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여성가족재단’ 변경 추진에
“여성 주체적 삶·성평등 후퇴” 지적

▲ 광주여성재단 현판.
 광주시가 가족·돌봄 업무 기능을 강화한다며 광주여성재단을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성평등 광주공동체 실현’이라는 당초 여성재단의 설립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 광주시에 따르면, ‘아이키움 행복한 광주’ 정책의 일환으로 광주여성재단의 명칭을 ‘광주여성가족재단’으로 변경하고, 재단에 ‘아이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만들기 실천본부’를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이돌봄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1279(아이친구)’ 센터를 운영, 여러 기관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임신·출산·돌봄 관련 지원 정책을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17일부터 열리는 광주시의회 임시회를 통해 ‘광주광역시 광주여성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가 개정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역 여성계에선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재단 고유역할 후퇴, 돌봄만 강화?”

 여성재단은 지난 2010년 여성네트워크 구축, 성별영향평가분석, 여성문화 공간 등 지역 여성들의 주체적인 삶을 지원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 발굴 및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여성가족재단으로의 변경으로 이러한 여성재단의 고유 역할과 기능은 후퇴하고 가족·출산·돌봄만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지역 여성계의 우려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조례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에 “여성가족재단으로의 변경이 가부장적 통념 안에서 가족이 여성과 함께 붙여 사용됐을 때 여성에게 돌봄 역할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광주여성민우회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1인 가족, 공동체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로의 인식 개선, 여성의 돌봄을 전제로 하는 가족에서 사회적 돌봄으로 전환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정책적 연구를 성평등 관점에서 진행하기 위한 재단 내·내외부의 더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특히 기존 인력과 예산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가족·보육 등으로의 사업이 확대돼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예산과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여성계 인사는 “여성재단의 가족·돌봄 업무를 강화하면서 자칫 여성을 애를 낳는 것으로만 인식되게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여성재단의 원래 설립 취지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취업, 복지 등 사회 전반의 문제를 고루 다룰 수 있는 별도의 ‘행정기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천본부’ 설치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성평등 정책 연구를 핵심으로 하는 여성재단의 역할과 기능으로 제시하는 건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

 여성재단이 성평등과 가족·돌봄 기능을 모두 다 잘 수행하면 오히려 “여성재단의 위상과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정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광주여성민우회의 지적처럼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다.

▲“긴급돌봄센터, 4개월 비정규직 양산”

 한 광주시의원은 “여성재단은 광주의 성평등 지수를 높이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며 “여성가족재단으로 변경되면 이보단 가족, 저출생, 돌봄 업무가 더 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평등과 돌봄 모두를 잘하기 위해선 결국 조직, 인력, 예산의 강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며 “조례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이 잘 준비되고 있는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가 ‘아이키움 행복한 광주’ 정책으로 발표한 24시간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 운영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악순환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 공동연대노동조합 광주지부는 2일 광주시 일가정양립지원본부 앞에서 광주시 보육정책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공동연대노동조합 광주지부는 “24시간 광주 긴급아이돌봄센터는 고작 4개월짜리 기간제 보육교사를 채용해 보육 서비스질을 스스로 저하시키는 것이다’며 “광주시 시책사업을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로 민간위탁하면서 고용문제의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열악한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과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보육서비스 제공을 위해 보육돌봄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광주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광주육아종합지원센터 채용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기자회견 취지를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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