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무대없이 ‘시민 참여형’기획… 기대
궂은 날씨 탓 “본행사 대폭 축소” 아쉬움
많은 시민들 자리지켜 “진상 규명” 외쳐

▲ 17일 밤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 행사. 1980년 당시를 재현하기 위해 버스·택시 행렬이 금남로에 등장했다.
 5·18기념행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전야제가 폭우 속에서 아쉽게 막을 내렸다.

 이번 5·18전야제는 광주 금남로를 주 무대로 다양한 재현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굵어진 빗줄기 탓에 행사를 대폭 축소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횃불이 꺼지지 않고 등장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시민들의 가슴 속에 뜨거운 불씨를 되살렸다.

 5·18민중항쟁 39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5·18 전야제가 3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7시부터 광주 금남로에서 개최됐다.

 이번 전야제는 ‘오늘을 밝히는 오월, 민주에서 평화로’라는 슬로건 아래 1980년 5월 열흘간 항쟁을 재현하고 5·18 진상규명과 대동 정신 계승 등 우리의 과제를 제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특히 전야 행사 전체가 금남로 전체를 무대로 시민들이 주인으로 참여하고 움직이는 형태로 펼쳐질 예정이었다.

 시민군 트럭, 민족민주열사 트럭, 주먹밥 트럭, 소녀상 트럭 등 다양한 주제를 담아 5·18민중항쟁 당시 버스·택시 등 차량 시위를 재현하고, 5·18진상규명과 역사왜곡 처벌 등을 요구하는 퍼포먼스가 예정돼 있었다.

 앞서 지난 7일 광주시청에서 제39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이하 행사위)와 광주시가 개최한 제39주년 5·18기념행사 보고회에서 박강의 전야제 총감독은 올해 행사의 전체적이 방향과 주요 내용들을 소개한 바 있다.

 이 자리에 박 감독은 “올해 전야제는 금남로가 무대가 되고, 시민이 움직이는 전야제가 될 것이다”며 “5·18 당시처럼 시민이 직접 주인이 되고 움직이는 참여형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애초 “금남로 비우고 시민이 채우기로…”

 하지만 며칠 전부터 전야제 당일 비 소식이 예상되면서 행사에 차질이 우려가 됐는데, 결국 이날 내린 폭우로 행사는 대폭 축소돼 치러질 수밖에 없었다.

 당초 예정된 주먹밥 나눔 트럭과 태극기 만들기 등이 축소됐고, 시민들이 5·18 당시 여고생이었을 세월호 엄마와 위안부 소녀의 손을 잡고 도청으로 진군하는 퍼포먼스는 하지 못했다.

 금남로 구역마다 마련된 행사가 취소되면서 행진 대열은 그대로 옛 전남도청 앞으로 모였다. 태극기를 앞에 단 택시와 버스도 전조등을 켜고 행진 대열을 따라 도청 앞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계획대로라면 금남로를 텅 비어놓은 상태에서 시작해 5·18 당시 버스, 택시 등 차량행렬을 재현, 마지막으로 도청 앞 특설무대에서 모두가 모여 5·18진상규명 등의 요구사항을 외치는 게 시나리오였다.

 전야제가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마무리되자 금남로에 모여든 시민들의 아쉬움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전북 정읍에서 초등학생 두 아들과 전야제에 참석한 양동주 씨는 “매년 5·18이 되면 망월묘역을 찾고 있는데 전야제는 처음으로 참석했다”며 “비가 와서 행사가 축소돼 아쉽다. 하지만 아이들과 5·18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하고 가는 것 같다”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우비나 우산을 구입하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편의점 등 금남로 일대 일부 상점에선 우비와 우산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시민은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이것이 오월영령들의 눈물”이라면서 5·18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한편 본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민주평화대행진이 참가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6시30분부터 광주일고에서 시작됐다.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며 금남공원을 거쳐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 앞 본무대)으로 향했다.

 ‘오월 학살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하라’ ‘역사 왜곡 처벌법을 제정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고, 금남로, 조선대, 국립 5·18민주묘지에 각각 출발한 ‘오월풍물단’과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7일 제39주기 5·18 전야제에 앞서 펼쳐진 민주평화대행진. 비가 내리면서 행진 대열 위로 우산이 펼쳐졌다.

 행진 대열이 본무대로 향할 땐 음향으로 계엄군의 조준 사격(애국가 종료 시점)과 헬기 사격을 재현됐다.

 이어 5·18 당시 버스, 택시 등 차량행렬이 재현됐고, 마지막으로 도청 앞 특설무대에서 모두가 모여 5·18진상규명 등의 요구사항을 외쳤다.

 ‘오월 그날’을 주제로 한 1부에선 풍물, 민주평화대행진 등이 집결하고 시민군들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도청으로 모입시다”를 외치며 분위기가 고조됐다.
 
▲빗줄기 바라보며 “오월영령의 눈물…”

 ‘오월의 함성’을 주제로 한 2부에선 연주트럭이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연주하면서 금남로로 진입하고, 이어 시민군트럭이 ‘광주학살 진상규명! 계엄군은 물러가라’를 외치며 등했다.

 분수대에 횃불 20여 개를 켜고 군부 독재에 항거했던 ‘민족민주화대성회’도 재연됐다.

 다음으로 민족민주 호남열사 상징트럭이 진입하고, 주먹밥 트럭도 진입해 80년 5월 당시처럼 시민들과 주먹밥을 나누는 시간이 이어졌다.

 이날 5·18 당시 버스행렬을 재현한 버스기사 우상철 씨는 “80년 당시 30대 시절에도 광주 시내버스를 운전했다”며 “지금 서 있는 이곳 금남로까지 진격해 시위에 동참했고 부상자들을 병원까지 실어나르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지금 40여 년 가까이 세월이 흘러 다시 이곳에서 오월을 떠올리니 가슴이 다시 아파옴을 느낀다”면서 “현재 일부 국회의원들, 배운 사람들이라는 이들의 막말을 들으면서 화도 난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제39주기 5·18 전야제에 앞서 펼쳐진 민주평화대행진에서 시민군이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많은 시민들은 “5월 광주 시민들이 폭동으로 폄훼되는 것을 비판”하며 “평범한 시민들이 왜 총칼에 맞서 싸워야 했는지 5·18 진상규명을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야제 본행사가 열리기 전 5·18민주광장과 금남로 일대에선 ‘시민난장’과 ‘거리공연난장’ 등이 펼쳐져 시민들과 함께 하는 전야행사의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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