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지수 100%, 따뜻한 가슴 키워내다
1~6학년, ‘여섯마을 감성통통’ 교육과정

▲ 월계초 학생들의 꿈그림 명패가 전시된 ‘꿈자람터’.
 ‘네모난 책가방에 네모난 책들을 넣고, 네모난 버스를 타고 네모난 건물 지나 네모난 학교에 들어서면, 또 네모난 교실 안에 네모난 칠판과 책상들….’ ‘네모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를 통해 등교하는 학생의 답답한 마음을 유추해본다. 온통 사방이 각진 네모들 속에서 조금이라도 삐죽 튀어나올 자유로움이 허용될 수 있을까?

 ‘감성교육’을 특색교육으로 삼고 있는 광주 월계초(광산구 첨단내촌로 83)는 등굣길부터 색다르다. 교문에서 학교 건물로 향하는 길을 꽃나무 향기 그윽한 숲길로 꾸며놓았다. 일명, ‘꿈知樂(지락) 오솔길’. 새소리, 물소리에 학생들의 오감이 열리는 오솔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운동장 한 켠을 할애해 조성한 소규모의 숲이라도 수생식물, 각종 계절 꽃나무 등이 싹을 틔워내고 향을 내뿜고 있었다.

 오솔길은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주변 환경을 개선해 학생들에게 따듯한 감성을 심어주려는 시도였다. 월계초는 교육과정 운영에서도 감성을 중점으로 한 ‘예술교육’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다양한 예술 체험으로 감성지수를 키운 학생들은 자기 표현력,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틀려도 다시 도전하려는 끈기 면에서 점진적인 변화를 이뤘다.

 월계초가 감성에 집중하게 된 건 2016년부터 교육부 지정 ‘예술드림거점학교’를 운영하면서부터다. 이듬해 산림청 공모사업으로 숲길을 조성했다. 월계초는 교육청 지정 ‘빛고을 혁신학교’는 아니지만, 예술교육에 방점을 찍고 학교 혁신을 시작한 셈이다. 덕분에 2016년 교육부가 수상한 학교 예술교육 최우수 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학교 자체 제작 학년별 ‘꿈지락 학습장’

 “월계초에 부임하고 처음 마주한 학교는 쓰레기가 가득한 어수선한 모습이었어요.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큰데도 학교의 환경은 교육적이지 않았던 거예요. 아름다운 곳에서 아름다운 심성을 가꿀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했어요.”

 월계초에 2015년 9월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한성범 교장이 변화의 동력으로 ‘예술교육’을 택한 이유다. 복지 취약 학교로 문화 혜택과 주변 환경이 열악한 편이라는 점도 예술교육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우리나라에선 예술교육 하면, 엘리트 예술교육을 떠올리게 됩니다. 많은 투자와 지원이 투입되고 특출 난 성과를 내야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하지만 월계초는 모든 학생들이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게 더 중요했어요. 그래서 누구나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대중예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월계초 예술교육은 ‘여섯 마을 감성 통통’이라는 특색교육 테마를 가지고 학년별로 이뤄지고 있다. 감성과 관련한 주제를 학년별로 선정해 심미적인 감성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의 발달 단게에 맞는 주제를 택해 관련 교과와 연계한 체험활동이 주가 되고 있다. 창의적체험활동 시간 등을 활용해 연간 20차시 정도의 교육과정 시수가 편성됐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30시간 이상이다.

 1학년은 ‘놀이마을’을 테마로 닭잡기 놀이, 달팽이놀이, 물총놀이 등 놀이체험, 2학년은 ‘동시마을’을 주제로 말놀이, 시화그리기 등을 통해 예술활동에 입문한다. 3학년 땐 ‘음악마을’이란 테마로 리코더 연주로 발표회 준비, 4학년은 연극을 통한 캐릭터 이해하기로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을 키운다. 5학년은 ‘명화마을’을 통해 직접 명화를 그려보고 패러디하기, 6학년 땐 ‘영화마을’을 주제로 영화 감상과 제작까지 참여하면서 월계초 예술교육의 종착지로 향한다.

 월계초는 각 학년별 예술교육을 여섯 개의 마을로 표현한 것은 지역 연계 자원을 활용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음으로써 예술적 감성을 가꿔가기를 바라는 목표가 담겼다. 일시적인 단발성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6년간의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월계초가 야심차게 마련한 학습장도 한 몫을 한다. 학습장은 지난 3여 년 간 월계초 교사들이 직접 학년별 테마에 맞춰 예술교육 가이드북을 리뉴얼해왔고, 학생들이 한 땀 한 땀 적어 완성하는 미션북처럼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학생과 학부모가 참여하는 예술동아리도 운영되고 있다. 국악고적대, 방송동아리, 하모니카 동아리 등이 활발하다. 특히 예술교육을 지역사회와 나누기 위한 ‘예술나눔 봉사단’ 운영은 감성교육의 성과를 보여주는 큰 수확이다. 매달 1회 10여 명의 학생들이 마을의 요양원을 찾아 악기를 연주하거나 예술교육을 선보이는 자리를 갖는다. 예술로 체득한 공감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학생들의 가슴은 한 층 더 뜨거워진다.
월계초 4학년 학생들의 `명화’ 교육 연계 작품 제작 활동 모습.|||||

 감성교육의 또 다른 성과는 교육환경을 예술적인 시선에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월계초는 오솔길 뿐 아니라 학교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공력을 들이고 있다. 예술교육과 연계하기 때문에 부담은 적되, 효과는 크다고.

▲예술교육 시스템 정착…재능봉사로

 월계초 정해영 연구부장은 “학교 건물 벽면에 학생들이 목공예 수업에서 제작한 ‘티티새’들로 꾸며진 곳이 있다”며 “학생들이 직접 사포질, 못질을 해보며 색깔을 입힌 작품을 학교의 일부를 꾸미는 데 활용하니 일석이조에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4학년 학생들이 마을교육공동체 소속 전문 강사와 협력 수업으로 참여한 목공예 수업이었다. 학교의 외벽에 부착할 목공 티티새, 새집 등 예술품 120점을 제작했다. 1학년 신입생들의 꿈 그림 명패를 제작해 ‘꿈자람터’라는 공간을 마련하고, 명패를 전시한 공간 역시 환경개선과 예술교육의 시너지를 보여주는 공간이 됐다.

 이밖에도 독서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책속의 감동 한 줄 찾기’ 이벤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선정한 글귀를 현수막으로 제작해 게시하고 있다. 학교에 각종 이벤트를 비롯해 변화의 물결이 일렁일 때마다 교사, 학부모가 함께하는 SNS ‘밴드’에 공유되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소통으로 이어진다. 월계초 밴드의 경우, 학부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학교 안팎의 소식뿐 아니라 가정통신문이나 각종 교육자료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참여하는 소통 창구로서 활성화 돼 있다.

 월계초 오승미 교무부장은 “예술교육, 감성교육이라는 구호만 있고 학생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학부모님들께서도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지 않으실 테지만, 월계초 학부모님들께선 4·16, 5·18 주간을 맞아 학교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자리를 빛내 주고 계신다”면서 “구성원 간 연대는 교육의 방향이 우리 학생들에게 좋은지 아닌지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놓고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예술교육을 위해 별도의 학습장을 제작하고 새로운 안건을 내는 데 교직원들 간 협의 과정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정서적, 기초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마음을 모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월계초는 1995년 설립됐고 현재 학생 수 651명, 교직원 45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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