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땅속 매립쓰레기 14만 톤 발견
1996년 지적 불구, 광주시는 “몰랐다”
향후 어떻게? 책임·불안 해소 등 과제

▲ 지난해 매립 쓰레기가 발견된 일곡 제3근린공원.
 “지금까지 멀쩡히 이용하던 근린공원이 알고 보니 쓰레기더미 위에 지어진 공원이었다니….”

 광주 일곡동 제3근린공원 땅속에 쓰레기들이 묻히게 된 경위가 밝혀지면서 인근 주민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택지지구 개발 당시부터 공원 지하에 쓰레기가 묻혔고, 쓰레기 위에 조성된 공원을 24년 동안 주민들이 이용해온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23년 전 북구의회 조사를 통해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나 악취, 인체 유해 가스 발생 등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행정당국은 뒷짐만 지다 문제가 불거지자 책임 공방만 벌이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일곡 불법폐기물, 25년 전 묻었다

 27일 광주시와 북구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시는 일곡 제3근린공원에 청소년문화의집을 건립 공사 중 불법 매립 쓰레기층이 발견됐다.

 시는 공사를 중단하고 대체부지를 선정하는 한편, 일곡제3근린공원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했다.

 쓰레기층은 지하 7~10m 깊이에서 발견됐다. 총 9만 톤에 달하는 대규모 매립이었다.

 광주시 조사 결과와 1996년 북구의회 활동결과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이 쓰레기들이 여기 묻힌 연원은 일곡택지개발사업이 추진되던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택지개발사업 부지엔 41만2000㎡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이 있었다. 개발을 위해선 이 매립장을 처리해야 했는데, 광주시는 전량 당시 운정동 매립장으로 이적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시의 매립 쓰레기량 계산 착오로 운정동 매립장이 조기에 포화가 돼 더 이상 반입이 어려워졌다. 이에 택지개발주체인 한국토지개발공사(현 LH)가 1996년 12월 근린공원 예정부지 2곳, 즉 일곡 제2근린공원에 5만2000 톤, 제3근린공원에 9만 톤 등 총 14만2000톤을 재매립했다.

 이와 관련, 23년 전인 1996년 광주 북구의회는 조사특별위원회를 꾸려 당시 광주시 청소과장과 한국토지공사 전남지사장 등에 대해 특별조사를 진행했다.

 특위는 보고서에서 1994년 11월 광주시가 토지공사의 쓰레기 매립을 방조·묵인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토지공사는 일반폐기물처리설치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폐기물관리법 제7조를 무시하고 매립장을 불법 조성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매립쓰레기로 인해 침출수가 다량 발생해 심한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차수막 부실시공에 따른 지하수 및 토양오염 등 침출수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 인체에 유해한 가스가 발생할 우려도 있고, 가스포집관 기능 마비, 악취로 인한 집단민원 발생 우려 등 주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용역 결과대로 설계 및 시공해야 하나 편의대로 공사를 완료하는 등 2차 환경오염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위는 지하수 음용불가를 홍보하거나 수질검사, 환경오염 방지대책 수립 등 대책을 제시하며 “매립된 쓰레기는 전량 운정동 위생매립장에 반입조치하는 것 외 대안이 없다”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이같은 보고서는 이후 흐지부지돼 23년 후 청소년문화의집 건립 공사 때 쓰레기층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26일 진행된 주민토론회에서 질의 중인 소재섭 북구의원.|||||
 
▲광주시 환경영향조사…주민들 “면피용”

 일곡지구 주민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분노다.

 시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폐기물 존재 자체를 모르고 일곡청소년문화의집 건립을 추진했고, 파일 공사 과정에서 드러난 뒤 밝혀진 사실이라는 것이다.

 당시 택지개발을 담당했던 LH광주전남본부는 쓰레기 재매립 관련 광주시와 합의가 이뤄진 점, 공원 관리 인수인계를 받은 점, 재매립이 적법한 과정을 거쳐 위생적으로 진행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제와 LH에 책임을 묻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시는 이와 관련, LH에 대해 자체조사를 실시했지만 관계서류가 미비하고, 당시 직원들도 이미 퇴사해버려 불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

 시는 일곡 제2·3근린공원에 대해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고, 건강에 영향이 있는지 여부 등을 주민들에게 상세히 밝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한다. 한 주민은 “관리감독해야 하는 광주시가 불법으로 쓰레기를 묻었다는 걸 알고도 아무 조치도 안했고, 그걸 까먹고 향후 그곳에 다른 공사를 하려고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몰랐다는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데, 주민의 안전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에 대해 몰랐다는 건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일부 주민들에게선 시가 추진하는 환경영향조사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면피용 아니냐”는 우려다.

 일곡마을협의회 양귀순 씨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 예산을 누가 마련하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이 문제는 주민들의 의견이 중요하다. 주민들은 대책위를 마련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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