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앞둔 학비노조 한연임 지부장 “마지막 각오”

▲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철례’를 촉구하며 삭발하는 광주학비연대 한연임 지부장. 작은 사진에선 맨 오른쪽이 한 지부장.<유튜브 영상 캡쳐>
 “이번 총파업은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큽니다. 문재인 정부 공약이었던 ‘공정임금제’가 아직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교섭은 일관되게 시간만 끌다 파업까지 오게 된 겁니다. 올해 이 긴긴 싸움을 끝내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요원해질 수 있어요”

 유튜브 영상 속 한연임 광주학비연대 지부장이 광주의 한 학교 급식실을 찾아 힘주어 말했다. 급식조리사들과 앞으로 있을 총파업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 한 지부장은 올해가 지부장직 마지막 임기로 총파업을 앞둔 심경이 더욱 간절하다고 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한 지부장의 일상을 다큐 형식으로 기록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해 지난 20일 공개했다. 7월3일부터 5일까지 사상 첫 전국 총파업에 돌입하는 학비노조는 이번 총파업의 의미와 목적을 전달하기 위해 한 지부장의 일상을 갈무리했다.

 “이번에 삭발을 하면, 다섯 번째 삭발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삭발 때보다 더 의미가 큰 것 같아요. 정년을 앞둔 마지막 삭발이어서 일까요? 이번만큼은 끝장내는 투쟁이 돼서 내년엔 자랑스럽게 학교 현장에 복직하고 싶습니다.”
 
▲유튜브 영상 통해 심경 고백

 한 지부장은 급식조리원 조합원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지부장직 임기가 마지막인 그는 정년을 1년 남기고 내년 학교 현장으로 복직한다. 한 지부장은 2010년 학비노조가 설립된 해부터 지부장 직을 맡아왔다.

 “여전히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에요. 수많은 갑질을 당하는 환경에서 조합원들이 일하고 있고, 여전히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직급의 임금 80% 수준, 그리고 교육공무직으로서 신분이 보장 돼야만 지금까지의 아픔, 설움을 떨치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회복할 수 있어요.”

 한 지부장은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한 지부장 동생인 한윤임 학비노조 광주지부 조합원도 영상 인터뷰에 참여했다. 그는 그동안 한 지부장의 비정규직 투쟁의 고군분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 중 한 명이다.

 “첫 번째 삭발 때는 딸이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서 더욱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언니는 ‘시작한 일 끝까지 마무리 하겠다’는 책임감으로 매순간 투쟁에 임했습니다.”

 언니가 존경스러우면서도 엄마로서 아내로서 가정사의 몫까지 다할 수밖에 없는 여성 한연임의 고난도 충분히 이해했다.

 “형부가 몸이 안 좋아지셔서 명예퇴직하고 집에 계셔요. 언니는 형부의 병 수발을 하면서 삭발, 단식, 파업까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투쟁에 참여해왔습니다. 동생으로서 가슴이 아픕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지부장으로서 언니가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늘 응원하고 있어요.”
 
▲7월3~5일 유례없는 총파업

 총파업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전국 학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명이 정부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이행’을 촉구하며 삭발에 나서기로 한 날이다.

 한 지부장도 삭발에 참여하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청와대로 상경하기 전 집에서 식사 준비가 어려운 남편을 위해 먹을거리들을 정성스레 손질했다. 그리곤 남편에게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여보, 나 삭발….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방 안에서 남편의 한탄이 새어나왔다. “아이고”를 연발하는 남편을 뒤로 하고 한 지부장은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리며 현관문을 나섰다.

 학교 급식조리사와 돌봄전담사, 교무실무사 등 100명의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삭발식이 열렸다. 그 가운데 한 지부장도 눈을 질끈 감고 순식간에 밀려나가는 머리카락을 바라봤다.

 “첫 번째는 나를 위한 싸움이에요. 그리고 두 번째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겁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만큼은 비정규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지요.”

 한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광주지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광주지부 등이 참여한 광주학비연대는 5월부터 5주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9만5000명의 국공립 조합원 중 89.4% 찬성으로 최장기, 최대규모 총파업(7월3~5일)을 결의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철례’를 촉구하며 삭발하는 광주학비연대 한연임 지부장.<유튜브 영상 캡쳐>|||||
 
▲“국내 비정규직 절반, 학교 소속”

 노조에 따르면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70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만여명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다. 학교에서 일하는 전체 노동자 중에선 41%다.

 학교 비정규 강사 16만여명과 교육공무직 14만여명, 기간제 교사 4만7000여명, 파견·용역직 2만 7000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이들의 임금은 출근하지 않는 방학을 제외하고 기본급이 평균 164만 2710원 정도에 그쳐, 정규직의 64%가량이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공약하자 이를 이행하기 위한 대표 방안으로 공정임금제와 교육공무직 법제화를 제시해왔다.

 공정임금제는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인 현 임금 수준을 80%로 올리는 것이다. 노조는 이 공정임금제가 정규직-비정규직 임금비율을 최소 80%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노조는 초중등교육법에 ‘교육공무직’을 명시해 정원이나 인건비 등 기준을 세울 근거를 마련하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꾸려진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사용자인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과 집단교섭 중이지만, 교섭 절차만 놓고 두 달째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관련 영상 검색: 유튜브(Youtube) ‘학교비정규직노동자 한연임의 마지막 소원’ 검색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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