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용어 남발
취하서 제출·합의 종용 등
도움 필요한 노동자
‘푸대접’ 사례 적지 않아

 우리 센터에 접수되는 연 800여 건의 상담 중 약 60%는 전화를 통한 상담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목소리만으로도 내담자들의 감정 상태가 오롯이 전달된다.

 대부분은 미세하게 긴장된 상태이지만, 일부는 흥분이나 우울감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

 그들 중에는 혼자서 노동청이나 노동위원회에 접수를 했지만, 잘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담당자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나서 답답한 마음에 우리 센터에 연락한 이들이 꽤 된다. 이 경우 중 몇 가지를 공유한다.

 10대인 A씨는 식당에서 임금체불, 사업주의 잦은 폭언·폭행을 당하고 노동청에 진정 접수를 했는데, 사업주가 노동청에 출석을 하지 않고 있다.

 담당 감독관에게 앞으로 사건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으나, 감독관은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그러면 사건을 기소중지해야죠.’라고 말했다.

 A씨는 기소중지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담당 감독관은 지금 바쁘니 나중에 통화하자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20대인 B씨는 마트에서 일을 하다가 마지막 달 임금을 한 푼도 못 받았는데 사업주가 능력이 안된다면서 지급을 거부했다.

 그런데 담당 감독관은 소액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조치를 취해 줄테니, 이 사실을 인정하고 진정 취하서를 작성하라고 했다.

 갑자기 연락을 받아서 당황스러웠기에 조금 생각을 하고 연락을 준다고 하면서,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담당 감독관은 이렇게 하면 일이 빨리 처리가 되니 그냥 취하서를 제출하라고 윽박을 질렀다.

 B씨는 밀린 월급도 못 받는다고 하는데 왜 사건을 취소하라고 하는 것인지 잘 이해도 안 되는 상황인데, 담당 감독관은 빨리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왜 자꾸 망설이냐고 윽박지르니 답답해서 눈물이 났다.

 10대와 20대 청소년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50대 이상의 고령 노동자들에게도 상황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

 50대인 C씨는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다음주 부터 나오지 말라는 해고 통보를 받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구제신청서를 접수하고 며칠 지나서 사업주에게 내용증명이 날아왔고, 담당 조사관에게 이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문의를 하니 그냥 사업주와 합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만 들었다.

 C씨는 노동부는 노동자의 편일 것이라는 생각에 접수를 했는데, 아무래도 사업주의 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고용노동청과 노동위원회는 임금체불 및 부당해고를 당했을 때 노동자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유일한 행정 기관이다.

 더구나 10대~20대 청소년 노동자, 50대 이상 고령 노동자들은 노동조합도 없는 영세사업장에서 최저임금도 지급받지 못하면서 일을 하는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다. (25세 미만 및 55세 이상 노동자 중 최저임금 미달자 63.3%,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의 편을 들어서 사건을 해결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전문용어를 남발하면서 무작정 취하서 제출이나 사용자와 합의만을 종용하기 보다는, 노동자들에게 본인의 권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 좀 더 쉽게 설명을 하고 안내하는 것이 근로감독관과 조사관의 본 자세가 아닐까?(물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많은 근로감독관과 조사관 덕분에 많은 노동자들이 권리구제를 받고 있다. 해당 기사에 언급한 사례는 일부일 뿐이며, 전체 고용노동부 담당자들이 그러하다는 것은 아니다)
광주광역시알바지킴이상담센터 1588-6546.

이연주<알바지킴이상담센터 상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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