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슬 머금고 꽃잎 접으려

 옥잠화

 입추 지나고 처서 지나
 서늘해진 바람이
 가을정취 데려 오는 시간에
 
 노을빛 석양이 물드는데
 하얀 꽃봉우리 부풀어 올라
 밤을 기다리는 옥잠화(玉簪花)
 
 밤새워 은은한 향기 뿌리고
 밤에 피는 하얀 옥잠화
 아침이슬 머금고 꽃잎 접으려 한다
 
 지난 여름날 한밤중 달에서 내려온
 선녀가 옥비녀 내려 놓는데
 그 자리에 하얀 꽃봉우리 옥잠화
 
 그리움 기다리는 여인의 숨결에
 피는 옥잠화 가슴에 옥비녀 꽂고
 아쉬워 스치는 마음 하얀미소 짓는다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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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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