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창비, 2019)

 ‘웃음’에 차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TV에서 나오는 ‘시커먼스’ 분장에 웃음을 짓고, 몸을 꼬며 ‘바보’ 흉내를 내는 개그맨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우리는 무엇에 웃고, 무엇에 울음을 지었을까? 그 ‘웃음’에는 누군가를 계층화하고, 혐오하며, 타자화하는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을까?

 인간은 모두 존엄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존엄한 인간 모두에게 동등한 평등의 가치를 부여한지는 채 얼마되지 않았다. 여성에게 재산권과 참정권이 주어진 것이 얼마 되지 않았고, 노예제가 폐지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행하는 불평등한 행위는 누군가의 ‘특권’을 유지하고, 그를 통해 사회를 통제하며, 질서를 장악하려는 거대한 권력 관계 속에 작동하게 된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 권력의 질서 속에 놓여있다.

 ‘웃음’은 이러한 질서 속에 도래한다. ‘차별’과 ‘편견’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다르다는 생각이 존중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치와 질서로 바뀌며, 더 이상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태도 속에 ‘폭력’이 자리 잡는다.
 
▲‘기울어진 공정성’위의 차별 감각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김지혜는 ‘차별’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즉 저자가 명명한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에 대해 말을 건다. “내가 속한 집단은 차별받지 않는 사람들이고,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고 생각해야 안심이 된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라고 지적한다.

 “세상이 기울어져 있음을 생각하지 않고 평등을 찾다보면 불평등한 해법이 나오기 쉽다.” 우리들은 ‘기울어진 공정성’ 위에 자신의 ‘차별’만을 감각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10-20대 남성들의 경우, 단순한 물리적 남녀 평등을 감각하며, 남녀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마저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니, 우리 사회의 차별이 인식과 문화에서 마저 공고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생활 속에서 들여다보면, 임금 체계와 비율이 전혀 다른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더치페이 논쟁’이 대표적이다.

 데이트 비용을 왜 남성이 내는가, 이제 여성도 함께 내자라는 주장인데, 여기에서 우리는 단순한 남녀 평등이라는 도식이 아니라, 왜 남성이 데이트 비용을 냈던 문화가 자리잡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 실현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는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낸다. ‘성별임금격차’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꾸준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2017년 우리나라의 중위소득 성별 격차는 34.6%로 미국의 18.2%와 일본의 24.5%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난다. 그 이유에 대한 여러 논의 중 대표적인 것은 인적 자본의 성별 차이, 여성의 경력단절, 그리고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의 문제가 언급된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 속에 ‘문화’마저 자리 잡은 ‘데이트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이 데이트 비용을 지급함으로서 평등이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성별임금격차가 존재하고 그 격차마저 너무나 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꾸는 것으로 평등을 실현해야 한다.
 
▲“선량한 마음만으론 이뤄지지 않아”
 
 “우리는 평등하게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는 상호 간에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한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평등하게 되는 것이다.”
(한나 아렌트,‘전체주의의 기원1’ 박미애·이진우 옮김, 한길사 2006)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김지혜는 우리가 가진 ‘특권’을 말한다. ‘특권’은 일부 고위층이나 재벌 등의 것으로 한정해서 좁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일상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물이나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소수자의 이익은 다수자의 피해라는 논쟁”이 한국사회에서 “평등을 지연시키는 논리”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구도에서 나에게 유리한 차별은 괜찮고 나에게 불리한 차별은 안된다는 이해관계만 남”게 된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 살고 있다. 서는 위치에 따라 시선이 달라진다. ‘선량한 차별주의자’ 저자 김지혜는 말한다.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에게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차별에도 차별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 우리는 얼마나 우리 세계와 나 자신을 예민하게 바라보고 실천해가야 할지가 극명해진다. 한 장 한 장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다. 그것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과 우리들의 ‘특권’에 대한 작은 흔들림이 있기를 소망해본다.
임인자 <독립기획자, 서점 ‘소년의서’ 대표>
 
 함께 읽어 볼 책
 지그문트 바우만. 2019.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동녘)
 김창환·오병돈. 2019. “경력단절 이전 여성은 차별받지 않는가? 대졸 20대 청년층의 졸업 직후 성별 소득격차 분석.” ‘한국사회학’ 53(1): 167-204.
 한나 아렌트, 2006 ‘전체주의의 기원1’(박미애·이진우 옮김, 한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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