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 ‘광주다움’ 구상
주요지역 맞춤형 가이드라인 수립 계획

▲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
 함인선 광주시 총괄건축가는 “경계가 문제다”고 했다. 구체적으론 “단지형 아파트를 해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3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광주도시미래포럼 주최로 진행된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진단은 이렇다. 1960년 우리나라에 최초 아파트가 들어오고 1970년대엔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재정이 부족했던 당시 한국 정부는 공공이 도시 곳곳에 마련해야 할 녹지나 주차면적, 학교, 유치원 등을 민간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도록 했고, 이것이 대한민국에 ‘단지형 아파트’가 등장한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경계를 지으며 ‘단절’된 공간인 단지형 아파트가 늘어가고, 한정된 단지 부지에 사업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아파트가 고층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여기에 정부가 공공성을 내맡겨버린 민간아파트들은 경계를 강화하고, 그 경계 너머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 결과가 현재라는 이야기다.

 이것이 한국에 ‘단지형 아파트’가 등장한 배경이고, 공공재원을 통해 도시계획이 이뤄져 등장한 유럽의 아파트와 한국의 아파트가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을 걷게 된 이유라는 지적이다.
 
▲공공성 망각…고층화는 필연적

 함 건축가는 “파리를 보면, 일단 5층넘는 아파트가 없고 도시 곳곳에 공지가 조성돼있으며 공공영역과 사적영역 사이에 물리적 경계가 없다”며 “단지를 해체하자는 건 아파트를 해체하자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공공성을 망각하고 지은 아파트만 짓느냐는 문제제기”라고 지적했다.

 또 “결국은 개발 과정에서 공공성을 넘겼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우리가 만들었는데 왜 간섭하느냐’고 할 말이 있는 것”이라면서 “그 와중에 같은 땅에서 주거환경을 확보해야 하니까 동과 동 사이가 멀어지고 세대수는 많아야 하니까 높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고층현상은 이런 배경에선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층건물이 무조건 나쁜 게 아니다. 심미적으로 불쾌감이 있거나 일조를 가리거나 하는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문제는 그것을 허가해주는 만큼 공공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일부를 공개공지로 얻거나, 디자인의 퀄리티를 높이거나, 공공이 얻을만큼 얻으면서 주는 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시건축 미학적으론 예술·문화·민주도시, 주거환경 면에선 공동체·녹색·압축도시, 도시공간구조 혁신에선 미래·균형·상생도시를 제시했다.

 그는 “고밀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것들은 몰아놓고 빛 안들어도 살겠다고 하면 사는건데, 그 안에 주차장도 있고 녹지도 있으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그래서 도시만의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니다”면서 “현재의 법제도가 유효하지 않다고 하는 시민운동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허무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불법주정차 CCTV다는 순간, 딱지가 날라오니까 다음부터 꿈도 안꾼다”며 “시민들이 안바뀔 것 같지만 바뀐다. 그다음엔 업자들이 바뀌고 그러면 다 바뀌는 것. 다만 지금처럼 무조건 안된다고 누르는 게 아니라 관이 방식을 바꿔 사업성과 공공성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 주요지역에 대한 지역 특성에 맞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경우, 건축심의 없이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업허가를 받고 특별하게 건립하는 경우에만 심의를 받는 구조”라며 “(한국에서) 건축심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가이드라인이 권역별로 있어야 한다. 광주의 주요한 지역에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합의 광주만의 도시규율 필요

 한편 광주시는 광주다운 도시계획 수립 방향을 ‘회색 도시에서 디자인 도시로’ 변모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도시 볼거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건축물을 위해 디자인 수준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도시계획 조례 개정 △아트도시 광주정책 추진 △총괄건축가 위촉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 △광주 관문디자인 개선 등 사업 등을 추진한다.

 함인선 총괄건축가는 공공건축을 혁신해 회색도시 이미지를 탈피하고 광주만의 도시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명품건축물 건립 정책을 집중 추진한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지난 7월 제1기 공공건축가 24명을 위촉했다. 함인선 총괄건축가와 협력해 공공건축물의 품질과 품격을 높이고, 도시계획, 건축기본계획 등 도시건축정책도 총괄 조정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론 충효동 광주생태문화마을 조성 사업, 상무소각장부지 광주 대표 도서관 건립 사업, 국민체육센터 건립 사업 등 대형 공공사업 10여 건을 기획할 때부터 구체적인 자문부터 디자인 설계까지 참여할 예정이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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