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화사회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기 어려운 사람의 ‘디지털 문맹’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서울특별시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층과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문해교육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디지털·생활밀착형 문해교육 콘텐츠 개발과 체험형 문해교육장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성인 문해교육 활성화 4개년 계획’(2019∼2022)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대책을 세울 것을 제안한다.
 
▲성인 디지털 문맹의 실태

 한국은 지구촌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이다. 2008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문맹률은 1.7%로 한국인은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쓰고, 시내버스 번호를 읽을 줄 안다.

 하지만 글을 읽을 줄 알아도 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약병에 쓰인 사용방법을 읽고 그대로 복용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비문해자는 약 64만 명으로 전체 성인의 7.8%로 추정된다. 그 중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이 어려운 성인은 39만 명(4.7%), 약 복용법 이해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성인이 약 24만 명(2.9%)이다. 이들의 다수는 초등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이다.

 비문해자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무인기기 활용이 26.9%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은 스마트폰 활용 18.4%, 금융기관 방문 15.1%, 관공서 방문 14.6%, 의료기기 이용 9.4%, 주변 사람과 소통 8.0%, 대중교통 이용 6.1%, 기타 1.4% 등이었다.
 
▲무인기기 활용법을 가르친다

 서울시는 문자를 읽고 쓰는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 기기 사용, 지하철 노선 읽기와 같은 기초 생활능력을 가르치는 문해교육을 실천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우선 시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문해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했다.

 어르신은 ‘지공거사’로 불리기도 하는데,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사람이란 뜻이다. 어르신이 지하철을 타려면 지하철 노선표를 읽고, 승차권을 구하거나 시니어 카드를 발급받고, 적절한 환승역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최근 많은 식당에서 주문을 무인기기로 받고, 편의점에서도 무인기기로 계산하는 경우도 있다. 현금을 전혀 받지 않는 카페까지 생기면서 무인기기에서 카드나 핸드폰으로 결제하지 않으면 커피 한잔을 마시기가 어렵게 되었다.

 서울시는 성인이 무인기기와 스마트기기를 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쳐서 비문해자의 비율을 2022년까지 6.6%로 낮추려고 한다. 이를 위해 4년간 86억 원을 투자하여 2019년에 1만8507명을 가르치고 2022년까지 모두 10만1766명에게 문해교육을 실시한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성인을 위한 디지털 문해교육의 주요 내용은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쉽게 사용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앱으로 기차표 예매하기, 카카오택시 호출하기, 영화관과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무인기기로 예매·주문하기 등이다.

 젊은이가 스마트폰으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르신도 쉽게 익혀서 활용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교육 컨텐츠를 올해 개발하여 보급한다. 교재는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서울시평생학습포털에 게시하고 무상으로 배포한다.

 평생학습포털에 게시하더라도 그곳에 접속할 수 없는 성인이 많기에 찾아가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 그동안 성인교육은 문자를 읽고 쓰는 교육에 집중했는데, 앞으로는 디지털 문맹을 해소하는 데 보다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찾아가는 문해교육을 실시한다

 서울시는 복지관, 동행정복지센터 등 총 306개 문해교육기관(공공 254개, 민간 52개)에서 문자해득 교육에 집중했는데,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서 ‘디지털 문해교육’과 ‘생활형 교육’에 보다 체계적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문해교육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서울시 문해교육센터’와 4개 권역별 거점기관도 새롭게 지정한다. 문해교육센터와 권역별 거점 기관은 306개 공공·민간 문해교육기관 간 시너지를 도모할 것이다.

 3명 이상이 함께 요청시 ‘찾아가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2022년 100개까지 확대하고, 민간 교육기관의 학습자 상담,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관리 등을 위한 ‘(가칭)문해교육 매니저’도 육성해 파견한다. 또한, 결혼이민자, 귀화자, 북한 이탈주민 등을 위한 ‘지역 특화 문해교실’은 2020년 10곳에서 출발해 2022년 30곳을 운영할 작정이다.
 
▲체험을 통해 디지털 문화를 배운다

 디지털 문맹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방식으로 운영하고자 한다. 디지털 문해교육에 관심있는 시민을 위해 올해 스마트폰·소셜미디어(SNS) 활용법을 가르치는 ‘디지털 문해학습장’을 시범 운영한다.

 전통적인 교실에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개인용 컴퓨터,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갖춘 곳에서 이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성능이 좋은 스마트폰을 단지 ‘움직이는 전화기’로만 이용하는 사람에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올리고 소통하는 기술을 익히도록 한다.

 아울러 2022년까지 체험형 문해교육장인 가칭 ‘서울시 해봄 문해마을’을 노년층이 많이 찾는 종묘와 탑골공원 일대에 조성한다. 문해마을에서는 누구든지 은행 ATM(자동입출금기),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무인정보 단말기)를 직접 체험하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문해교육 매니저가 상주하여 필요한 도움을 주면서 누구나 디지털 기기를 손쉽게 활용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실태조사를 하여 실용적으로 알려준다

 서울시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해 서울지역 문해교육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또 시, 자치구, 민간에서 각각 운영되는 문해교육 정보를 총망라한 ‘통합관리시스템’도 2020년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세계 여러 나라는 스마트 도시를 지향하고, 가정은 로봇과 전화,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을 연결시켜 원격으로 활용하는 범위를 늘리고 있다. 디지털 기기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활용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소외되고 쉽고, 이를 잘못 작동시켜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

 따라서 첨단화된 디지털 기기를 모든 시민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각 연령과 계층에 맞는 학습 방법을 개발하고 보급할 필요가 있다. 이점에서 ‘성인 문해교육 활성화 4개년 계획’을 세우고 찾아가는 교육, 체험형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서울시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다른 지역도 디지털 문해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서울보다 성인 비문해자 비율이 높은 광주, 전남 등 다른 지역에서는 이러한 계획이 아직 수립조차 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일이다. 디지털 기기는 표준화되어 있기에 서울에서 개발된 교육 콘텐츠를 다른 지역에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앱을 통한 기차표 예약하기, 영화표 사기, 돈을 결제하기 등은 전국 어디에서나 누구나 할 수 있다. 광주는 빛고을건강타운, 효령타운, 노인종합복지관이 ‘디지털 문해교육 매니저’를 양성하고, 이들이 노인대학(노인교실), 경로당 등을 방문하여 디지털 문해교육을 실시하면 ‘디지털 문맹’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지하철 환승과 같은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은 해당 지역에 맞도록 수정하면 되므로 다른 지역도 서울의 경험을 적극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참고=서울시 평생학습포털 http://sll.seoul.go.kr

이용교 <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ewelfa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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