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현장 속으로 더 가겠다” 다짐
5·18 연극 퍼포먼스
공익소송 변론 낭독 등 선봬

▲ 지난 9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 변호사들과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를 찾은 시민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성장한 민변 광주전남지부가 ‘스무살 청년’이 됐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 변호사들은 자신들의 ‘생일잔치’에 시민들을 불러 “시민들의 사랑과 연대가 있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시민들과 소통하며 같은 눈높이로 함께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지난 9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 창립 2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1999년 9월3일 11명의 변호사가 모여 지역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해 깃발을 내건 광주전남지부의 지난 20년 발자취를 더듬어 보고 앞으로를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제는 회원이 60여 명이 이르는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그동안 국가보안법 등 시국사건을 비롯해 여성·장애인·소수자와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인권보호, 환경, 노동, 5·18진실규명, 농업, 과거사청산 등으로 활동 폭을 넓혀왔다.

이를 통해 지역의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환호하면서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헌신해 왔다.

한상록 국세청장 명예훼손 사건, 지만원·뉴스타운 사건, 전두환 회고록,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사건, 남영전구 수은중독, 서광주 우체국 집배원 사망 사건, 담양 펜션 화재, 장성요양병원 화재, 인화학교, 세월호 참사 진도경찰 사건 등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에 기꺼이 힘을 보태왔다.

때문에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스무살 생일은 연대해 온 시민단체들과 활동가들에게도 각별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근로정신대 시민모임“10년 현장 같이 있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10년 전 김정희 변호사(광주전남지부 부지부장)가 광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함께 하며 썼던 밀짚모자를 보이면서 “시민모임 10년의 감동, 환희, 울분의 현장에 민변이 함께 있었다”며 “함께 비를 맞고 거리에 함께 섰고, 결국 ‘김앤장’을 상대로 대법 승소라는 역사적 쾌거를 거머 쥐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의 든든한 벗으로서 사법 정의 실현에 그 역할을 다 해줄 것을 기대한다”며 사랑의 ‘하트’를 전했다.

전두환 회고록 사건 등에서 민변 광주전남지부와 함께 한 고 조비오 신부 유족 조영대 신부는 “민변은 5·18진상규명과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소송에 소명감을 가지고 열성을 다해 싸워주고 있다”며 “민변은 우리사회 빛과 소금이다”고 감사를 표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변호사들과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법적 투쟁을 함께 해온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창립 20주년 축하 영상 메시지.

박원순 서울시장, 5·18기념재단, 광주여성민우회, 근로자건강지원센터,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광주전남지부 등 많은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친구’들도 영상 메시지를 통해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창립 20주년을 축하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창립멤버이자 ‘왕언니’로 통하는 임선숙 변호사(7대 지부장)는 “광주 민변이 스무살이 되고 이렇게 성장한 것은 회원들의 노력도 컸지만 시민사회가 보여준 그 사랑에 힘 입은 것이다”고 밝혔다.

▲“더 큰 책임감으로 정의를 향해”

임 변호사는 “광주에서 변호사를 하게 된 사람들은 축복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항상 응원과 격려로 시민사회가 함께 해줬고, 민변이 참여하면 환영해줬다. 광주 민변은 더욱 더 큰 책임감으로 더 정의로운 사회, 약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사회가 될 수 있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지난 20년을 엿볼 수 있는 변론 낭독회.

이 말처럼 김정희 부지부장은 행사를 함께 한 이들에게 “무슨 일이든 심부름 시켜주시면 달려가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초대 지부장인 민경한 변호사는 “광주전남지부가 20년 동안 건강하게 자라서 5·18, 근로정신대, 세월호사건, 신안 염전사건 등 공익변론과 여러 기획소송을 진행하는 등 너무 활발하게 활동해 기쁘다”며 “앞으로 20년, 30년 계속해서 소수자, 약자를 위한 밝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그동안 다룬 공익소송 중 10건을 선정, 변론낭독회를 진행했다.

민변 광주전남지부가 지난 20년을 어떤 각오와 다짐으로 쉼 없이 달려왔는지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 5·18민중항쟁을 다룬 연극 퍼포먼스가 선을 보였다. 연극인 나창진 씨의 도움으로 민변 광주전남지부의 젊은 변호사들이 직접 배우로 변신해 준비한 연극이다.

민변 광주전남지부 창립 20주년을 맞아 젊은 변호사들이 선보인 5·18 연극 ‘기억하라 그대여’.

‘기억하라 그대여’라는 제목의 연극에서 변호사들은 5·18 때 희생된 무명 열사, 시민군, 5·18을 왜곡·폄훼하는 ‘좀비’를 맡아 열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5·18의 아픔을 보여주는 대목에선 가수 소영의 가슴 저리는 노래가 더해져, 눈시울을 적셨다.

무대 마지막에선 5·18 때 희생된 이들의 혼을 달래는 의미로 행사에 참여하는 시미들이 열사들의 이름(무명열사는 빈 이름표)이 적힌 꽃을 무대에 꽂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모든 꽃이 무대를 수놓은 뒤에는 무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던 ‘무명열사’가 퇴장, 이를 보면서 모두가 역사왜곡을 바로 잡고 5·18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5·18 연극 ‘기억하라 그대여’ 마지막에선 20주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5·18 때 희생된 이들의 넋을 기리는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 민변 광주전남지부는 유명 인사나 국회의원들을 소개하는 등 형식적 의전을 모두 생략했다. “시민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행사 취지를 위함이다.

▲“변호사들 직접 5.18연극 공연”

준비한 모든 행사가 끝나고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뒤 만난 민변 광주전남지부 김정호 변호사는 “지금까지 민변은 열정도 있고, 의지도 있었으나 역량이 안 되거나 현장 목소리를 듣지 못해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며 “그 20년을 바탕으로 저희도 분발하고 시민사회에서도 애정과 비판 등 ‘피드백’을 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모아보는 자리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송뿐 아니라 소송 외적인 부분에서 연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되고 싶다. 예전에는 정치적 이슈에 한정됐지만 시민들의 일상에도 다양한 형태의 불합리한 것들이 많다”며 “여성, 아동, 성소수자, 환경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60명 시대에 걸맞는 TF를 갖춰서 시민들과 같은 눈높이로 가보겠다, 현장 속으로 더 가겠다”고 말했다.

9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민변 광주전남지부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김정호 지부장이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특히, “20주년이 시민들과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돼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들이 편한 마음으로 민변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며 “우리는 그 두드리는 문제의식을 잘 받아 사회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해결책을 만들어 가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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