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함성이 꽃피는 날

 안개구름

 비바람 스치고
 아침안개 자욱이
 먼 산등성이 걸리고
 햇살은 숨은채
 한참 나오질 않는다
 
 배롱나무 목백일홍
 꽃에 걸린 물방울은
 채 가시지 않은
 가슴 응어리 진 恨
 한반도의 눈물이다
 
 서늘한 가을바람 불어오고
 山河는 붉게 물들어 가는데
 거리에는 국민의 한숨소리
 다시 모여든 群衆
 다시 켜지는 촛불
 
 촛불 가득한 거리에
 함성과 함성 모여
 밤새워 아우성이다
 국민위에 권력없다
 민주주의를 외친다
 
 검찰공화국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부터 나온다
 국민의 여망이다
 검찰개혁 사법개혁 실시하라
 
 역사의 안개구름 걷히고
 광장의 함성이 꽃 피우는 날
 국민이 주인되는 그 날이 오기를
 이 가을에 기도하자
 민주주의 익어가는 계절이 되기를
 나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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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 동안 ‘재야 민주화운동’에 몸 담아 온 나상기 선생은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사진기를 들었다. “조급하게 변화시키려고 했던 과거에 대해 반성하고, 느긋하게 바라보면서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은” 뒤였다. 지금 그는 스스로를 ‘재야 사진가’로 칭하며, 남도 지방 사계절 풍경과 꽃을 담아내고 있다. 인생 2막, 여전히 ‘중심 아닌 곳’에 눈을 대고 있는 나 선생은 그동안 찍은 사진에 시적 감상까지 더해서 최근 ‘시사집(詩寫集)’을 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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