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음식’ 타이틀 브랜드 집착
맛의고장 다른 음식 배제 우려

▲ 이용섭 광주시장이 지난 20일 광주 대표음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시청에서 열고, 기자들에게 나눠준 주먹밥 예시. 나물과 소고기 등 재료별로 구성해 세 개씩 포장됐다.
 광주시가 올해 대표음식으로 ‘주먹밥’을 선정했다. 답은 ‘이미 정해져있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가 많다. 주먹밥의 가치와 브랜드화 필요성을 떠나, ‘맛의 고장’ 광주가 ‘특정음식’에만 대표성을 부여해 다른 음식들 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라는 선택에 배제당한 다른 음식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세심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돌이켜보면 광주대표음식을 선정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와 기준은 모두 ‘주먹밥’을 지향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주먹밥이 대표 자격을 획득한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일각에선 이와 같은 그림이 평소 주먹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이용섭 시장의 의중을 광주시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이번 대표음식 선정 프로젝트는 주먹밥을 위한 위장 프로젝트”라는 것이어서, “다른 음식들이 들러리섰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올해의 음식’으로 ‘광주주먹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광주대표음식선정위원회가 권고한 7개 음식 중에 시민들이 상징성 면에서 큰 점수를 주셨고, 광주민주화운동 제39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주먹밥을 대표음식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주주먹밥이 갖는 광주공동체 정신의 숭고한 가치를 공유해 국민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개발하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맛의 고장, 특정음식만 대표성?” 논란

 올해부터 매년 ‘올해의 광주대표음식’을 선정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최근 광주시민 100인으로 구성된 광주대표음식선정위원회는 광주대표음식으로 한식, 오리탕, 주먹밥, 상추튀김, 육전, 무등산보리밥, 송정떡갈비 등 7개 음식을 선정했다. 광주시는 이를 기본 골격으로 매년 한 음식을 중점 육성한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19년 올해의 음식’으로 ‘광주주먹밥’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광주시 계획대로라면 주먹밥을 시범으로, 올해 이를 상품화, 브랜드화 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게 된다.

 그런데 광주시의 이와 같은 사업 방식도 논란거리다. 해마다 대표를 달리하는 게 대표성이나 브랜드화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의문이다. 때문에 광주시가 주먹밥에 부여한 대표성이 진정한 속내일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대목에서 “대표 음식을 한 가지로 정할 수 없다”는 광주대표음식선정위원회의 권고는 효력 상실로 보인다. 앞서 권고위원회는 지난 13일 치열한 논의 끝에 “대표음식을 소수로 좁히는 건 다른 음식들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9가지 음식 후보군 가운데 애호박찌개와 팥칼국수를 제외한 7가지를 ‘대표’로 시에 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시장이 선정위원회의 최종 권고와 달리 광주주먹밥을 올해 광주대표음식으로 공식화 하면서 “애초부터 주먹밥 프로젝트였다”는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광주시가 주먹밥에 꽂혀 있었다는 증표는 많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월 시청 간부회의에서 “주먹밥은 광주정신과 5·18 민주화운동을 스토리텔링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며, “광주만의 고유함을 담은 미식상품으로 개발해 브랜드화하고 전국화·세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광주시는 이미 주먹밥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지난 3월 상표등록을 출원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3월과 4월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먹밥을 찾아서’ 등 게시물을 연재하는 등 애정을 여과없이 과시했다. 특히 선정위원회의 첫 회의를 앞둔 3월12일 올린 게시물에선 주먹밥 시식 장면에다 주먹밥 상품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글을 첨부하기도 했다.
 
▲소외된 다른 음식 동반성장 전략은?

 이에 일각에선 “차라리 ‘광주주먹밥 육성 프로젝트’라고 명명하고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하면 될텐데, 광주대표음식이라는 틀을 차용하면서 다른 음식에 폐를 끼치고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게 됐다”면서 “2003년 선정된 광주의 ‘5미(김치·한정식·오리탕·떡갈비·보리밥)’처럼 이름뿐인 대표음식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와 관련 이 시장은 대표성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오래 전부터 광주를 찾는 세계인들에게 광주를 대표할만한 음식을 소개하고 싶어 고민과 대표음식 선정을 위한 단계를 거쳐왔다”면서 “주먹밥뿐 아니라 대표음식에 선정되지 못한 다른 음식들의 육성과 동반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올해 광주시의 애정은 주먹밥에 집중될 예정이다. 시는 광주의 관문인 송정역사에 광주주먹밥 업소의 입점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지원키로 했다. 또 시민들이 참여하는 ‘레시피 공모전’을 통해 광주만의 고유함을 담은 다양한 레시피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자리에서 시는 참석한 기자들에게 예시로 주먹밥 도시락 한 팩씩을 나눠줬다. 주먹밥은 나물과 소고기 등 재료별로 구성됐는데, 일반 주먹밥과 달리 색다른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주먹밥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크기를 소중대 세 가지로하고 나물과 소고기, 참치 등을 첨가한 여러 주먹밥이 개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광주주먹밥 상품화·브랜드화 육성을 포함해 △광주만의 독특한 레시피 표준화 및 다양화 △광주대표맛집 선정 육성·지원 △스토리텔링을 통한 홍보 마케팅 △광주대표음식 지원체계 구축 등 5대 사업을 ‘광주대표음식 브랜드화 비전’으로 발표했다.

 이중 광주대표맛집 선정 육성 및 지원을 위해 시설개선자금을 우선 융자지원하고, 광주 맛지도 등 홍보책자에 수록하는 등 ‘관광객 맞춤형 서비스 환경’을 조성한다.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선 ‘음식산업발전전담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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