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이주민들 연결하고 지탱하는 ‘힘’
갈 곳 없는 외국인들 위한 ‘쉼터’ 운영
운영비 후원 절실 “따뜻한 관심·도움을”

▲ 지난 2일 ‘이주민 쉼터’에서 만난 유니버설문화원 바수무쿨 원장.
 광주에 사는 이주민들이 겪는 다양한 문제들. 바수무쿨 원장은 고민했다.

 “이 사람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유니버설문화원은 그러한 고민의 시작이자 해답이 된 곳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유니버설문화원 10여 년의 발자취는 바수무쿨 원장이 광주에 꽃 피어낸 또 하나 역사이자 자산이다.

 지난 2일 유니버설문화원(동구 무등로 375번길, 광주교육대학교 정문 건너편 계림동)에서 만난 바수무쿨 원장은 “광주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문화원 활동’을 마음 먹은 건 서울대서 학업을 할 때다.

 1992년 인도에서 유학을 와 종교학을 배우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맺은 그는 유학생들 모임 회장을 맡아 이주노동자를 돕는 봉사활동을 했다. 한국어를 비롯해 무려 7개 국어에 능통했기에 그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다.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너무 막대하고, 인간으로 대우해주지 않는 이들이 너무 많았어요. 외국인들의 인권을 위해 내가 도움을 줘야 겠구나.”

 한국에 대한 애정이 컸다. 한국인과 결혼해 2000년 귀화했다.

 석사·박사 과정을 마치고 교수 생활을 하면선 “그 이후의 삶은 오로지 봉사 목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게 문화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광주로 오게 된 건 ‘아시아문화중심도시’가 이유였다. “나에겐 인도 문화가 있으니까. 아! 나도 광주에서 할 역할이 있겠다 생각했죠.”

 2008년 북구 풍향동에 ‘바수무쿨 문화원’을 열었다. 유학생,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사랑방’이 생긴 것이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이끌려 광주로
 
 이때부터 바수무쿨 원장은 이주민들을 돕는 일이라면 어디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몸이 아픈데 한국어가 서툴러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주민이나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통역이나 법률 지원을 제공했다.

 요가·명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이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장으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문화원 처음 생기고 나서는 추석, 설날만 되면 유학생, 이주노동자들과 행사를 했어요. 식당 문도 닫고 이주민들이 아무 것도 할 게 없으니까.”
한 이주민의 비자문제 상담 모습.<유니버설문화원 제공>

 이때부터 입소문을 타고 문화원을 찾는 외국인, 이주민들의 숫자는 많아졌다.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이 계속 우리한테 오는 거죠. 그러면서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들을 봉사자로 뽑고 네트워킹 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어요. 아프거나 법률적으로 통역, 변역 등의 도움이 필요할 때 힘을 보탤 수 있게.”

 2013년 문화원 명칭을 ‘유니버설문화원’으로 바꿨다. 공간도 지금 있는 동구 계림동으로 옮겼다.

 그러면서 더욱 더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생활상담, 생활이 어려운 이주민들에 대한 음식 나눔, 각종 문화교류 행사도 문화원이 주축이 돼 진행하는 일들이다.

 유학생, 이주여성들을 조직해 외국어나 요리, 요가교실을 운영하는 등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재능과 끼를 활용해 광주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는 일도 돕고 있다.

 ‘이주민 쉼터’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유학생·이주여성 돕기로 시작
 
 계림동 주변의 빈집을 빌려 침구, 가전, 가구는 물론 식자재, 의복 등을 갖추고 ‘피난처’나 ‘쉼터’가 필요한 외국인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사업주와의 갈등으로 새 일자리를 찾으며 머물 곳이 필요한 이주노동자부터 일방적 이혼이나 폭행 등을 살 곳을 잃은 이주여성, 기숙사 이용이 어려운 외국인 등이 주 이용자다.

 특히, 문화원을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이 이주노동자다. 유니버설문화원은 단순히 통·번역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노무사, 변호사, 노동조합 등을 연결해 사업장 변경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발벗고 나선다.

 최근엔 난민 신청자들을 돕는 일도 많아졌다.

 2일 바수무쿨 원장과 함께 새로 이전해 문을 연 이주민 쉼터를 찾아갔을 땐 어깨 수술을 받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파키스탄 출신의 난민 타리크(Tarikh)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바수무쿨 원장이 ‘친형’처럼 잘 대해줘 잘 지내고 있다”며 “유니버설문화원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 교실.<유니버설문화원 제공>

 쉼터는 이주민들의 행사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힌두 공동체, 이슬람 공동체 모임들이 더 활발해질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들의 축제 때도 쉼터를 무료로 제공해 줘요. 필요한 음식 재료, 조리 도구도 주고. 쉼터가 좁을 땐 더 넓은 장소를 마련해 주는데 우즈베키스탄 유학생들이 600명이 넘는데 올해 축제를 시작했어요.”

 바수무쿨 원장은 이주민들이 광주에서도 자신들의 문화를 기억하고 유지하면서 광주시민들과 격없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전부터 문화교류,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의식을 깨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이주민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모든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 방글라데시, 네팔 등 유학생, 이주민들이 모임을 만들고 당당하게 자신들만의 축제를 벌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다.
‘이주민 쉼터’ 오픈하우스 행사. <유니버설문화원 제공>
 
▲이주민쉼터 매월 이용자 100명 넘어
 
 쉼터를 운영하면서 도움을 필요로 하거나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광주를 찾는 이주민, 외국인들이 숫자가 늘면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는 것.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광주 거주 외국인은 총 2만2815명으로 집계됐다.

 유니버설 쉼터의 경우 최근 5개월간 매월 이용자가 100명을 넘고 있다.

 하지만 문화원 측은 “무작정 이주민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고 토로하고 있다. 쉼터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운영비가 문제다.

 유니버설문화원은 최근 쉼터를 이전하면서 노후된 시설을 개선하는데 많은 비용을 쏟아부어야만 했다. 여기다 식자재 구매 비용 등 광주시나 사랑의 열매 등의 각종 지원도 기간이 끝나가 걱정이 이만 저만 아니다.

 월세, 전기세, 수도세, 관리비, 각종 식자재 구입비 등을 다 포함하면 적어도 매월 150만 원 정도의 운영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바수무쿨 원장이 최근 새로 이전한 이주민 쉼터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개선한 비가림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유니버설문화원이 이만한 돈을 마련하자면 결국 자발적인 후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에 유니버설문화원은 최근 이주민 쉼터 운영비에 보태기 위해 광주NGO센터에서 진행하는 ‘소셜펀딩’에 참여했다. ‘이주민 긴급생활지원 임시거처 쉼터 관리비 지원’이란 이름으로 진행 중인 펀딩 프로젝트는 9월13일까지 500만 원(4개월 운영비, 월세 200만 원, 전기세 52만 원, 상하수도요금 8만 원, 쉼터 관리비 80만 원, 난방비 200만 원)을 모집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집 실적이 목표금액에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결코 소셜펀딩만 바라볼 수 없기에 유니버설문화원은 정기 후원, 기부 참여 등을 호소하고 있다.

 당장 이주노동자, 이주여성들의 경우 특히 추위를 잘 타기 때문에 겨울을 대비해 난방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겨울을 나는데 필요한 의류나 식자재 등의 후원이나 기부도 기다리고 있다.
 
▲운영비 매월 150만 원 마련 관건
 
 “기름 값, 가스 값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데 쉼터 이용자 대부분이 돈이 없어요. 난민 신청자의 경우 아르바이트도 못해서. 아이가 있는 난민의 경우 분유나 기저귀도 부족하고. 쌀, 양파, 감자 등 음식을 비롯해 스웨터 같은 겨울옷들도 후원이나 기부가 절실해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이주민들의 버팀목을 자처해 온 유니버설문화원. 바수무쿨 원장은 문화원이 10년이 넘도록 그 역할을 해올 수 있었던 공을 ‘광주’에 돌렸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 광주가 아니었다면 결코 할 수 없었어요.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이나 인권이 이만큼 좋아질 수 있었던 게 다 광주시민들이 협조해준 덕이죠. 이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 고맙고 소중한 일입니다.”

 바수무쿨 원장이 현재 가장 바라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쉼터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시설 공사를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유니버설문화원에 상근 직원을 두는 일이다.

 현재 유니버설문화원은 사무국장, 운영팀장 등이 있지만 사실상 ‘자원 봉사’ 개념이다. 제대로 월급을 챙겨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가스 공사는 조금이라도 쉼터 운영비를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나 공사 자체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 당장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가 미처 챙기지 못한 일을 시작해고 이어온 유니버설문화원이 이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참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유니버설문화원: 062-471-8006.
※후원계좌: 광주은행 066-107-311890(예금주 유니버설문화원)
※소셜펀딩 사이트: http://www.socialfunding.or.kr/bbs/board.php?bo_table=reward&wr_id=88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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