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 김찬곤 교수 한국미술사 강의
신가도서관서 한국미술사 강의

▲ 인터뷰 중인 광주대 김찬곤 교수.
 지난 24일 광주 신가도서관에서는 뜻깊은 강의가 있었다. 바로 ‘광주전남 미술의 기원-나주 마한’이다. 이날 강의를 맡은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김찬곤 교수는 광주전남 미술의 기원을 신석기 서울 강동구 암사동 빗살무늬토기에서부터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미술의 기원은 암사동 신석기 빗살무늬토기 무늬에 있고, 이 무늬에 깃든 신석기 세계관이 남북으로 퍼지면서 한국미술의 뿌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보에 연재하고 있는 ‘빗살무늬토기의 비밀’ 편을 참고하면 된다.

 24일 강의는 광주전남 미술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신석기 빗살무늬토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오는 31일에는 나주 마한의 여러 미술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러기에 앞서 무엇을 중심으로 마한 미술의 기원을 찾을 것인지 물었다.
 
 -마한 미술의 기원이라 하면 좀 생소한 주제이고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기도 하는데요.

 △ 예, 그렇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 미술사에서는 ‘한국미술의 기원’도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저번 광주드림에 실은 제주 고산리 융기문토기에 있는 무늬, 바로 그 무늬에서 우리는 한국미술의 기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그 글에서 한국미술의 기원을 ‘구름(云·雲)’으로 보았습니다. 마한 무덤에서 나오는 옹관이나 굽이 둥근 항아리, 일부러 찌그러뜨린 항아리는 그 구상이 구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우운화생(雨雲化生)의 세계관이고, 비(雨)의 기원인 구름(雲)에서 태어났으니 다시 구름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죠.

천마총 무덤 금관모, 익산 입점리 금동관, 일본 에다후나야마 무덤 금동관. 이 금관에 깃든 세계관은 모두 같다. 하지만 한일 고고학계에서는 이에 대해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나주박물관에는 마한 금동관이 있는데, 이것도 이번 강의에서 그 장식을 풀이하는지요.

 △ 네. 거의 완벽하게 풀어볼 생각입니다. 그전에 먼저 살펴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경주 천마총 금관모, 익산 입점리 금동관모, 일본 에다후나야마 무덤 금동관을 비교한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에서 왼쪽은 경주 천마총 금관모, 가운데는 백제 익산 입점리 금동관모, 오른쪽은 일본 에다후나야마 무덤 금동관입니다. 한일 사학계에서는 이 세 관모를 해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신라와 백제 두 관모를 별개로 보고 있고요. 우리가 궁금한 것은 백제와 일본 금동관 뒤꼭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역사 다큐에서 이와 비슷한 관모를 가끔 볼 수 있는데, 이때 아주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시청자들의 관심은 온통 저것에 가 있는데 다큐가 끝날 때까지 봐도 저거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때 시청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죠. ‘아, 저것은 당연히 ’어떤 것‘인데, 나만 모르고 있구나.’ ‘고고학자들한테 저것은 너무나 쉽고 당연한 것이어서 굳이 말하지 않는구나. 역시 나는 역사 유물을 잘 몰라. 무식해.’ 이러면서 자신을 책망합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역사 다큐에서 나레이터가 대충 얼버무린다든지,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는다면, 학자들도 모르는 경우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학자들은 뭔가 답을 내놓고 있을 것 같은데요.

 △ 저렇게 깔때기(학자들은 저것이 절에서 쓰는 밥그릇을 닮았다 해서 ‘수발’이라 한다)가 달린 금동관은 옛 백제 땅과 일본 무덤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당장 유튜브 같은 데서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는데, 한일 고고학계 어느 누구도 저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단지 이렇게만 말합니다. “이런 금동관은 한국과 일본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당시 일본과 한국이 교류를 했고, 서로 관련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런 말은 하나 마나 하는 말이고, 말하면서도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말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고, 고고학을 전공하지 않은 우리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학자가 할 말은 아니라는 거지요. 학자들은 “I don’t know!” 이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차라리 “아직 우리 학계에서는 이것이 뭔지 모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궁리를 해서 밝혀 주십시오” 하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일본 사카이시 닌토구 무덤. 전방후원분(장고형무덤). 길이 486미터. 일본은 3세기에서 7세기까지 나라 곳곳에 이런 무덤을 쓴다. 수만 기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생긴 무덤이 영산강 둘레에서 수십 기 나왔다. 한국과 일본 고고학계에서는 이 무덤이 ‘무엇’을 구상으로 한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단지 우리 학계는 일본과 마한의 교류가 있었다 말하고(이는 말하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일본 학계는 한때 일본이 마한 지역을 점령하고 지배했다는 증거로 삼으려 한다. 그런데 본질은 이 무덤이 ‘무엇’을 형상화했는지, 바로 이것이다. 이것이 밝혀지면 일본의 그 많은 전방후원분의 기원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수님은 어떻게 보는지요.

 △ 이번 마한 미술사 강의에서 자세히 밝히겠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모양을 보면 삼각형(빗살무늬토기에서 볼 수 있는 삼각형 구름-본보 빗살무늬토기의 비밀 연재글 참조바람)에 가깝습니다. 뭉게뭉게 구름에서 뭉게 하나를 형상화했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바탕에 구름무늬를 했고요. 가장 왼쪽 천마총 금관모 뒤꼭지 쪽을 보면 좀 튀어나오고, 동그랗게 되어 있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구름이 나오는 천문(天門)입니다. 디자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이 부분은 굉장히 만들기 어렵고, 신라 장인이 일부러 만든 것이 분명합니다. 이는 학자들이 지금껏 놓친 부분입니다. 백제와 일본의 깔때기는 신라 장인이 평면에 1차원으로 표현한 천문(天門)을 3차원 입체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중국 한자 갑골, 금문, 육서통의 천문(天門)에서 찾아볼 수 있고, 중국의 청동 제기에서 그 형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충분히 근거를 댈 것입니다.

마한 옹관. 국립나주박물관. 한중일·베트남, 세계 고고학계는 이 옹관이 ‘무엇’을 구상으로 한 것인지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강의에서 새롭게 밝힐 미술은 또 어떤 게 있나요?

 △우리 사학계에는 지금까지 풀지 못한 게 아주 많습니다. 신석기 빗살무늬토기, 청동기 다뉴세문경과 고인돌, 삼국시대 초기 웅관묘와 원통형토기, 신라 금관·성덕대왕신종·첨성대·토우장식항아리·천마도, 고구려벽화 천장그림, 신라와 가야 무덤, 마한의 장고형무덤(전방후원분)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밝힐 것입니다. 고인돌은 과연 무덤인지, 도대체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지, 옹관의 구상은 무엇인지, 원통형 토기는 과연 토기인지, 금관은 무엇을 형상화 한 것인지도 그 얼개를 밝힐 생각입니다.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김찬곤 교수. 그는 서울 강동구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무늬 해석을 통해 한국 신석기인의 세계관을 그려내고 있고, 곧 ‘한국미술사’ 첫 번째 권을 낼 생각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