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광산·폐기물장 등 광산구 대처 유감
간절한 민원에 ‘법대로’만 외치는 셈

“자치=정치” 거스른 행정편의주의 지적

▲ 17일 광산구민들의 성토장이 된 광산구청.
 최근 광산구가 클린광산사회적협동조합(이하 클린광산), 임곡 폐기물처리장 등 여러 갈등 현안에 직면했다. 개별 사안마다 어떤 해법이 옳을지 여러 주장과 논쟁이 있으나 각 현안을 대하는 광산구의 태도에 대해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해 당사자, 주민들과의 대화가 아닌 법·제도에 기댄 행정편의주의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치가 실종됐다’는 것.

 6년의 공든탑을 일순간 허무려는 광산구의 ‘통보’에 클린광산 조합원들은 구청 앞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것만으론 광산구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기엔 모자라다는 듯 지난 17일 광산구청 광장에는 쓰레기 수거차량 8대가 진을 쳤다.

 이를 두고 김영관 광산구의원은 “지역 내 갈등을 최소화하고 해소하는데 앞장서야 할 행정이 오히려 (행정과 당사자가)계속 부딪히면서 갈등만 심화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버넌스 외치다 불리하면 반드시 법과 원칙

 클린광산의 집회를 지켜본 이승남 광주비정규직센터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산구청의 주민자치는 허울인가”라며 탄식하는 글을 올렸다.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뽑힌 협동조합을 유지시켜달라는 요구를 왜 광산구청이 수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주민자치는 들러리인가. 아니면 정치적 수사인가. 필요할 땐 거버넌스, 불필요할 땐 법과 원칙인가”라는 지적과 함께. 클린광산의 존치 문제가 불거진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광주시 감사위원회 결과였다. 수의계약으로 특정업체, 그러니까 클린광산을 폐기물 수거업무를 수행할 업체로 선정한 게 ‘부적정’하다는 게 감사 결과의 핵심.

 김삼호 광산구청장 체제에 들어 시설관리공단으로의 폐기물 수거 업무 일원화를 추진해 온 광산구는 이 광주시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를 내세워 이달 30일 계약 만료를 끝으로 클린광산을 시설관리공단으로 통합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름 아닌 광산구의 제안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어 6년이나 일해 온 클린광산 조합원들의 의견이나 목소리는 이러한 광산구의 결정 과정에 끼어들 틈이나 시간적 여유 자체가 없었다.

 클린광산의 파업 예고 등 반발이 지속된 후에도 광산구는 정부 부처의 ‘유권해석’에만 의존하며 문제를 풀어가려 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광주시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나 지방계약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환경부의 의견과는 다르게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부처나 기관마다 다른 의견과 해석으로 클린광산 문제는 더 꼬이고 복잡해져만 갔다.

 주민들과의 소통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려는 접근이나 노력이 충분하지, 아니 사실상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치, 주민 한사람 목소리도 들으라는 것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김현영 상임이사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자치를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고 변화시키는 것이 지금 이 시대가 바라는 자치, 행정의 모습이다”며 “직접 선거로 자치단체장을 뽑는 것도 법과 제도만 앞세우기 보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우선하고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의 잘못된 점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라는 게 담겨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때로는 법과 제도에 어긋나는 무리한 요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무원들이 중심이 된 행정기관의 수장’을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뽑도록 한 데에는 행정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재 광산구는 주민,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아닌 법의 해석, 제도에만 기대고 있다. 그 ‘법과 제도’의 틀에 주민들의 요구나 목소리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보니 갈등 상황을 부추기고, 더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게 김 상임이사의 지적이다.

 이승남 소장은 광산구의 대처 방식을 두고 “그동안 광산구가 추구해 온 주민자치라는 가치와 모순되는 사항이 있다”며 “(현재 광산구는)행정이 주도하면서 ‘주민은 따라와라’ 이런 식이다”고 말했다.

 김영관 의원도 “클린광산의 문제는 주민자치와 구태한 행정의 마찰로 볼 수 있다”며 “광산구는 행정이 자치 역량을 이끌거나 그 역량에 기반한 조건을 열어주기보다 구태하게, ‘행정적’으로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17일 황룡강 주변 폐기물처리장에 반대하는 광주 광산구 종산마을 주민들이 면담을 위해 광산구청장실을 점거하고 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주민들의 반발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임곡 폐기물처리장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임곡 폐기물처리장을 반대하는 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 3월부터 구청 앞에서 일주일에 한 차례씩 집중행동, 매일 아침 1인시위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구청장이 간담회 한 번 해주지 않자 구청장실까지 점거했지만 광산구는 주민들에게 속 시원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뒤늦게 TF팀을 제안했으나 주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기피시설 입지, 충돌 예상 못했나?

 기피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나 문제제기가 불보듯 뻔함에도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다가 허가가 난 뒤에야 ‘의견수렴’이란 형식을 차리는 방식의 행정이 자초한 결과다.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최소한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박재만 상임대표는 “주민들을 지방자치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행정의 수혜자’로 보는 태도나 인식이 여전하다”며 “‘적극 행정’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여전히 소극적인 법령 해석에 머무르는 행정은 주민들에게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어떻게 적용시킬지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에서 그 법과 제도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고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이 출발점은 주민들의 의견과 목소리를 우선하는 ‘참여행정’이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여러 갈등현안을 다루고 있는 광주시장 직속 시민권익위원회 최영태 위원장은 “갈등현안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의 입장을 경청하고, 입장을 뒤집어 생각해보는 절차를 갖는 것이다”며 “행정이 스스로 민원인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해볼 있다면 권익위가 나서지 않아도 풀릴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또 공무원사회는 기존 관례, 법과 제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측면에서 감사제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잘못을 엄격하게 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창의성 있고 열심히 일하려는 것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문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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