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의 비밀
청동거울 무늬 기원, 암사동 신석기 토기

▲ <사진159〉 세모형 빗살무늬토기. 서울 암사동. 높이 36.8cm. 국립중앙박물관
 〈사진160-161〉 중국 칠성각 거울을 보기에 앞서 서울 암사동 빗살무늬토기 문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암사동 토기 문양에 중국 청동거울 문양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진159〉는 서울 암사동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 아가리 부분이다. 가장 위쪽에 하늘 속 물(水) 층을 6층으로 새겼다. 왼쪽과 중간을 보면 무늬를 새기다 만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하늘 속 통로, 즉 천문(天門)이다. 이 천문을 통해 삼각형 구름 또는 원(타원)형 구름이 나온다. 그리고 이 구름에서 비(雨)가 내린다(‘6000년 전 암사동 신석기인이 그린 서울 하늘 뭉게구름’http://omn.kr/1eyhg 참조 바람). 이 그릇 무늬는 y축에서 본 하늘 속 물과 천문, 하늘, 구름, 비라 할 수 있다. 그에 견주어 〈사진160-161〉은 x축에서 본 비와 구름과 천문이다. 〈사진160-161〉 다자인은 〈사진159〉에서 아래 노란 수평선까지이다.
 <사진160〉 중국 치지아문화(濟家文化 기원전 2000년) 청해타마대 M25호 무덤. 칠성각(七星角) 기하문단뉴동경. 기원전 12-11세기. ‘칠성각’은 세모꼴 각이 일곱 개인 별 무늬란 말이고, ‘단뉴’는 뉴(고리)가 하나라는 뜻이다. 〈사진161〉 칠성각(七星角) 기하문단뉴동경에서 테두리를 지운 도상이다. 중국 청동기 장인이 생각한 실제 도상은 여기까지다. 테두리는 그의 디자인에서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별(星)이 아니라 삼각형 구름
 
 중국 청동거울은 기원전 20세기까지 올라가나 〈사진160〉 ‘칠성각 거울’(12-11세기)을 드는 까닭은 문양이 선명하고, 또 이 문양이 그전과 그 뒤 한중일 청동거울 문양을 풀 수 있는 기본 문양이기 때문이다. 중국 학계뿐만 아니라 한·일 학계에서도 이 문양을 ‘별문양(星文)’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고대 중국과 한반도 사람들은 별을 그릴 때 이렇게 세모꼴로 각이 지게 그리지 않았다. 고구려 벽화나 일본 기토라 천문도를 보더라도 큰 별은 좀 큰 ‘동그라미’로, 작은 별은 좀 작은 동그라미로만 구별했을 뿐이다. 이는 조선의 천문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문양을 별로 보는 것은 지극히 근대적인 관점이다.

 <사진160〉에서 바깥 테두리 선은 청동기 장인이 염두에 두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이것을 지우고 색을 더해 〈사진161〉처럼 그려 보았다. 가운데 천문에서 삼각형 구름이 나오고, 그 구름에서 비가 내리는 모양이다(‘한반도 빗살무늬토기의 무늬 종류는 다섯 가지’ 참조바람 http://omn.kr/1a0u3). 이 디자인은 그 뒤 한중일 청동거울의 기본 디자인이 된다. 한반도 다뉴세문경 무늬도 이와 본질적으로 같다. 다만 무늬가 세밀하고 복잡할 뿐이다.
<사진162〉 평안남도 맹산에서 나온 청동거울 거푸집으로 만든 청동거울 재현품. 유리건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사진163〉 평안남도 맹산 청동거울 그림.

▲다뉴세문경 무늬를 풀 수 있는 실마리 몇 가지

 〈사진162〉는 평안남도 맹산 출토 거푸집으로 만든 청동거울이다. 맹산에서 나온 거푸집은 연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보다 이른 시기의 것일 가능성이 높다. 이 거울 무늬에는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무늬를 풀 수 있는 실마리 몇 가지가 담겨 있다.

 〈사진163〉을 보면 가운데에 팔각형 천문을 두었다. 이는 팔방(八方)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동서남북과 동북·서북·동남·서남 방향, 이렇게 팔방 세계관을 표현했다. 팔면에 붙은 삼각형 구름-①은 천문에서 여덟 방향으로 나오는 구름이다. 구름 안의 빗금은 비(雨)나 수분(水)을 뜻한다. 그러니까 구름 속에 물(水)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삼각형 구름-②에서 주황빛 빗금을 보면 일부러 팔각형 면에 수평으로 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삼각형 구름-③을 보면 구름-②의 규칙성에서 벗어나 있다. 이는 구름-①의 ㉮, ㉯에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규칙성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디자인에 대한 구상이 완벽하지 않아서이다. 그래도 팔각형 천문과 거기에서 나오는 삼각형 구름, 이 구름에서 내리는 비만큼은 규칙성을 지켰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에서도 그대로 지켜진다. 다만 팔각형 천문은 둥근 원으로 바뀔 뿐이다.

 〈사진162〉에서 ㉰, ㉱, ㉲는 삼각형 구름인데,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에서는 ‘구름’을 새길 때 이처럼 삼각형 한 변에 수평으로만 그린다. 이것은 빗금 비(雨)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우리 학계에서는 ㉰, ㉱, ㉲, ㉳를 삼각형 안에 선(線)이 모여(集) 있다 해서 ‘삼각집선문’이라 하고 있다. 그런데 ㉳처럼 삼각형 한쪽 면이 터진 집선문을 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삼각형과는 관계가 없고, 삼각형 구름에서 나오는 비(雨)를 새겼다고 볼 수 있다. 삼각형 구름 사이에 빗금이 그려져 있어 잘못 읽은 것이다. 이는 〈사진161〉 칠성각 청동거울 도상을 봐도 확인할 수 있다.
 
▲비와 구름과 바람(風)
 
 한국과 중국 미술사에서 바람(風)은 청동기시대 말 철기시대부터 문양이 보이기 시작한다. 신석기 세계관이 응축되어 있는 중국 한자 갑골에서는 단 한 자만 보이고, 육서통에 이르러서야 24자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기록에서 바람(風)은 <삼국유사> ‘고조선’ 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마 이 기록이 가장 이른 시기의 기록일 것이다. 환웅은 이 땅에 내려올 때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오는데, 여기서 풍백은 우사와 운사의 ‘맏이’(우두머리)이고, 비와 구름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자다. 청동기시대 군주(제사장)는 스스로 풍백을 자처했고, 자신들만이 비구름을 몰고 올 수 있다고 했을 것이다. 단군신화의 이 대목은 당시 백성들의 비구름 세계관을 독점하려 했던 청동기 지배자들의 욕망과 그간의 사정을 말해 주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뒤 청동기와 철기시대 지배자들이 남긴 유물을 봤을 때 그 욕망은 성공한 듯싶다. 청동기시대 그릇에서 비구름 무늬가 사라지는 것, 무늬가 사라지고 민무늬토기만 빚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 고대미술에서 바람(風)은 결코 간단한 주제가 아니다. 이는 다음 연재글 ‘팔주령의 비밀’ 편에서 소리(音), 파문형 동기와 바람개비 수막새를 다루면서 아주 자세하게 밝힐 것이다.
김찬곤 <광주대학교 기초교양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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