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본청 총괄시 1개업체 독식”
전교조 “총괄 렌탈시 학교 업무 크게 줄어”

▲ 전교조 광주지부가 지난 11일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정화기 총괄 임대’를 요구하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 ‘공기정화기’ 관련 업무가 뜨거운 감자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시급하게 ‘학교 공기정화기 설치’가 추진된 가운데, 광주시교육청과 일선학교가 관련 업무 부담을 놓고 격렬하게 대립하는 상황.

 광주 전교조는 “교육청이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업무를 학교로 무리하게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하며 ‘교육청 총괄 렌탈(임대)’를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1개 업체 독식’ 등 다른 이유로 선뜻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번 ‘공기정화기 갈등’은 그동안 교육청과 학교 사이에 행정 업무 부담을 놓고 이어져 온 갈등이 한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교육청이 새롭게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교육현장인 일선학교에 행정업무를 과도하게 분담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누적해 폭발했다는 것이다.
 
▲“학교별 업체 선정” vs “행정업무 과중”

 13일 전교조 광주지부는 “시교육청이 일선학교에 공기정화장치 예산과 공문을 내려 보내 일단 철회를 요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교조에 따르면, 지난 11일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전교조와의 면담을 통해 “전교조가 요구한 ‘총괄 렌탈’에 대해 재논의해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교육청은 10일 학교별로 해당 예산을 내려 보냈다.

 하지만 전교조는 “과연 교육청이 얼마나 학교현장의 업무 부담에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교육청 논의 결과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총괄 렌탈’에 반대한다며 밝힌 교육청의 입장이 도무지 납득 가능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다.

 시교육청은 이달 중 지역 중·고교에 모두 50억8500만원을 교부해 3390학급에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62억원을 들여 유·초·특수학교 5545학급에서 설치를 마쳤다. 기존 구매 방식에서 렌탈 방식으로 변경하고, 학교별로 업체를 선정해 계약토록 했다.

 그러면서 교육청은 “한꺼번에 계약 시, 1개 업체에서 승자 독식을 하게 돼 납기 지연, 부도 등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학교별 계약을 고수했다. 또 “학교별로 다른 환경, 구성원들의 기호를 반영하기에도 더 효율적이며, 일괄 계약 시 지역 업체 참여가 사실상 차단된다”는 점도 이유로 설명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지난해 초등학교 선례를 살펴보면, 교육청의 우려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며 “학교 별로 자율성을 가지고 고민을 한다고 하더라도 공기정화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확인된 바로는 모든 학교가 ‘대기업’과 계약을 맺었다”고 반박했다.
 
▲전교조 “학교별로 해도 대기업 독식”

 전교조 관계자는 “초등학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학교별 내부 논의를 거쳐도 결국 지역 기업이나 다양성이 고려되기보다 성능과 A/S 등을 따져 대기업을 선택했다”면서 “1개 업체 독식에 대한 교육청의 우려는 현실과 괴리된 오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교조는 “대기업 위주의 계약이 이뤄지는 추세라면 교육청이 총괄 렌탈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예산이 절반 가까이 절감되고, 남은 돈으로 음악실, 과학실험실 등 특별실에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종시와 광주를 제외하고 모든 타 시도교육청에서 총괄 렌탈을 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라고 꼬집었다.

 비교적 대응이 늦었던 전남의 경우 최근 22개 시·군 교육지원청에 업무를 배정해 계약 규모가 적절하게 분할됐다.

 그런데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현장의 요구로 업무가 본청으로 이관돼 예산 책정 과정을 거슬러 지역교육청에 환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남 사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는 “교육청이 지난 조직개편으로 교육지원청에 있던 ‘교육환경팀’을 본청으로 옮겨와 환원이 불가능하겠지만, 그러면 본청에서 업무를 맡고 부족한 인력을 한시적으로라도 파견하면 될 일”이라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전교조가 공기정화기 총괄 렌탈을 요구하는 이유는 “학교 업무 경감”이다.

 전교조는 “교육청이 새로운 업무를 추가할 때마다 일선학교로 업무를 내려보내는 게 관행처럼 돼 버렸다”며 “보통 행정업무를 맡게 되는 행정실 직원들은 퇴근도 못하고 학교에서 밤을 새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사업마다 업무 분장 논란

 전교조에 따르면, 올해 3월 교육감 예비비로 급히 저소득층 학생에게 하루 안에 마스크를 지급하라는 교육청의 지시가 있었고 일선학교에선 250여 명의 대상자를 파악하고 공문을 처리해야 했다.

 “이밖에 2012년 학교폭력 생활기록부 기재,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교육 강화, 2015년 교복 학교주관 구매 등 지난 정권의 요구가 일선 학교로 하달되며 수많은 업무에 치이게 됐다”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전교조는 “학교에 연간 1만 건 이상의 공문이 유통되고 있다”며 “교직원이 보다 편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잡무를 없애서 학교가 온전히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교육적 요구”라며 교육청의 해당 업무 철회와 교육당국의 대응책을 촉구했다.

 전교조 광주지부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조합원은 물론 모든 교직원이 공기정화장치 배치와 관련된 업무를 거부하고, 이미 업무담당자가 정해져 관련 공문이 배정되었다면 공문 재지정을 요구 등”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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