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헌법수록 못지킨 `5·18 약속’ 송구
5·18폄훼 작심 비판…‘국민통합’ 메시지 강조

▲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밝히고 있다.<출처=청와대>
 “저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문 대통령은 왜 올해 기념식에 참석하고 싶었다고 한 걸까. 그 ‘해답’은 16분이 넘는 기념사에 담긴 메시지에서 찾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시작하면서 “이제 내년이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며 “그래서 대통령이 그때 그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들이 많았지만 저는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취임 이후 열린 37주년 기념식 이후 2년만에 다시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먼저 광주시민들을 향해 내건 말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이었다.

 그 미안함은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국가폭력 의한 “야만적인 폭력과 학살”에 대한 것이기도 했고, 한편으론 광주시민들에게 약속한 5·18 현안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은 물론 취임 후 5·18진상규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혀왔다.

▲광주시민께 “미안하고 부끄러워”

 37주년 기념사를 통해서도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 것이다”며 “헬기사격까지 포함해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5·18 관련 자료의 폐기·역사왜곡을 막고 5·18 최후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의 복원도 약속했다.

 특히, 5·18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5·18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 계승에 “진보와 보수”는 없음을 강조하며 “광주정신을 헌법으로 계승하는 진정한 민주공화국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이었다.

 이러한 의지대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18 당시 헬기사격, 전투기 폭격대기설에 대한 국방부 차원의 특별조사를 벌였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5·18 헬기사격’을 역사적 사실로 공식 인정했다.

 5·18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해 자행된 성범죄에 대해서도 범정부 차원의 조사를 벌여 실제 피해사실을 확인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5·18진실찾기’는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지난해 2월 국회를 통과, 9월부터 시행됐으나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의 ‘방해’로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39년이 넘도록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진실들이 과제로만 머물고 있는 이유다.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역시 야당의 반대로 개헌이 무산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기념식에서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러는 사이 5·18에 대한 극우보수세력 등의 왜곡·폄훼는 갈수록 극심해졌다.

 다름 아닌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 ‘북한군 투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이 발제자로 초청되고, 김진태·이종명·김순례 등 국회의원까지 나서 5·18을 모욕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5·18 더이상 논란 필요하지 않다”

 문 대통령이 ‘현실 속에서 살아숨쉬는 가치로 완성’시키겠다고 한 5·18정신이 되레 상처 입고 고통 받는 현실이 펼쳐진 것.

 문 대통령은 미안함을 넘어 이러한 현실에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올해 기념식에 꼭 참석해야 했던 또다른 이유다.

지난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5·18유족 등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

 39주년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이러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며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5·18을 부정하고 폄훼하는 것은 곧 ‘독재자의 후예’임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일종의 ‘경고’를 던진 셈이다.

 또 “우리는 이미 20년도 더 전에 광주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뤘고 법률적인 정리까지 마쳤다”며 “이제 이 문제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적인, 또는 악의적인 의도에 기반한 ‘5·18흔들기’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광주 5·18에 감사하면서 더 좋은 민주주의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며 5·18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치권을 비롯한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광주, 5·18의 진실이 ‘비극의 오월’을 ‘희망의 오월’로 바꿔내는 일이고,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9주년 기념식을 통해 문 대통령이 광주를 비롯한 전 국민에게 전하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문 대통령은 “광주의 자부심이 국민 모두의 것이다. 광주로부터 뿌려진 민주주의 씨앗을 함께 가꾸고 키워내는 일은 행복한 일이 될 것이다”며 “우리 오월이 해마다 빛나고 모든 국민에게 미래로 가는 힘이 되길 바란다”는 말로 기념사를 마무리지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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