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년들 ‘카페라떼클럽’ 기획
지역카페와 함께 하는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
우유팩 모아서 얻은 화장지 기부
도산동·양림동 20여 카페·베이커리 동참

▲ 수집한 우유팩과 기념샷. 카페라떼클럽은 광주 도산동, 송정동, 양림동 카페들과 협력해 종이팩 분리배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라떼클럽 제공>
 광주에 ‘우유팩 정거장’이 생겼다.

 그냥 버려지던 우유팩들이 화장지로 변신하는 거점이다. 새 생명을 얻은 화장지는 지역사회로 나가 의미있는 곳에 쓰인다.

 도산동과 양림동 카페거리에 위치한 재활용에 관심있는 카페 20여 곳은 10월부터 분리배출 실험 ‘카페라떼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카페는 우유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힌다. 각종 라떼부터 밀크티, 쉐이크 등의 음료에 우유나 주스가 골고루 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쓴 우유팩이 제대로 세척, 건조돼 제대로 분리배출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워낙 배출량이 많고, 바쁜 업무로 인해 그냥 버려지기 일쑤였던 것.

 “뭔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카페라떼클럽 기획자 이세형 씨와 김지현 씨는 이같은 현실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떠올렸다.

 환경과 재활용에 관심있는 카페들을 모아 클럽을 만들고 버려지는 종이팩을 모아보자는 것.

 재단법인 숲과나눔의 시민아이디어 지원사업에 선정돼 도움을 받으면서 실험이 시작됐다.
한 카페에서 모은 우유팩 양. <카페라떼클럽 제공>

 종이팩을 모아 주민센터에 제출하면 화장지를 보상해주는 ‘종이팩-화장지 교환캠페인’과 연계하면서 결과물이 알차졌다.

 이렇게 얻은 화장지들은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사회 필요한 곳에 전달하면서, 분리배출 관련 환경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카페라떼 한 잔이 만드는 변화”

 특히 기획자들은 클럽에 참여한 카페들을 모아 분리배출 동참카페 홍보물 등을 제작·배포하는 등 영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한다. 향후에는 아예 지도를 제작할 계획도 세웠다고.

 환경을 생각하고, 발생한 리워드를 의미있는 곳에 쓰고, ‘개념카페’ 인증으로 영업에도 도움될 수 있도록 한 기획에 20여 카페들이 참여했다.

 SNS 등으로 이같은 활동이 알려지자, 카페 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사회 조직에서도 문의가 쇄도하고 참여가 이어졌다.
송정마을카페 이공 벽면 한켠엔 수집한 우유팩들이 전시돼있다.

 카페라떼클럽 본부라 할만한 송정마을카페 ‘이공’에는 이같은 추가 참여 종이팩들을 모은 ‘종이팩 빙고’가 마련됐다. 여기에도 종이팩 1000여 개가 잘 세척, 건조돼화장지 변신을 기다리고 있다.

 5주 가량 진행된 캠페인에서, 카페라떼클럽은 종이팩 4000여 개를 수집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세형·김지현 씨는 “가벼운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페라떼클럽 이세형 씨는 “쓰지 마세요! 하지 마세요!줄이세요! 하는 방식보다는 같이 해보자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는 방식보다는 분리배출해보자고 제안하는 방식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림동 카페라떼클럽 참여카페들.

 김지현 씨는 “주민을 넣은 건 실험모델이 정착이 되면 리워드가 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고, 이를 통해 환경운동이 지역 안에서 마을 단위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며 “주민과 연계하고, 카페들 사이에서도 관계가 형성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 “실제 이득이 되는 재활용 운동” 개척

 ‘캐롯몹’이라는 운동도 제시했다. “채찍 대신 당근”이라는 말을 영어로 한 개념이다. 카페라떼클럽은 이 운동을 모티프로 한다.

 캐롯몹. 당근(Carrot)과 군중(Mob)을 결합한 단어로, 불매운동과 시위, 소송 같은 공격적 방법 대신 좋은 기업의 물건을 몰아서 사주고 홍보해 주는 운동을 말한다.

 이들은 분리배출 시스템 개선, 공공기관 일회용품 사용 금지, 재활용 업무 공공근로 투입 등 수많은 정책들을 제시하며 재활용정책 개선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심은 ‘실천’으로 모아졌다.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입을 모아 “‘이득이 생겨요’라고 인식시키는 것으로도 사람들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실행주체, 예를 들면 카페라떼클럽 참여카페들을 ‘의식있는 카페’라고 푸시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역사회가 응원하고 응원받고 홍보된 주체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게 ‘트렌드’가 되는 운동을 꿈꾼다.”

 관 주도의 수많은 정책이 쏟아지고, 시민사회는 이를 수행하기 급급한 기존 방식과는 다른, 지역사회 청년들이 기획한 자발적 캠페인이 주목받고 있다.

 카페라떼클럽은 이제 우유팩 분리 배출 실험 시즌1을 마무리하고 다음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도산·송정동 카페라떼클럽 참여카페들.
 
▲카페라떼클럽 실험 참여카페 및 베이커리

 ▶양림동 △금의환향 로스터스 △카페 암브로시아 △라봉커피 △메종드떼 △카페 밀당 △양림마카롱 △로이스커피 △카페 풀(Puul) △포트레이트 △양인제과 △KATO

 ▶도산동 △커피씨 △카페모임 △소소한이야기 △로뎀나무 △플라워카페 아뜰리에 △케익하우스 미엘 △궁카페 △빵과장미 △송정마을카페이공 △후아준

 ▲카페라떼클럽 문의
 △페이스북 facebook.com/cafelatteclub
 △인스타그램 @cafe_latte_club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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