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없는사회 “평화 관점 아닌
반일감정만 키워선 안 돼”
불매운동 나선 학교장들에도
“충분한 숙의·점검 필요”

▲ 지난해 9기 한·일청소년평화교류단에 참여한 광주 고등학생들이 양금덕 할머니 집 방문을 마친 뒤 양 할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일본여행 중단과 일본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광주광역시교육청(이하, 광주시교육청)은 ‘한·일 청소년평화교류 사업’을 취소하고, 장휘국 교육감과 일선 학교장은 일본정부를 상대로 규탄 행동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하 학벌없는사회)은 오랜 시간 지속돼온 한·일 청소년평화교류 사업마저 취소한 광주시교육청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한 “조금 더 차분하게 접근하며 평상심으로 해당 사업을 진행해줄 것”을 장휘국 교육감, 학교장 등에게 촉구했다.

광주시교육청은 한·일 한·일 청소년평화교류 사업을 공모해 ‘근로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하, 근로정신대 시민모임)과 해마다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 10기 한·일 청소년평화교류단은 지난 7월26일부터 8월2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광주지역 고교 1·2학년 학생(청소년) 중 24명을 선발해 꾸려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후 경제보복 논란이 확산되면서, 학부모가 느낄 부담?반일 분위기 고조 등을 감안해, 일본방문 3일 전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에게 사업 취소’를 통보했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청소년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일 청소년평화교류 사업은 2013년부터 주최단체인 광주시교육청과 주관단체인 근로정신대 시민모임이 일본 나고야소송지원단, 도야마호쿠리쿠연락회 등 단체와 손잡고 6년 간 실무를 진행해왔다.

학벌없는사회는 “특히 나고야소송지원단은 우리보다도 먼저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아픔을 알고 오랫동안 지원해 온 단체이기에, 이번 사업 취소로 인해 그 분들이 느낄 난감함에 안타까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교육청은 전남 등 일부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일본체험?탐방 등을 취소해 광주만 추진하는 것이 부담되었다고 밝혔으나, 광주의 한·일 청소년평화교류 사업은 타시?도 등의 일반적인 역사탐방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한국의 근로정신대 시민모임과 일본의 나고야소송지원단 등의 신뢰에 기반해 오랫동안 이어진 청소년들의 평화교류 활동”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학벌없는사회는 “오히려 이러한 국면일수록 청소년 평화교류활동을 지속하며 평화를 지향하는 양국의 시민사회의 힘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일 장휘국 교육감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2학기 개학과 동시에 모든 학교에서 계기수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5일 광주 특성화?마이스터고교 교장단은 일본제품 불매운동 동참을 선언하며, 학생실험실습 기자재 등에서도 일본제품을 사용하거나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는 “물론 일본의 행동에 대해 우리단체도 우려하고 분노하는 바지만, 교육 활동에 필요한 실험실습 기자재, 비품, 재료에서 일본제품의 사용?구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충분히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학벌없는사회는 “양질의 교육을 위해 일본 기자재나 비품, 재료가 필요하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그것이 교육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기에 해당학교의 학교구성원들과 충분히 숙의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교류사업 취소 결정과 이후 행보는 싹 틔워야 할 평화의 씨앗과 걷어내야 할 제국주의의 검불을 구분하지 못한 채, ‘아베 반대’가 아닌 ‘일본 반대’로 학생, 일본에 대한 시민들의 적대적 감정만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광주시교육청의 행보가 관제 운동에 치우치는 듯 보인다”는 우려가 비판의 핵심이다.

학벌없는사회에 따르면, 대구광역시는 자매도시인 히로시마시(일본)와 격년 단위로 청소년 교류방문 행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올해도 대구시에서 히로시마 학생들과 함께 교류행사(2019. 7. 25 ~ 7. 29.)를 치렀다.

학벌없는사회는 “진정한 교육의 힘은 대립이 극화된 시기에 이처럼 평화를 보여주는 일임을 시사한다”면서 “요즘보다 평화교육의 가치가 절실했던 때가 있었는가? 한?일 청소년들의 교류는 비록 며칠간일지라도 갈등과 대립이 무너지고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미래를 보여준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에 학벌없는사회는 광주시교육청에 “정치적 판단을 걷어내고 ‘한·일 청소년 평화교류사업’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장휘국 교육감, 학교장에게는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발언보다, 학생들이 사태를 깊이 있게 바라보고 평화적인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교육 방안을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 10기 한일 청소년 평화교류단은 일본 방문 취소로 7월31일부터 2박3일간의 국내역사기행을 진행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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