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속 ‘일학습병행지원법’ 국회 통과
“현장실습 문제의 도제학교 갈아타기”

 주어진 직무의 업무와 과업을 수행하는 능력인 직능을 근거로 대분류(9개)·중분류(52개)·소분류(156개)·세분류(450개)·세세분류(1231개)로 직업을 편제해 놓은 한국표준직업분류가 있다. 이 표준직업분류를 보며 불현듯 떠오르는 것은 중학교를 다니던 때, 같은 반 학생의 학부형이 어떤 교과목 시간에 강사로 나와 어렴풋히 얘기한 인생경험이다. 그것은 지금으로 따지면 아마도 진로교육 비슷했던 것이었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라는 교과목으로 과거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한 이 진로교육은 직능수준과 직능유형을 고려해 편제한 한국표준직업분류를 앞에 놓고 개인의 흥미·적성과 직업과의 관계를 설명해주고 있어 세삼 변화된 세상을 느끼게 한다.

 박근혜 정부시절 상정되었지만, 그 병폐와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해 논의되지 않고 묻혀버리다 민주당 의원에 의해 발의되고, 급기야 지난 8월 고용노동부의 적극적 의견개진으로 국회 문턱을 넘은 일명 ‘일학습병행 지원법’이 있다. 이때 떠오르는 것은 지난 수년 사이 명을 달리한 고등학교 현장실습생의 문제다. 시간이 지나는 사이 도제학교라는 일학습병행제로 갈아타고 있구나하는 느낌이다.

 변화된 세상에서 느낀 새삼스러움은 별다를게 없다는 말씀이다.

 한편, 광주지역 모 식당에서 발생한 청소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노동인권 침해 사례를 거론하면서, 정부 차원의 엄격한 법 집행과 노동청의 교육청연계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것은 불과 2년 전인 국정감사보고서였다.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 청소년 아르바이트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라 현장실습생의 노동문제와는 다소 결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있겠으나, 일명 ‘일학습병행 지원법’이 아르바이트 노동자건 현장실습노동자건 열악한 지위에 있는 사람을 ‘산업 수요 적극 반영’이라는 미명하에 자본의 영리에 맞춰 노동자로 둔갑시켰다는 점에서 국정감사보고서의 요구사항이 허울로만 남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단 것이다.

 다시 말해 ‘기본이념 제1항에서 산업수요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도제식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값싼 인력이 필요한 산업의 수요에 맞게 학습근로자를 제공하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전제에서 시작된 해당 법률은 독일식의 도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일 수밖에 없으며 도제보다는 노동력 공급에 주목적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미사여구로 법률을 치장하더라도 그 본질에 있어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라는 어느 노무사의 글귀가 국정감사보고서에 담긴 노동청과 교육청의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의 연계라는 요구가 이젠 요구가 아니었던 것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일하다가 다칠 수도 있겠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에 대하여 65.2%가 그렇다고 답하였고, ‘실제 일하다가 본인 또는 친구가 다친 적이 있는지’에 대하여 33.7%가 그렇다고 답하였다. 또한 ‘일하다가 다친 경우 산재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도 42.5%로 나타나, 도제교육 참여기업들의 안전실태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반면에 도제교육 참여기업 실태 조사시에는 모든 사업장에서 산재처리를 100% 한다고 답변하고 있었다>고 하는 전남지역 도제학교의 실태조사 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명 ‘일학습 병행지원법’의 국회통과 강행은 그동안 보여준 정부·여당의 노동에 대한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낮은 직능수준, 단순한 직능유형의 직업이 일종의 낙인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어느 누구나의 느낌이라면, 교육청은 “우리의 삶은 달리기가 아니다”라는 웹툰 ‘송곳’의 대사처럼 경쟁에서 실패한 모든 결과의 책임을 개인이 져서는 안된다는 내용을 이 진로탐색 교육에 분명하게 담아내야 한다.
홍관희<민주노총 법률원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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