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대학진학 265명중 19명 의대행
학벌없는사회 “영재학교 운영지침 어겨”

학교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제한 근거 없어”

▲ 광주과학고 전경.<출처=홈페이지>
광주지역 유일한 영재학교인 광주과학고 졸업생 가운데 매년 의과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논란이다.

국민 세금이 집중적으로 투자되는 영재학교가 설립목적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영재학교 취소 요구까지 이어지고 있다.

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위해 ‘영재교육진흥법’을 근거로 설립된 고등학교로 전국 8개교에서 790여명을 선발하며, 광주의 영재학교는 2012년 승인받은 광주과학고등학교(이하, 광주과학고)가 유일하다.

그런데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운영상 문제점이 확인된 것.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은 22일 광주과학고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진학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2018학년도 광주과학고 졸업생은 280명이었고, 대학 진학자 265명 중 19명(7.2%)은 이공계열이 아닌 의예·치의예·수의예 등 의학 계열 전공을 선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 “영재학교, 이공계열 인재 양성 목적”

학벌없는사회가 제시한 2016~2018년 광주과학고등학교 졸업생 진학현황에 따르면, 2016년엔 대학진학자 90명 중 의학계약 진학자는 6명, 2017년엔 86명 중 8명, 2018년엔 89명 중 5명이 해당됐다.

이와 관련해 학벌없는 사회는 “영재학교는 이공계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금기시 되며, 이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메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18학년도(2020년 졸업생 적용)부터 각 영재학교 모집 요강에 ▲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영재학교 운영목적에 부합하지 않음 ▲ 의학계열 진학 시 추천서 작성 거부할 것 ▲ 의학계열 진학 시 장학금·지원금 회수 방안 등을 명시 ▲ 의대 진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작성 등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영재학교 학생의 부모가 대부분 소득수준이 높은 것을 감안했을 때 경제적 비용을 포기하고서라도 의학 계열 진학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이며, 의학계열 진학을 막으려는 교육부 지침도 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워낙 추천서를 요구하는 의학계열 대학이 적고, 추천서 작성 주체가 ‘재학 중인 학교 교사’ 등으로 명시되지 않아서 연구교수나 전근교사에게 추천서를 받는 것을 허용하는 등 엉성한 지침을 빠져나갈 구멍이 많기 때문”이라고 학벌없는사회는 원인을 진단했다.

▲ “추천서 작성 요구, 통제할 장치 없어”

학벌없는사회는 “교육부가 지침을 만든 이유는 영재학교 학생의 진로 선택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이 집중적으로 투자되는 영재학교가 설립 목적 안에서 운영되도록 관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의학계열을 선택할 학생이 영재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그곳에서 절실하게 공부하고 싶었던 누군가의 기회를 빼앗아서 보장될 수밖에 없고, 이공계 영재를 기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투자된 비용을 배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벌없는사회는 “이러한 지침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학과·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법령 개정 등의 강제적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영재교육으로 정말 이공계열 인재를 양성하고 싶다면, 굳이 영재학교가 아니라도 입시경쟁 바깥에서 운영되는 별도의 기관을 기획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일 수 있다”고 봤다.

이에 학벌없는사회는 “영재학교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소위 명문대학 진학수단으로 전락한 영재학교에 대한 철저한 평가를 통해 광주과학고의 영재학교 지정을 취소할 것”을 광주광역시교육청에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광주과학고 관계자는 “학교에선 설립 취지에 맞게 학생들이 이공계열로 진학하기를 권고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일지라도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사례가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학교로서 해당 학생들을 법적 제한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 시민단체 “영재학교 지정 취소해야”

광주과학고에 따르면, 교육부 지침이 있기 수년 전부터 입학하는 날 서약서를 작성해 이공계 진학을 약속받고 의학계열로 진학하는 학생들에겐 교사 추천서, 장학금 등 대상자에서 제외해 왔다.

그럼에도 의학계열 진학자가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서 광주과학고 측은 “교육과정을 이공계 인재육성에 맞추고 과학 분야의 전문가 아카데미 등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졸업반이 되면 의대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생기고 있다”며 “이들 학생은 학부모님 의견과 주변의 권고에 따라 현실적인 결정을 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선택하는 것이어서 학교도 강제로 말릴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학벌없는 사회는 “심각한 기회의 불공정과 교육 불평등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교육부에 ▲ 영재학교 확대를 지양하고, 영재학교 운영 제고 ▲ 영재학교에 관대한 혜택을 베푸는 대학 입학전형을 엄격하게 지도 감독 ▲ 고교(대학)서열화와 불평등 현상 해소를 위해 국가차원에서 대학(고교)평준화의 비전에 걸맞은 교육정책 도입 등을 촉구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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