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시범사업 상무지구 마트만 설치
접근성 떨어져…자원 재활용 정책 허점

보증금이 오르면서 빈병 환불 욕구는 커지는데, 반환 시스템이 부족해시민들의 동참을 가로막고 있다.

소매점이나 편의점에선 수수료도 낮은 데다 빈병을 보관할 공간도 부족해 아우성이다. 이로 인해 시민들과 갈등도 빈번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무인회수기 확대는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회수기 확대, 교통카드 연계 등 고민하자”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광주지역 빈용기 무인회수기는 서구 롯데마트 상무점 단 한 곳뿐이다.

환경부가 2016년 12월부터 시범사업을 통해 설치한 것으로, 이곳엔 현재 회수기 두 대가 운영되고 있다.

소주병과 맥주병, 음료수병(코카콜라, 칠성사이다)병을 투입하면 금액에 맞춰 출력된 영수증을 마트에 제시하고 현금을 수령하는 시스템이다.

광주지역 유일한 빈병 무인회수처이지만, 이용은 쉽지 않다. 무인회수기가 주차장에서도 한참 떨어진 물류창고 인근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회수기 주변으론 물류를 운반할 때 쓰는 밀대와 박스가 가득하고, 안내도 돼있지 않아 처음 찾는 시민들은 무거운 빈병을 들고 한참 해맬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 4일 현장에서 기자가 만난 A씨는 “이제는 익숙해져서 차를 이 앞에 대거나 카트를 끌고 능숙하게 오지만, 처음에는 많이 헤맸다”며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위층 주차장이나 건물 내에 있으면 편하게 이용할텐데, 왜 굳이 짐 쌓아놓고 트럭들 지나다니는 곳에 설치해놓은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푸념했다.

▲소비자-소매점 갈등…빈병 재사용률 낮아

환경부에 따르면, 빈용기보증금제도는 1985년부터 시행됐다.

빈병 반환율을 높여, 신병 제작을 줄이고 공장가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요소를 낮춰 환경과 경제 모두 이득을 취하자는 취지다. 소비자는 제품가격에 포함된 빈용기보증금을 돌려받고, 생산자(제조업자)는 취급수수료를 가져가는 식이다.

2017년엔 보증금이 한차례 훌쩍 인상됐다. 2017년 1월1일자로 소주병은 한 병 당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 주스나 정종 등 대형 병은 100~300원에서 350원으로 대폭 인상된 것이다.

보증금 인상으로, 시민들의 빈병 반환에 대한 관심은 자연히 높아졌다.

하지만 시민들의 재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소매점이나 편의점 등 소규모 점포에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작은 점포일수록 빈병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데다 병을 처리하는 업무가 더해지는 것이어서 빈병 회수를 꺼린 탓이다.

빈병을 재사용하면 평균 병당 제조원가를 75원 절감할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연간 239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빈병 재사용률은 85%로, 핀란드(98%), 독일(95%), 캐나다(96%), 일본(94%) 등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수도권 집중 해소, 재활용 인센티브 확장 필요

이같은 소비자와 소매점 간의 갈등으로 인한 빈병 재사용률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빈병 무인회수기다. 하지만 전국 마트 88곳에 설치된 무인회수기 중 81%에 달하는 72곳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에 몰려있다.

광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윤희철 사무총장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소비자들이 보증금 반환을 포기하고 쓰레기 분리수거 절차를 통해 병을 처분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공병상을 통해 제조사로 가는 구조가 되며, 취급과정에서 파손되거나 이물질로 인해 내구성이 떨어져 재사용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활용의 문제를 무조건 소매점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무인회수기를 확대하는 한편, 그 보상을 교통카드 등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방식 등을 고민하면 재사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집앞까지…‘빈병수거기법’ 국회 계류중

한편 최근 현재 대형마트에 설치하도록 돼있는 것을 아파트 단지 등 ‘내집앞’에 설치할 수 있게 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관심이다.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 대표발의로, 이언주ㆍ박덕흠ㆍ임이자ㆍ강석호ㆍ문진국ㆍ김정훈ㆍ신상진ㆍ황주홍ㆍ홍문종ㆍ정병국 의원 등 국회의원 11인은 지난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환경노동위원회 게류중이다.

개정안은 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고 남은 금액을 사용하는 용도 중 빈용기의 보관, 수집소의 설치 규정에 아파트 단지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유철 의원은 당시 낸 보도자료에서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 시민들도 많은데 소주병, 맥주병을 들고 대형마트 무인수거기 까지 가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며 “아파트 단지 등 내 집 주위에서 반납가능토록 하였다”고 입법취지를 제시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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