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농민 월 20만 원’
농민회·민중당 주민참여조례에
시의회 ‘농가 대상’ 조례 추진
“대상 축소·취지 훼손” 반발 직면

▲ 지난 8월22일 광주시 농민회, 민중당 광주시당 등이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주민참여조례 제정운동을 선포하고 있는 모습.
 광주에서도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근거가 될 조례 제정을 놓고 광주시의회와 농민단체가 지급대상, 기준 등에서 이견이 커 논란이다. 농민단체들은 “농민수당은 단순한 복지수당이 아닌 농업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보상 개념”임을 강조하면서 시의회가 내놓은 조례안이 이러한 취지를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익주 의원은 “일단 근거를 만들고 점차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당장 현실 여건을 고려한 조례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17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다음날 열릴 광주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 김익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광주광역시 농민수당 지원 조례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시 농민회(이하 광주시 농민회)와 민중당 광주시당 등이 “기본 취지를 훼손한 일방적 추진”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시 농민회와 민중당 광주시당은 지난 8월 주민발의 방식으로 자체적으로 농민수당 조례안을 제출, 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주민발의가 성사되기 위해선 2만 명에 가까운 시민들의 서명이 필요하다. 절차적 효율성이나 신속성으로 보면 광주시의원이 조례안을 발의해 제정하는 것이 훨씬 좋지만 정작 광주시 농민회는 시의회의 조례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농민수당 대상·결정 구조 등 이견

 광주시 농민회, 민중당 광주시당 등이 참여하고 있는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주민참여조례는 광주지역 모든 농민(관련법상 용어는 농업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시의회 조례안은 농가를 대상으로 한다”며 “이로 인해 농민수당을 받는 대상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익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농업경영체의 경영주, 실제 경작 또는 사육하고 있는 농업인 등이 한 명 이상 포함된 ‘개별가구’를 대상으로 명시했다.

 김 의원은 농민수당 지원조례가 원안대로 시행되면 전체 1만380농가 중에서 약 9000개 농가가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광주시 농민회 등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광주지역 농민 2만5300명 전체를 대상으로 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농가가 대상이 될 경우 실제 농사를 짓더라도 여성 농업인(아내)이나 종사자는 농민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의당도 농민수당 지급에 있어 여성 농업인에 대한 차별이나 불평등을 우려하며 농가보다는 농민 개인을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농민수당 정책을 콘트롤하는 ‘농민수당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도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의 주민참여조례안과 시의회 조례안은 차이가 있다.

 농민수당심의위원회는 조례에 명시된 지급대상이나 기준 등을 바탕으로 실제 농민수당을 지급받는 대상과 구체적 액수 등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이처럼 중요한 기구에 농민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보고, 심의위원회를 광주시청 추천 5명, 농민단체 추천 5명, 농업분야 전문가 및 시민사회단체 5명 등으로 구성하는 내용으로 조례안을 마련했다.

 김익주 의원 조례안은 15명 이내로 구성하되 농업 업무 담당 국장은 당연직 위원으로 하고, 나머지 위촉직 위원은 ‘농민수당 관련 분야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시장이 위촉하도록 했다.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시의회 조례안대로 될 경우 “심의위원회 구성이 광주시장 입맛에 맞는 인사들 위주로 이뤄지고, 운영 자체도 광주시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다”며 “농민수당 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농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농민수당 지급 금액과 관련해서도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는 월마다 20만 원씩 연간 240만 원을 제시했다. 광주시의회 조례안에는 반기마다 지급한다고만 돼 있을뿐 구체적 액수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김익주 의원은 전남 해남 사례를 바탕으로 반기마다 30만 원씩 연 60만 원 지급을 제안했다.
지난 8월27일 김익주 광주시의원이 개최한 농민수당 정책토론회가 광주시의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의회내서도 이견차 상정 보류 가능성

 무엇보다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가 가장 불만을 나타내는 것은 주민참여조례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내용상 거의 차이가 없는 조례를 광주시의회가 뒤늦게 별도로 발의하고 추진하는 것이다.

 광주농민수당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농민수당은 농업의 가치를 사회가 인정하고 보상을 통해 농촌이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다”며 “단순히 세대당 얼마 씩 지원해주는 복이어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식은 안 된다”며 “시의회가 조례 심사를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지켜보고 향후 대응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발의된 조례안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자 시의회 내에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산업건설위원회는 17일 간담회를 통해 심사 안건들에 대한 의견을 나눈 가운데, 농민수당 조례안에 대해선 심사를 보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익주 의원은 “농민수당 필요성 자체는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에서 2만5000여 명에 매년 240만 원을 지원하는 농민회와 민중당 안은 현재 광주시 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현실가능성 있는 조례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발의한 조례안 내용이 광주시 재정에도 맞다고 본다”며 “일단 조례를 마련해 개정 절차를 거쳐 개선해 나가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으로 농민수당이 지원될 수 있도록 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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