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18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5·18을 폄훼하고 유가족들을 모독한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정치놀음에 이용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하다.”

 18일 39주년 5·18민중항쟁 기념식장에서 만난 시민 이택훈 씨가 5·18 폄훼 논란을 일으킨 한국당을 향해 분노를 억누르며 말을 이었다.

 “화는 나지만, 그들의 뜻대로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막말을 쏟아낼수록 그들의 정체만 탄로 나는 거잖아요. 똑같이 괴물이 되고 싶진 않네요.”

 그는 기념식전부터 거센 저항에 부딪혀 퇴장할 때도 쫓기듯이 식장을 나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향해선 “나름의 정치 계산을 하고 왔을 텐데, 무시하는 게 답이 아닌가 한다”며 거리를 뒀다.

 이번 5·18은 그 어느 때보다 기념식 전후 정치적 대립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5·18 폄훼, 왜곡 사과하라” 집단 항의

 이에 일부 시민들은 성난 민심을 거세게 표출하는가 하면, 대다수는 “언제까지 정치놀음에 휘둘러야 하느냐”며 씁쓸한 현실을 한탄했다.

 이날 기념식에 참석한 황 대표를 향해 물을 뿌리거나 거센 항의 표현을 하고, 온 몸으로 황 대표를 막아선 시민들도 있었다.

 식장 입구서부터 “황교안 물러나라”,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등 황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념식이 끝난 뒤 황 대표가 오월영령에 분향하려 일어서자 또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족으로 참석한 오월어머니들의 오열이 식장에 울려 퍼졌고, 항의하는 시민들에 둘러싸인 황 대표는 황급히 묘역을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의 퇴장을 지켜보던 다수의 시민들은 몸으로 맞서며 물리적 저항을 하는 대신에 “사과해”를 한 목소리로 연호했다.

 기념식장에서 만난 평택시민 박영철 씨는 “선거와 같은 제 밥그릇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에게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면서 “시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무사히 행사가 치러질 수 있도록 협조하고, 대신 표로 심판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5·18기념식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이번 5·18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사과했으나, 식후에 더욱 정치공방이 치열해지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한국당 ‘폄훼 부인’, 총선서 심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5·18기념식 참석 후기를 적으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5·18 기념식”이라며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듯해 씁쓸하다”고 평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은 ‘독재자의 후예’를 운운하며 진상규명위원회 출범 지연의 책임을 국회 탓으로 돌리고 사실상 우리 당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대통령이 너무 편 가르기보다는 아우르는 발언을 했으면 좋겠다”며 “문 대통령도 (기념사를) 또 많이 아프게 하신다”고 전해 시민들을 다시 분노케 했다.

 고보선 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이 편가르기 발언을 했다는 식의 한국당 의원들, 살인마 전두환과 그 잔당, 옹호세력과 망언자들의 처단과 처벌이 끝날 때까지 절대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적었다.

 현 정부에 대한 주문도 더해졌다. 시민 A씨는 “정부가 야당에 맞서 5·18에 대한 진실을 분명히 견지해주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면서도 “근데 ‘미안하다’는 사과에 그칠 게 아니라 많은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할 일을 제대로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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