주시는 무등산권 지질공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입석대·서석대·광석대 주상절리를 관광화하기 위한 친환경차 운행의 근거로, ‘지질공원 인증에 따른 지역 관광활성화’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 상 지질공원은 다른 공원과 중복될 경우, 그 지위를 우선 적용할 수 없다. 자연공원법은 도립공원, 국립공원 등 다른 자연공원과 중복될 경우, 지질공원은 자연공원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립공원, 지질공원 및 기타 보호지역의 특성 비교. <국가지질공원사무국 홈페이지 캡처>

▲국립공원 신청시 광주시 ‘약속’ 지켜야
 
 환경부도 “지질공원은 환경부가 인증하고, 각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관리운영을 맡고 있다”며 “그러나 자연공원법 상 명확하게 적용범위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범위가 중복되거나 사업을 추진할 때 당연히 국립공원의 관리원칙이 우선되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무등산의 관리권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전남녹색연합은 3일 성명을 내고 “무등산국립공원 신청시 무등산권역은 환경부가 관리한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등산국립공원에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효율적인 관리를 막고 있다”며 “광주시는 무등산국립공원 신청시 무등산권역은 환경부가 관리한다는 약속을 이행해라”고 밝혔다.

 광주시는 지난 2012년 국립공원 승격 시, 환경부에 무등산 관리권을 이양했다. 하지만 지질공원 인증 등 업무가 남았다는 이유로 국립공원공단이 위치한 원효분소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았다.

 기존 시 공원관리사무소를 ‘무등산생태문화관리사무소’로 변경해 계속 운영해온 것. 이는 현재 ‘무등지오파크’의 사무실이 돼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광주시는 군부대 이전 등을 내세우며 민관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세계지질공원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정상부 복원종합계획이 수립돼있는 상태에서의 거버넌스 활동은 친환경차 운행과 관광 활성화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탐방로 변경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무등산 보전관리계획 보완계획에 관광활성화를 끼어넣는 데 시민단체들을 내세우려는 것으로 우려된다”며 “자연공원법에 따라 하루빨리 무등산이 국립공원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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