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휴지 치운다고, 화장실서 쉬라니….”
휴게실커녕 환복공간조차 없어 ‘눈물’
청소노동자의 죽음을 보며 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숨죽여 울었다고 한다. 이들에게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휴게실은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다. 발 뻗고 쉴 공간조차 없는 학교가 태반이고, 언제 쓰고 버려질지 모를 고용불안과 최저임금도 못 미치는 시급까지…. 여러 악조건 속에서 ‘인간답게 살 권리’도 함께 유폐됐다.
지난 7월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3일 간의 총파업을 벌였다. 정규직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신분보장을 약속받기 위해서다. 학생과 학부모, 국민들의 지지로 이번 파업은 큰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도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학비노조는 10월 중 2차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광주지역 학교비정규직노조 역시 그 투쟁의 선봉에 서 있다. 광주 학비노조가 ‘비정규직 차별 철폐라’는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온지도 벌써 10년째다. 그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교묘하고 악랄한 방식으로 노동착취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광주지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5000여 명에 달하며, 비정규직 직종만 50여종이 넘는다. 이에 본보는 ‘하루살이 목숨’이라 불리는 특수직군, 편법계약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계약직(강사직군), 산재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급식노동자와 같은 공무직 등 학교 비정규직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직군별 대표 직종을 중심으로 인터뷰를 이어갈 예정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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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넘게 쉬지 않고 화장실 청소를 하면 옷은 땀범벅이 되요. 그런데 학교에선 제가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냄새 나는 옷을 입고 퇴근하기도 그렇고…. 어쩔 수 없이 화장실이나 창고 같은 곳에서 후다닥 갈아입어요.”
광주의 한 학교에서 근무하는 미화원 A씨는 매일같이 학교 전체를 쓸고 닦는 중노동에 더해 휴게실이 없어서 곤혹스럽다.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했지만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탓에 10분만 움직여도 땀이 비 오듯 쏟아지는 환경.
하지만 그는 아주 잠깐이라도 선풍기 바람을 쐬며 쉴 수가 없다. 학교에서 유일한 미화원인 그를 위해 단 한 평의 휴게실조차 제공받지 못해서다. A씨가 편안히 옷을 환복 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나마 창고를 비우고 미화원 휴게실을 마련해주는 곳도 있지만, 환기가 안 되거나 선풍기조차 없는 곳이 태반이다. 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창문 없는 휴게실에서 쉬다가 사망에 이른 사건도 있었다.
또 다른 학교에서 근무하는 미화원 B씨는 거의 매일 ‘업무 지적’을 듣느라 이골이 났다.
▲별도직군 분류…“임금·고용차별 가중”
“수십 개의 화장실 칸을 4~5시간 안에 처리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학교 자체가 워낙 오래돼 시설이 노후화 된 탓에 배관불량, 타일오염은 기본이고요. 또 학생들은 변기에 물을 안 내리기 일쑤에요. 그런데도 관리자는 매일 ‘오늘 청소 하나도 안 했다’며 면박을 주니 살 수가 없어요.”
학생과 교사 등 수백 명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는 화장실을 한 명의 미화원이 온 종일 애써도 깨끗이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화장실 뿐 아니라 복도와 계단, 창틀까지 학교 구석구석 체크해야 한다.
헌데, 청소의 범위를 ‘학교장이 지시하는 정당한 업무’라는 애매한 잣대로 적용하다 보니 관리자의 지나친 간섭에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다.
이에 미화원들은 “쾌적하지 않은 공간에서 똥휴지나 분비물을 처리하는 청소노동자지만, 그로 인해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광주지역 학교비정규직노조 미화원분과에 따르면, 학교 미화원은 학교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 에 더해 각종 편법과 갑질로 ‘차별 가중’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 미화원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 용역업체 소속으로 위탁 채용됐으나, 2017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지역 학교 미화원은 현재 교육공무직 신분에서도 밀려난 ‘별도 신규(특수) 운영직군’으로 분류돼 있다. 이 직군엔 학교 야간 당직도 포함됐다. ‘정년 60세 하향 설정, 2021년 교육감 직고용’ 등을 조건으로 한다.
특수운영직군은 ‘교육공무직 관리규정’에 따른 단체협약을 적용받는 대신 ‘취업규칙’을 적용해 무급휴일(식) 적용, 시간제 등 불리한 노동조건에 쳐해 있다.
다만 시교육청은 특수운영직군 취업규칙 적용은 지난해 노·사 전문가 협의기구를 통해 결정된 것이어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
이에 학비노조 미화원분과(이하 학비노조)는 “우리도 별도의 직군이 아닌 교육공무직종으로 포함해준다면, 온갖 차별이 조금씩 개선되리라는 희망이라도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취업규칙 적용에 따른 여러 부당노동행위들을 감시하고, 개선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사람취급 해달라, 공무직종 포함” 요구
학비노조는 먼저 “수백 명이 하루에 몇 번씩 이용하는 학교 화장실을 4·5·6시간 시간제(시급적용) 고용으로 처리하려는 구조”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시교육청 미화원 취업규칙은 4시간 근무에 30분 무급휴식, 8시간 근무에 1시간 무급휴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 보통 학교는 근로시간을 최대한 적게 적용하려 하고 실제 노동시간은 훨씬 많은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청소의 경우 ‘고령자 친화 직종’이어서 65세 정년이 권고되는데도 정년을 60세로 하향 설정한 탓에 현역 미화원들의 은퇴 압박이 크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현재 학교 미화원의 50%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밖에도 휴게시설 미흡을 비롯해 재량휴업일 출근, 남자 화장실 성희롱 문제 등 현장에서 벌어지는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게 미화원들의 증언이다.
학비노조 조합원인 미화원 C씨는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님이 ‘교육가족’이라는 말을 하실 때, 우리 미화원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다”며 “미래의 꿈나무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노동자로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다는 자존감으로 일할 수 있도록 노동 실태 전반을 조사, 개선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 교육부는 기존에 학생들이 담당해 왔던 화장실과 유리창, 특별교실 청소는 어린 학생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청소용역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학교 청소용역 지원제도 교육부의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으로 중, 고교까지 확대됐고 학교에서 1명의 인력을 고용해 학생들이 담당하기 어려운 시설의 청소를 맡아 주로 계단의 바닥세척(왁스 코팅), 화장실 소독, 유리창 먼지제거, 냉난방 시설 필터 세척교환 등을 담당해 왔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김우리
ur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