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사회 구성원이라면 당연한 것인가?

 중학생 진로탐색 수업을 했다. 자아의 존중감을 시작으로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아는, 그러니까 자기 정체성을 갖고서 다양한 방식으로 직업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 진로교육의 핵심이다. 직업박람회·강연 등은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이 갖게 될 미래 직업의 느낌을 앞서 경험해 보는 것이고, UCC공모전은 청소년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물을 선보이는 것으로 그들 스스로가 어떤 눈으로 직업을 바라보는지에 대한 솔직 담백한 고민이 담겨져 있다.

 미래, 꿈, 직업이라는 어쩌면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한다는 그런 류의 단어들을 교육 아닌 교육으로 받다보니 왠지 낯설고 어색하지만 아직 한 발 떨어져 바라봐도 괜찮지 않겠냐는 결론을 내는 공모전 작품 중의 하나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과 끄덕거림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직시해야 할 현실은 돈 벌어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 자세한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다들 잘 아는 직업이지만, 어떤 직업도 노동을 겪지 않고는 직업이라 말할 수 없지 않냐라는 반문을 쉽게 하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 노동이 경제학적으로는 생산요소로서 생산물 도출의 비용이고, 법적으로는 계약에 따라 제공되는, 또 구속받는 일종의 행위의무라는 것을 학교교육으로 배우는 것조차 흔치 않으니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구한말 노동의 수입을 부국강병에 뒤따르는 서구문물의 수입품쯤으로 여겼던 노동교육의 한 흐름이 작금의 노동 빠진 직업, 노동 없는 진로교육에 일조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들게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경쟁에서 진 사람에게 왜 더 노력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과 같습니다. 경쟁에서 조금 뒤쳐진 것은 죄가 아닙니다. 비정규직, 계약직이라고 부당한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송곳의 대사처럼 우리는 달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는 것이고 우리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입니다. 국가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해도 평온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만화 ‘송곳’을 홍보하는 동영상에 담긴 이 말에 덧붙이자면, 위험한 작업장을 안전하게 하는 것은 국민경제 발전을 도모하고자 함이 아니다. 노동, 저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
홍관희<민주노총 법률원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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