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환경청장 “책임지고 끝까지 논의” 약속
시민모임 농성 철회 “제주에서 투쟁 계속”

▲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이 14일 영산강유역환경청 앞 광장에서 노숙농성 철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30일여간 이어진 제주도민들의 광주 농성기가 겨울까지 이어지지 않고 끝이 났다. 농성을 진행한 제주도민은 “제주에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지원해온 광주시민들은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연대의사를 밝혔다.

 텐트는 철거됐고, 투쟁현장은 제주 현장으로 옮겨갔다. 제주도민들은 “광주시민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14일 영산강유역환경청 앞 광장에서 노숙농성 철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앞서 13일에는 제주에서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주최하고 비자림로 공사 찬반 양측이 참여하는 2차 주민토론회가 진행됐다.

 14일 오전 시민모임은 김상훈 영산강유역환경청장과 면담을 가졌다. 제주도민 김키미 씨는 “2차 토론회에선 결과를 내지 못하고 서로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상훈 청장은 면담에서 토론회 등의 힘있는 진행을 책임지고 끝까지 가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30일간 노숙을 진행한 텐트.
 
▲김상훈 청장 면담 이후 결정

 지난달 16일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 철회 △시민 참여하는 사계절 생태정밀조사 실시 △환경영향갈등조정협의회 등을 촉구하며 지난달 16일부터 영산강유역환경청앞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시민모임은 김상훈 청장과의 면담을 끝으로 노숙농성을 철회했다. 광주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딱 30일 만의 일이다.

 제주도민과 광주 아이쿱협동조합 회원 20여 명은 영산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비자림로를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시민모임은 “아직 만족스런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오늘 텐트농성을 정리한다”며 “어제까지 두 번의 모임이 있었는데 아직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만나서 얘기하고 답을 찾자는 주장이 1년 2개월만에 받아들여진 것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답을 얻긴 어렵지만 찬반을 떠나 만나서 생각을 나눈다는 상식적인 자리에 일단 만족한다”고 밝혔다.

 비자림로 공사 문제에 대해선 “공사와 조사를 병행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제주도는 언제까지 회의만 할거냐며 벌써 공사 재개만 주장하며 구간을 나눠 공사와 정밀조사를 병행하자고 한다”며 “공사를 시작하면서 조사하겠다는 것은 결국 비자림로 공사를 지금 방식대로 강행하겠다는 강력한 의사표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농성을 정리하더라도 다양한 다른 싸움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제 제주로 내려가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고 밝혔다.
비자림로와 제주를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광주시민들게 감사 메시지도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힘을 보태온 광주지역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참석했다.

 광주 27개 시민단체, 정당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제주 비자림로 숲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포갠 사람들’을 결성해 숲문화제, 시위 등을 함께하며 연대해왔다.
정의당 광주시당 배준영 사무처장.

 정의당 광주시당 배준영 사무처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농성은 철수하지만 앞으로도 제주도와 비자림로 시민모임의 환경을 지키는 마음이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고생많으셨다”고 밝혔다.

 시민모임 김키미 씨는 연대단체를 하나하나 호명하면서 “지금까지 연대하고 마음을 포개고 함께 울고 웃어준 광주시민분들과 전라도민분들. 그리고 전국의 연대자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장기농성은 처음인데, 농성하는 자리가 싸우러 오는 자리인줄 알았더니 감사하는 자리라는 걸 느끼고 간다. 광주에서 받은 것을 나중에 또 누군가에게 전해주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 김키미 씨.

 이로써 제주도민의 광주농성기는 끝이 났다. 30일만에 텐트는 철수했다. 제주도민들은 이날 곧바로 비행기를 타고 삶의 터전으로 향했다. 기자회견에 함께한 한 광주시민은 이같은 말을 남겼다.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서, 이들 눈에 비친 광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부디 따뜻한 기억이길.”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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