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성청소년 무상 지원” 골자
23명 시의원 공동 발의
행자위서 돌연 ‘상정 보류’
“기존 지원책, 집행부 의견 등 고려”

▲ 광주지역 70여 개 시민사회단체와 청소년 등이 참여한 ‘광주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가 지난 8월8일 광주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의원 23명 전원이 발의자로 참여한 ‘광주광역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조례안’이 정작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상정 보류되는 일이 일어났다. 조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제정에 동참하겠다고 해놓고 조례 심사는 미루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 것.

 17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23명 전체 광주시의원 공동으로 ‘광주광역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조례안’을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현재 저소득층 광주 여성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생리용품 지원을 모든 여성청소년으로 확대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광주시는 만 11~18세 저소득층 광주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6억3000만 원을 들여 바우처 방식으로 생리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지원 대상자 6200여 명 중 4500여 명만 신청해 지원율이 73%에 그쳤다. 지원 신청이 ‘저소득층’이라는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생겨난 현상이다.
 
▲낙인 효과 우려 보편지급 방침으로

 이에 운동본부는 “광주 여성청소년의 월경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며 생리용품 보편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광주 여성-엄마 민중당은 광주지역 내 공공시설 화장실에 생리대(위생필수품) 무상지급기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성청소년들을 위한 보편적 생리용품 지원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광주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운동본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연주 의원이 조례안을 마련하고 다른 시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전의원 공동발의’까지 이뤄졌다.

 그런데 막상 해당 조례안을 심사할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이와 관련해 행정자치위원회는 17일 간담회를 갖고 18일 심사할 예정있던 ‘광주광역시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조례안’을 상정 보류하기로 했다.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 5명 중 유일한 여성 의원인 임미란 의원은 적극적으로 조례 심사를 요구했으나 나머지 의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상정 보류’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주 행정자치위원장은 “집행부에서 당장 지원 조례가 필요치 않고, 기존에도 국비로 저소득층 청소년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심도 있게 검토하자는 취지에서 상정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 청년정책과는 “저소득층 여성청소년을 대상으로 국비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전체 여성청소년으로 확대하면 예산이 76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예산 부담이 커진다”고 조례 제정에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

 서울에서 비슷한 조례가 추진되다 보류되고 있다는 점과 학교 양호실, 청소년 시설 등에서도 무상으로 생리용품을 지원하고 있어 ‘중복문제’가 우려된다는 점도 제시했다.

 광주시의 이러한 입장 역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보류’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 ‘전원 동의?’ 이름 팔이 의원들 민낯

 그렇다곤 해도 조례안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의원들이 상임위를 앞두고는 ‘신중하자’며 태도를 바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례 취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의원들도 하니까 나도 하자”는 식으로 이름만 넣는 시의원들의 민낯도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김익주 위원장은 “기존 생리용품 지원 현황들을 자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보류한 것이다”며 “시행착오를 겪기 전 신중하게 가는 게 더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보류된 조례안이 언제 상정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다만, 광주시가 내년도 본예산 안을 거의 짜놓은 상황에서 9월 임시회에서 통과가 이대로 무산되면 사실상 연내 조례가 만들어지더라도 내년 지원사업을 위한 예산 반영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연주 의원은 “예산 부담과 관련해서는 전체 여성청소년이 어렵다면 일단 고3 청소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가자고 했고, 조례에도 그런 길을 열어뒀다”며 “크게 반대할 명분이 없음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편, 2019년 7월31일 기준으로 2020년에 만 11세부터 18세까지 해당되는 광주 여성청소년 수는 6만398명 정도로 예상된다. 전체 여성청소년에 무상으로 생리용품을 지급하기 위해선 76억 원 정도가, 일단 고3 여성청소년만 대상으로 지원을 하면 10억 원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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