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도 #제로웨이스트 본격화

▲ 제로웨이스트 운동 참가자들이 소지하는 친환경 ‘굿즈’들.
 에코백을 들고 쇼핑하고, 카페선 텀블러와 스테인레스 빨대를 쓴다. 광목 손수건으로 테이블을 닦고, 화장실에는 ‘와입스’를 들고 간다. 다회용 천은 매일 저녁 빨아서 쓸 수 있으니 화장지를 쓸 필요가 없다.

 대나무 칫솔로 이를 닦고, 주방에선 팜프리 비누, 천연밀랍으로 만든 재사용 주방랩, 소창 핸드타월을 쓴다.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제품 대신 유기농, 제철음식이나 벌크제품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세계 각국에서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운동. 광주에서도 시민 참여가 확산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말 그대로 쓰레기(Waste)를 배출하지 않는 삶을 살자는 운동이다.

 ‘제로’라는 불가능한 단어를 달고 있지만,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느린 삶을 실천하자는 방향성을 가진다.

▲2주마다 실천사항 공유하고 소감 나눠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부산물은 ‘순환이 가능한 쓰레기’로 대체하고 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 처치 곤란한 썩지 않는 쓰레기가 되는 것은 배제하자는 것이다.

 2015년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1인당 61.97kg의 플라스틱을 쓴다. 48.78kg의 미국, 24.09kg의 중국보다 훨씬 많은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으로 꼽힌 것.

 거기에 중국의 폐자재 수입 중단으로 촉발된 쓰레기 대란에 이어 광주와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대란 등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는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친환경에서 “꼭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은 ‘필환경’의 개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제로웨이스트 운동은 실천을 강조하는 소비자운동의 모습을 띈다.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단순히 “쓰지말자”는 것에서, 일상 생활 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보자는 실천과 제안으로 운동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광주에선 15명의 시민이 모여 동아리 ‘비행(비우는 행복)’을 결성해 지난 7월부터 활동에 돌입했다. 환경에 관심있는 회사원, 카페 운영자, 시민 활동가, 주부 등이 뭉친 것.

 2주에 두 차례 모여 제로웨이스트 개념에 대해 공부하고, 일상 속에서 실천한 소감과 어려움, 좋았던 점을 공유하는 활동을 한다.

 동아리 결성부터 중심 역할을 했던 광주YMCA 여름 활동가는 “우리 어렸을 때 ‘아나바다’운동이 있었죠. 그건 경제적 관점에서 돈 들어갈 것을 아껴보자는 이야기였는데, 제로웨이스트는 지속가능한 환경적 측면에서 지구환경을 같이 염두에 두는 시민들이 늘어난 거죠. 나라도 실천해보자. 실천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마련된 겁니다”라고 말했다.
송정마을카페 ‘이공’에 붙은 NO 빨대 포스터.
 
▲‘텀블러 필수’ 조금 느린 카페

 이들은 모여서 일주일동안 얼마나 쓰레기를 배출했고, 어떤 쓰레기가 나왔는지 사진을 찍고 함께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쓰레기 수다’를 떤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제품을 써야 하는지, 재활용품 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친환경제품을 판매하는 곳이 어디에 있는지 등 정보가 공유되고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고.

 동아리 회원이 운영하는 카페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하기도 한다.

 충장로에 있는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1층 카페 ‘크리킨디’에선 음료엔 일회용 컵과 빨대가 없다. 테이크아웃해 가려면 텀블러를 챙겨가야 한다. ‘너와 내가 연결된 생태적 관계를 먼저 생각하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하는 조금 느린 카페’를 표방하는 크리킨디는, 센터 개관부터 일회용품을 쓰지 않고, 기증받은 머그컵을 사용하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광주청소년삶디센터 라미 활동가는 “매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로 친환경 스크럽제, 저온숙성 비누 만들기 등 ‘매일이 지구의 날’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며 “조금은 불편하지만, 한 분이라도 취지를 알아주거나, 텀블러를 기증할 때는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송정마을카페 이공도 빨대를 없애고, 요청하는 경우만 스테인레스 빨대를 제공하는 등 제로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했다.
커피숍 내에서도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 대신 스테인레스 빨대를 사용한다.

 협동조합 이공 이세형 대표는 “장기적으론 테이크아웃 컵을 없애거나 텀블러 보증금 등 다양한 실천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최근엔 뉴스나 유튜브 등을 통해 제로웨이스트가 ‘멋진 것’이라는 흐름이 생겨나는 것 같다. 제로웨이스트는 환경운동가들이 진행하는 어려워 보이는 운동이 아니라 한 개인, 한 소비자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트렌디’한 운동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편함이 모여모여 큰 변화”

 동아리 회원들은 일상에서 운동을 전파하는 요원들이 된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거다.

 가장 큰 적인 ‘불편’이다. 미리미리 챙겨야 할 게 태산이고, 자제해야 하는 게 한 두 개가 아니어서다.

 그럼에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이들은 “우리의 불편함이 하나 하나 모여 큰 변화를 이루지 않겠어요?”라고 말한다.

 기자가 만난 동아리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결국은 기후변화 때문이죠. 환경문제가 아니라면 뭐하러 불편하게 살겠어요. 내 당장의 행동이 훗날 큰 위기로 다가올 것을 알기에, 당장의 불편을 감수해 훗날의 위기를 대비하는 거죠.”

 비우는 행복 ‘비행’ 동아리는 광주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광주YMCA가 진행한 ‘시민씨앗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사업 종료 뒤에도 실천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동참하려는 시민은 ‘대환영’이다.

 광주YMCA 여름 활동가(062-232-6131)에게 연락하면, 제로웨이스트 실천방법 안내를 받거나 동아리에 참가해 함께 활동할 수 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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