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갑질금지법 의미·한계 보고서’
사장 갑질·5인 미만 사업장 등 해결 어려워

 #사례1=회사 회장이 직위를 이용하여 전 직원에게 여러 가지 방법과 이유로 갑질을 행해왔다. 여러 직원들이 회장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많은 고충과 스트레스를 토로했고 신고서가 여러 건 접수 됐다. 하지만 회장은 신고자를 찾아내려고 하는 등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례2=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A씨. 상사에게 인격적인 모독과 부당한 업무지시를 당하고 있다. 괴롭힘 금지법의 도움으로 A씨는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례3=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 지청에 사고접수하려고 했던 B씨는 무척 회의적인 답변을 받았다. 사업주가 괴롭히는 경우에는 직접적인 처벌법이 없고, 사업주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도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론은 처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만으로는 현 상황이 바뀌기 힘들다는 답변인 셈.

 세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지난 7월16일부터 소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시행 이후 여러 사례 들에서 법적 한계들이 드러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전문가들의 모임인 직장갑질119는 최근 발행한 ‘갑질금지법 의미와 한계 보고서’를 통해 그 동안 접수됐던 사례들을 분석, 한계 등을 짚었다.
 
▲“대표이사 가해 벌칙조항 필요”
 
 보고서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 단계에서 국회와 고용노동부 등은 신설되는 법의 초점을 ‘사업장 내 자율적 해결’에 맞추었고, 이는 현장에 법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필연적으로 여러 한계를 낳았다”면서 “대표적으로 실효성 있는 법적 제재 장치 부재,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 노동청의 소극적 역할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었고, 실제 ‘직장갑질119’가 법 시행 이후 한 달간 제보받은 다수 사례에서도 이러한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인 경우, 사내 자율적 해결이 불가능해진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골자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한 법적 정의를 내리고, 해당 행위를 금지하면서 괴롭힘 행위가 사내에서 발생하였을 경우 회사가 마련한 취업규칙에 의거하여 ‘사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업무와 관련한 최고 결정권자인 대표이사(사장)의 괴롭힘 행위에 대해서는 사내에서 자체적으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 노동청에 신고하더라도 개선지도 외에 추가적인 제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부재하다. 해당 사용자가 개선지도 이후 이를 미이행한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제재 조치는 차기 근로감독 사업장에 포함시키는 것 정도라는 것. 따라서 대표이사가 가해자인 경우 벌칙규정이 신설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다수 법 조항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과 연계된 사안 중 피해자가 끈질긴 괴롭힘 끝에 결국 해고를 당하더라도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조차 신청할 수 없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따라서 향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 대해서도 부당해고 등에 대한 구제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이전에라도 우선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부터 해당 노동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가 요구된다”면서 “시행령 개정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사내에서 해결이 되지 않아 노동청에 진정을 했을 경우도 한계가 드러난다. 고용노동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사업장 내에서 적절한 조사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단계로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지만 법 자체에 내재된 여러 한계로 인하여 막상 노동청 진정 접수 단계에서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피해 상담 사례가 속속 접수됐다.
 
▲“간접고용·특수고용 보호 확대해야”

 ‘근로기준법’ 제76조2에서 금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위반 시 가해자 또는 사업주에 대한 직접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에 노동청에 대한 진정절차는 피해자가 노동청에 민원을 접수하면 노동청이 조사를 거쳐 사업장에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리는 것이 전부다.

괴롭힘 행위 자체는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가 아닌 민원을 제기하는 진정의 대상이므로 조사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출석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강제성 있는 법적 대응 방안이 없다. 한 마디로 조사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따르고 가해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노동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더 이상 이러한 괴롭힘 행위가 지속되지 않도록 시정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것인데,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직접적인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밖에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 등을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법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개정하지 않거나,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을 규정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노동자성이 문제되는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통해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괴롭힘 행위에 초점을 맞춰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직장갑질19는 직장갑질보고서 1호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의미와 한계’를 시작으로,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인들이 겪는 갑질을 사례를 바탕으로 유형별로 묶어 보고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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