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토론회서 광주시 “공공적 접근 잘못”
“사회적 대화 말하면서 방해꾼 인식” 비판 직면

▲ 19일 ‘노동존중·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준)’ 주최로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대토론회.
 합작법인 설립과 함께 자동차공장 착공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광주형일자리가 다시 한 번 ‘실체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직면했다. 노사민적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정신에도 불구하고 정작 “상법상 주식회사”라는 이유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추진 방식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19일 ‘노동존중·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준)’ 주최로 광주시의회에서 광주형일자리와 관련한 토론회가 열렸다.

 ‘광주시민이 너무나 바라는 광주형일자리, 어떻게 흥하게 할까요’라는 주제의 이날 토론회는 시민사회와 노동계, 정당, 청년, 여성은 물론 광주시와 광주형일자리 합작법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가 한 자리에 모여 현 상황을 진단하고 성공을 위한 길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광주글로벌모터스 박광식 부사장(이사)이 토론회 하루 직전 ‘불참’ 의사를 밝혔고, 실제 토론회에는 광주시를 대표해 박남언 일자리경제실장만 참석했다.

 이러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는 광주형일자리의 성공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광주시와 시민사회간 극명한 인식차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일정상 먼저 지정토론에 나선 박남언 실장은 광주FC 사례를 들어 “축구하는데 선수 어떻게 뽑았나, 전술 어떻게 하나 하는 것들을 다 관여하지 않는다”며 “지금 광주형일자리는 ‘사공’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다 ‘사공’을 더 보태고 이런 것들이 광주형일자리 사업 구조에서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사안별로 또는 동일 사안이라도 단계별로는 공공적 논의가 필요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맡겨주고 응원하는 단계가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는)믿고 맡겨주는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광주시 “현실서 중요한건 당사자 합의”
 
 박 실장은 또 “광주형일자리의 성격을 잘 이해해야 한다”며 “광주시가 (자기자본의)21%를 투자했지만 기본적으로 79%는 광주시 외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상법상 법인이다. 시 산하기관도 아니고 대표이사를 시장이 임명하는 것도 아니고 공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지역 공공사업이나 공공정책으로 생각해 똑같이 접근하면 근본적인 성격에서 잘못된 거라 본다”고 개인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광주형일자리는 완벽하게 모델이 정립된 게 아니라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개념과 지향점은 있지만 현실에선 실현가능한 방식을 구현하는 건 당사자간 합의다”고 말했다.
19일 ‘노동존중·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준)’ 주최로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대토론회에서 박남언 광주시 일자리경제실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법인이 이제 막 출범해 아직 공장도 지어지지 않았고, 직원 채용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이지만, 토론회에 참여한 시민사회, 정당 등은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외부의 지나친 간섭과 참여를 지적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나경채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은 “‘광주형일자리 촉진 조례’에서 광주형일자리는 사회적 대화에 기반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해석이랄 수 있는 조례에 기반해 광주시가 대화를 해야지 대화를 기피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대화파트너’가 아닌 ‘방해꾼’, ‘발목잡기 주체’로 보는 인식을 비판한 것.

 조선익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광주FC도 잘하면 박수도 쳐주지만 못할 땐 물병을 던지기도 한다”며 “박남언 실장 말대로 그런 정신이 있다면 오히려 시민들 이야기를 들어야지 ‘내가 전문가니까 팬들 간섭하지 마세요’라고 하는 건 스포츠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가치와 철학 부정 우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보현 전 광주시의원도 박 실장의 발언에 대해 “광주형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이런 거였나 새삼 놀랐다”며 “광주형일자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가 계속될 수록 많은 참가자들이 실망감을 나타냈다.

 민선6기에서 광주형일자리 추진을 선언할 당시 수도 없이 제기됐던 “실체가 있냐”는 물음을 떠올리며 “현 시점에서 다시 광주형일자리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논의와 토론을 통해 도출한 노사민정 사회적대타협이라는 핵심 원칙, 적정임금, 적정노동시간, 원하청 관계개선, 노사 공동책임경영이라는 4대 의제가 현대차와의 투자협약, 이후 법인 설립과정에서 맺어진 주주간협약 앞에서 휘청이는 듯한 상황 때문이다.

 광주시는 노동이사제 도입은 투자협약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고, 원하청 관계개선은 어떤 밑그림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19일 ‘노동존중·사회연대 광주형일자리 성공을 위한 시민모임(준)’ 주최로 광주시의회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 대토론회에서 발언하는 이기곤 전 기아차노조위원장.

 광주형일자리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왔던 이기곤 전 기아차노조위원장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기곤 전 위원장은 “(광주형일자리에 대해)오히려 광주시가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꾸 상법상 법인을 거론하는 것은 이전 투자유치추진단 합의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다시 제기된 물음 “광주형 실체가 뭔가?”
 
 이 전 위원장이 말한 투자유치추진단 합의란 현대차와의 협상 과정에서 광주시가 노동계에 약속했던 것들로 적정임금, 적정 노동시간, 노사 공동책임경영, 원하청 관계 개선 등 광주형 일자리의 4대 원칙 실현이 핵심이었다.

 이에 대해 박남언 실장이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들간 합의’에 의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이기곤 전 위원장은 “여기서 말하는 ‘당사자’가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현대차와 광주시인가 아니면 노동계와 시민을 포함하는 것인가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광주시가)광주형일자리라고 표현은 하지만 내용상으로는 ‘현대차 투자유치’일뿐이다”며 “차라리 광주형일자리라 하지 말고 현대차 투자유치라고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전남대 김경례 교수는 “앞으로 민과 행정이 누구 입장에서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이끌어나갈 것이냐,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우리가 애초 지향한 양질의 일자리를 갈 것이냐 아니면 말 그대로 현대차라는 대기업을 유치해 그냥 운영에 지자체가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갈 것이냐가 결정날 것 같다”며 “행정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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