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교육청, SOC시설 추진
상무중에 “의견수렴 하라”
학부모·학생들 반대시위
“소중한 모교, 일방 폐교 안 돼”

▲ 7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통폐합 반대 시위를 연 상무중 학부모들과 학생들.
“2년 전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지금 3학년들은 졸업도 하기 전 또 다시 모교가 사라질 위기에 쳐한 거죠. 그때 혼란으로 상처를 입었던 우리 학부모들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분노하는 건 당연합니다.”

7일 이른 오전부터 광주시교육청 본관 앞 상무중학교 학부모, 학생 40여 명이 ‘학교 통폐합’ 반대 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6일 현충일과 주말 징검다리 휴일로 학교를 쉬는 학생 20~30여 명도 시위에 동참했다.

이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알권리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채 졸속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무중 통폐합 논의의 전면 중단을 촉구한다”며 오전 내내 집회를 이어갔다.

▲“2년 전도 통폐합 추진하다 반발 무산”
7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통폐합 반대 시위를 연 상무중 학부모들과 학생들.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과 관할 서구청은 상무중과 치평중을 하나로 합친 뒤 400억원을 들여 진로체험센터와 복합문화센터를 신축하기로 하고, 여론수렴 중이다.

지난 4월15일 발표된 국무조정실의 생활 SOC시설 복합화사업 계획에 따른 지역단위 추진계획에 따른 것.

교육청이 학교에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지시한 게 지난달 8일이었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학부모들에겐 공식적인 안내가 없었고, 학교운영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아 깜깜이 추진 논란을 낳은 것이다.

학부모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상무중측은 5월30일 경 학부모에게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육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도 공식적인 절차, 안내 없이 비밀스럽게 학교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의도가 충분히 의심스럽다”며 반발하는 이유를 밝혔다.

상무중, 치평중, 효광중, 금호중 위치도. <교육청 제공>

사실 2017년 초 광주시교육청은 초·중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며 상무중을 치평중에 통합하고 그 자리에 특수학교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학교통폐합 대상지를 우선 특정한 뒤 학교 구성원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밀어붙이기식의 행정을 진행했다”며 학부모, 지역사회 등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바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상무중 통폐합 반대 대책위원장 김분현 학부모는 “2017년 당시 1학년이었던 학생들이 지금 3학년에 재학중이며, 또 다시 학교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됐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학교 통폐합 시기와 절차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이후 상황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김 대책위원장은 “만약 학생들이 치평중에 통폐합될 경우 새로운 학교에 다시 적응해야할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안게 됐다. 1학년의 졸업까지는 보장된다 해도 더 이상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학교로서의 분위기와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교 상실감, 일방적으로 추진해선 안돼”
7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통폐합 반대 시위를 연 상무중 학부모들과 학생들. 점심시간이 되자 짜장면을 배달시켜 식사를 해결했다.

이어 “모교는 한 인간에게 고향과 같은 곳인데, 자신의 자취가 깃든 곳이어서 늘 기억하게 되고 힘들 때 돌아가고 싶은 곳일 텐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모교가 사라질 경우 당사자들이 겪는 상실감을 떠올리면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덧붙였다.

시위 현장에서 만난 상무중 1학년 김영민 학생은 “한 달 정도 전부터 학교에서 학교가 통폐합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면서 “처음엔 장점이 있겠지 싶었지만, 모교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기운이 빠졌고, 만약 전학을 가게 된다면 적응도 어려울 것 같아 반대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도 ‘전통있는 태권도부 선수들 불안해서 못살겠다’ ‘추억이 깃든 소중한 모교를 없애지 마라!’ ‘교육감님, 작은학교가 희망이라면서요? 통폐합 막아주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또 다른 학부모 A씨는 교육청이 상무중의 학급 수를 의도적으로 줄여온 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상무중 1학년 학급 수는 4개, 치평중은 6개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4월 사업 계획이 나왔기 때문에 사전에 학급 수 조절을 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실제로 해당 지역 부근엔 금호중과 효광중도 자리하고 있어 학생 수 감소와 함께 분산이 이뤄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은 “해당 사업 일정과 부지가 확정되지 않아 특정해서 언급하긴 어렵다”면서도 “학교가 통폐합 될 경우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한하기 위해 전학 등의 조치는 지양할 것이고 충분한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 지원 등을 감안해 볼 때 지금이 적기이고 지자체 등과 다음 주 중으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학교 선정과 추진방법, 일정 등을 협의하고 학부모 설명회, 공청회, 찬반투표 등의 절차도 밟아 나갈 계획”이라며 “답이 정해져 있던 2년 전 상황과 다르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 “정부 지원 감안 지금이 적기”
이날 집회를 연 상무중 학부모와 학생들은 오는 12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면담을 약속 받고 현장을 철수했다.

한편 2017년 초 광주시교육청은 초·중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며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대상 학교 구성원들은 “강제 폐교” 정책이라고 반발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해 왔다.

교육청 통폐합 계획에 따르면, 중앙초는 인근의 서석초에 통합하고 기존 건물은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삼정초는 율곡초·두암초와 통합한 뒤 특성화고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또 상무중은 치평중에 통합되고 그 자리에 특수학교를, 천곡중은 첨단중에 통합해 여고 설립을 계획한 바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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