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종료 낭암학원 관선 김선호 이사장
3년전 ‘채용비리’ 관련자 임용 취소·징계
교장공모·교사공채, 독소조항 내규 정비

▲ 낭암학원 1기 관선이사직 임기를 마친 김선호 이사장을 3일 광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학비리’를 향해 일격을 다짐했던 김선호 낭암학원(동아여중·고) 1기 관선이사가 3년간의 사투를 마쳤다.

 낭암학원 교직원 채용비리가 터져 사학개혁에 대한 요구가 거셀 때였다. 막중한 사명을 안고 1기 이사장으로 선출된 그는 채용비리 관행을 타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 절차를 도입하고자 힘써왔다.

 그 결과, 광주지역 사립학교로선 ‘최초’로 시도해 얻은 타이틀이 제법 쌓였다. 내부규정이나 조직문화를 혁신해 국·공립학교의 수준까지 도달하는 데 3년이 걸린 셈이다.

 김 이사장은 법인 안팎에서 쏘아대는 따가운 눈초리에 말 못할 진통도 견뎠지만, ‘사학모델 1호’를 만드는 데 후회 없는 시간을 쏟았다고 자평했다.

 “임시이사 체제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금품을 제공하고 부정하게 채용된 교사 6명을 전원 임용 취소한 것이다. 또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징계 요청도 시행했다. 이때까지 사립학교에서 잘못을 저질러도 임용취소까지 간 선례는 없었다. 손에 피를 묻히는 심정이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사회적으로 합당한 조치였기에 이사진 만장일치로 시행에 옮겼다.”

 사립학교의 인사권이 법인에 있어 교원들의 비리에 관대한 문화가 존재한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낭암학원의 경우엔 기우였다.

 낭암학원에서는 교직원 채용 과정에서 금품을 받아 챙긴 법인 이사장과 이사, 법인 실장 등 3명이 지난 2016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고, 부정하게 채용된 교사 6명의 임용이 취소됐다.

 그리고 이어진 ‘교사 공채’ 시행으로 전과 달리 투명하고 공정한 채용을 위해 기틀을 잡았다.

▲“국공립수준 정비…구성원들 숨통 터”

 “3년 동안 10명의 교사를 공개 채용했다. 필기 시험은 100% 교육청에 위탁해 임용고시의 형태로 치렀고, 선발된 5배수의 인원으로 수업실연과 면접을 진행했다. 과목별 경쟁률이 150:1을 넘길 만큼 호응이 컸고 학교 입장에서도 우수한 교사를 영입할 수 있었다. 돈만 있으면 교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더 이상 통할 수 없었다.”

 낭암학원에선 2017학년도 8명, 2019학년도 2명을 공개채용 했다. 내년에도 6명의 교사가 공개채용될 예정이다. 또한 사립학교 행정 직원의 경우에도 별도의 공개채용 규정이 없지만, 공개채용의 절차로 3명 채용됐다.

 또 다른 파격들이 이어졌다. 여타 사립학교에선 매우 이례적인 ‘교장 공모제’를 도입한 것이다.

 “지난 3년 간 중·고를 합쳐 3번의 교장공모제를 진행했다. 그동안 이사장이 교장을 임명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내부 공모를 통해 자격이 되는 교사는 누구든 지원할 수 있었다. 승진 욕구가 있는 교사들의 사기가 진작되는 것을 느꼈다. 침체된 조직문화에도 생기가 돌았다. 공정함과 투명함이 가져온 신뢰의 결과였다.”

 2017학년도 교장공모에는 이사 8명이 심사했으나 그것 역시도 로비의 가능성을 남긴다는 판단으로 2018년부턴 이사 4명과 외부 위탁인사 4명이 심사에 참여해 객관성을 더욱 높였다.

 많은 변화 중에서도 김선호 이사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로 ‘인사위원회 규정’을 정비한 일을 꼽는다.

 “학교법인의 내규 중 ‘인사위원회’ 10명을 학교장이 임명하도록 한 조항을 발견하고 큰 분노를 느꼈다. 학교장 임의대로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그야말로 독소조항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이사장이 원한다고 곧장 바꾸자고 할 수는 없었다. 교직원들이 직접 인사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는 데 머리를 맞대도록 했고, 10회 이상의 교직원 토론을 거쳐 개정이 이뤄졌다.”

 2017년 개정된 인사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라 낭암학원은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감연수 대상자를 교사들이 직접 선발 추천했다. 교직원의 보편적 의견을 다양하게 청취하기 위해 교감과 교부부장을 당연직으로 하고 남, 여, 20대~50대 이상까지 각 1명씩 선출직 6명이 인사위원회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고교 교감은 이 절차에 따라 승진했고, 올해 연수를 받은 인사가 내년에 교감으로 승진 예정이다.

 이 밖에도 동아여중·고는 2017학년도부터 완전 자율학습을 실시해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확보해 왔다. 이 역시 많은 학교에선 아직도 반 강제로 이뤄진다는 비판 속에서 길어 올린 성과다.
 
▲사학 자체변화 기대난, 사학법 개정 시급

 또 행정실 직원들이 전국의 사립학교 중 최초로 노동조합을 결성해 법인과 ‘신분 안정’에 관한 노사협상을 진행해 왔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대노동조합에 낭암학원 행정실 정규직 직원 10명 중 7명이 가입해 있다.

 김 이사장은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이 다른 사학에서도 들불처럼 번져가기를 소망했다.
 
 “학교 구조를 민주적으로 바꾸고 새롭게 변화하는 것은 결국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으로 이어진다. 낭암학원은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익명 의견 수렴을 해본 결과 2016년도와 17년도 사이에 교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직무만족도도 크게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매년 광주지역 사립학교들의 성적비리, 성적조작 등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교육계가 통째로 흔들리는 위기감을 느낀다. 사학법이 하루빨리 개정돼 교원채용을 비롯해 공교육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을 회복하길 바란다.”

 새롭게 출범한 낭암학원 2기 임시이사 체제에게 다음 바통이 넘겨졌다. 이제 그는 “1기 임시이사진이 걸어온 길이 합당했다면 그 길은 이어질 것이고, 부족했다면 보완이 돼서 사학 비리 척결이라는 최종 목표까지 걸음이 멈추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 이사장은 광주효광중학교 교장, 광주시의회 교육의원을 지냈으며 낭암학원 ‘채용비리’사건이 터진 후 2016년 9월 광주교육청의 관선이사로 파견돼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해 왔다. 현재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고문을 맡고 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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