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 특별감사 중
“동일문제 유출 확인”
“문제 변형했다는 해명 거짓” 논란

▲ K고가 지난 5일 치른 기말고사에 출제된 수학문제(위쪽)와 미리 나눠준 유인물. 해당 문항의 문제와 숫자 등이 모두 똑같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제공>
광주의 한 사립고인 K고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유출이 확인된 고난이도 5개 문항은 기숙사생을 중심으로 한 수학동아리반에 사전 배포된 것이어서 학교가 조직적으로 성적우수 학생들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이다.

이는 광주시교육청이 특별 감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으로, 조사 중인 다른 시험에서의 문제 유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1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실시된 K고 기말고사 수학문제(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중 객관식 3문제, 서술형 2문제 등 5문제(총점수 26점)가 상위권 학생들로 구성된 특정 동아리에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8일부터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감사반은 이 과정에서 좌표 공간에서 도형 사이의 상관 관계를 묻는 문제 등 5개 문항이 질문 자체는 물론 제시한 조건, 숫자까지도 똑같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한 문제만 주관식이냐와 객관식이냐 차이가 있을 뿐 5문항 모두 “출제자의 의도, 숫자, 보기, 순서까지 완벽하게 일치해 똑같은 문제”라는 게 감사반과 입시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 ‘아래 그림과 같이 중심이 0이고 2인 선분 AB를…’로 시작하는 문제의 경우 학생들이 치른 시험지에 적힌 ‘그림과 같이 중심이 0이고…’ 문제와 지문·예시 등이 모두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학교측은 시험 문제 유출 의혹이 일자 “문제의 5개 문항은 이미 전체 학생에게 공유된 자료이고 학기 초부터 제공돼온 문제은행 중 일부”라며 “문제를 변형해 출제했다”고 해명했으나 결국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감사 결과, 해당 문제들은 기말고사를 한달여 앞둔 5월 중·하순에 두차례에 걸쳐 수학동아리 학생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배포된 유인물은 모두 3장이고, 문제가 된 수학 문제는 이 3장에 담겨 있었다. 수학 동아리 지도교사는 문제를 출제한 3명 중 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유인물은 교내 M수학동아리 소속 학생 31명에게만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연계열 학생들은 다 볼 수 있는 자료였다”며 “3월부터 제공한 문제은행 1000문항 중 5문항이 비슷하거나 변형된 유형으로 시험에 출제된 것”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문제가 된 5문항은 1, 2등급도 풀기 힘든 문제로, 실제 동아리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백지로 답안지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성적 우수 학생들의 내신을 특별하게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이 학교에서 최근 3년간 치러진 국어·영어·수학 등 3개 과목에 대해 이런 ‘시험비리’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등 감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또 교육청 측은 “학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인지, 일부 교사들의 일탈인지도 파악 중”이라며 “수년 동안 치른 시험을 모두 살필 수 없어 우선 이번 기말고사를 치른 과목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벌이는 한편 학생들을 대상으로 면담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이에 따라 감사 결과 특정 유명 인터넷 강사의 문제집에서 뽑아낸 일부 문항이 사전 유포됐고, 실제 기말고사 문제로 그대로 출제됐을 경우 업무방해와 저작권법 위반 등으로 해당 학교를 고발할 방침이다.

한편 K고 시험문제 유출의혹은 기말고사를 마친 한 학생이 사회적 관계서비스망(SNS)에 “같은 반 학생이 실제 출제된 문제와 똑같은 문제가 든 유인물을 보여줘 모든 학생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알리면서 불거졌다.

이 학교는 이 학생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자 긴급회의를 연 뒤, 9일 수학시험문제 5문항을 다시 출제해 재시험을 치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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