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곽 등 종이와 섞어 배출시 소각·폐기
내부 코팅 재질 문제…별도 분리 배출을

▲ 종이팩 재활용마크. 이 마크가 붙은 제품은 종이류와 분리해 종이팩류로 배출해야 한다.
 재활용 가치가 높은 우유곽 등 종이팩들이 실제론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고 있는 사레가 많다. 내부 코팅 재질 때문에 우유팩 재활용엔 별도 작업이 필요한데, 이게 일반 종이와 함께 섞여 배출되면 그냥 폐기되기 십상인 탓이다.

우유팩을 종이류로 분류 배출하면, 재활용은 커녕 되레 폐기물 처리비용이 더 커서 골칫덩어리가 될 수 있는 게 실제 상황. 가정에서 배출시 우유팩이 종이류와 섞이지 않게 분리해야한다는 홍보와 실천이 긴요한 상황이다.

 3일 광주의 한 아파트 쓰레기 분리배출장. 병류·종이류·비닐류·캔류·플라스틱류 등 재질별로 마련된 박스와 마대자루에 재활용품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하지만 분류 가운데 ‘종이팩’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유팩이나 쥬스팩 등 종이 팩류가 종이류로 분류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렇게 되면 종이팩 재활용은 불가능하다.

 종이팩이 선별장으로 향하지만굚 종이류와 다른 재질 탓에 소각되거나 매립되기 일쑤다. 하지만 주민들이나 공동주택 관리자들이 이같은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재활용 업무를 전담하는 경비원 박석순 씨는 “종이팩류를 따로 분류하는 아파트도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교육도 받아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하는 일에 종이팩 하나 추가해서 분류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 “몰라서 못했던거지 하려면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종이류 배출박스에 우유팩이 섞여있다.

▲배출단계서 종이팩-종이류 분류해야
 
 종이팩은 우유, 주스, 두유 등의 용기로 사용되는 팩·곽 등을 말한다. 종이의 양면에 합성수지 또는 알루미늄박 등으로 첩합하여 액체를 담아 밀봉할 수 있도록 만든 포장재다.

 종이류와는 엄연히 다른 재질이다. 100% 천연펄프를 사용하는 우수한 자원인 것. 해서 종이팩을 제대로 수거해 재활용하면 고급 화장지 등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종이팩의 재활용률은 2017년 기준으로 22%에 불과하다. 70% 이상의 종이팩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재활용 가치가 높지만, 종이류로 섞이면 거의 폐기되고 있다. 종이팩은 특성상 세척 후 말려서 배출해야 하는데굚 이 과정이 번거로워서 재활용이 안되는 것.

 이렇게 폐지(종이류)와 섞인 종이팩은 일반 폐지와 재질이 달라 신문지·골판지 등이 주재질인 제지 공정에서 되레 슬러지로 배출돼 폐기물 처리 비용(18만원/톤)을 상승시킨다.

종이팩 분리배출 과정. <한국종이팩재활용협회 제공>

 종이팩 재활용이 안되는 건 생산자들 책임도 크다.

 종이팩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대상 품목이다. 이는 기업이 생산·활용한 포장재를 스스로 수거하도록 하는 제도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종이팩 배출량 7만606톤 가운데 업체 의무수거량은 34.9%인 2만4712톤에 불과하다. 실제수거량은 1만5859톤으로 22%에 머물고 있다.

 전체 재활용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종이팩의 재활용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캔 83%, 페트병 81%, 발포합성수지 82% 등 우리나라 재활용률이 개선되고 있는 반면, 종이팩은 2013년 35%까지 오른 뒤 오히려 22%로 떨어진 것.

 이같은 원인은 별도의 분리수거함 미설치, 지자체의 공동주택 관리 어려움, 홍보 부족 등이 꼽힌다.
 
종이팩 재활용을 안내하는 카드뉴스. <환경부 제공>

▲종이류에 섞이면 폐기비용 더 들어
 
 또 ‘자원의절약과 재활용촉진법’에서 화장지 외에도 완충재, 상자, 재생종이, 재생판지, 수출 등의 재활용 방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론 화장지로만 재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들은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다.

 ‘종이팩-화장지 교환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종이팩을 모아 주민센터에 반납하면, 고급 화장지로 보상하는 제도다.

 광주 광산구에선 좀 더 적극적인 제도가 도입됐다. ‘IoT 분리배출 플랫폼’이다. 아파트 주민이 우유팩 등 종이용기를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있는 수거함에 분리하면, 스마트폰 앱(App)에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용기 10장당 200ml 우유 1개를 보상해준다.

 종이팩 수거함은 광산구 7개 아파트와 이마트 광산점, 광산구시설관리공단에 설치·운영에 들어갔다.

 서울과 부산, 인천,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선 ‘재활용 정거장’도 늘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과 달리 재활용품 선별이 어려운 주택가에, 특정 공간을 선정해 다양한 방식으로 분리배출장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광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방식의 클린하우스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분리배출장에 주민 직접처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개념이다. 쓰레기 수거의 주체를 주민으로 전환시켜 생활쓰레기 주민 사업화, 생활환경지도사 양성 등의 일자리창출과 함께 ‘쓰레기 자치’를 실현해보자는 취지다.
 
광주 한 아파트 분리배출장. 별도의 종이팩류 분리배출 공간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자체·마을조직 노력…“주민 홍보 시급”
 
 민간에서도 자율적인 캠페인을 통해 힘을 보태고 있다. 광주 도산동-양림동에 위치한 20여 카페들이 참여하고 있는 ‘카페라떼클럽’이 대표적이다.

 우유 등 종이팩 사용이 특히 많은 카페들이 자발적으로 뭉쳐 재활용에 참여했다. 캠페인을 통해 주민센터에 우유팩을 제출하고 받은 화장지로 지역사회 기부 등 다양한 활동을 고민해보자는 방식이다.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윤희철 사무총장은 “주민들에게 우유팩 등 재활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홍보하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고, 자치구에서는 더 쉬운 수거체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시민들은 잘 세척하고 말려서 배출하는 등 각자 자기 자리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유팩 재활용을 계기로 분리수거 의무 항목을 늘리고 재활용 상품을 더 확대하는 등 행정적 차원에서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종이팩이란?

 △액체음료포장용기의 일종으로 100%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펄프 원료로 만든 용기를 말하며,우유,쥬스,두유,소주 및 기타 음료팩을 말함.

 ▲종이팩은 어떻게 버리나요?
 △종이팩은 반드시 일반폐지와 분리해서 배출해야 합니다.
 △종이팩의 내용물을 비우고 물로 헹군 뒤 펼치고 잘 말려서 반드시 일반폐지와 분리해 배출해주세요.

▲종이팩 친환경 화장지로 교환

 △종이팩을 모아 거주하시는 동 주민센터에 가져오시면 종이팩으로 만든 친환경 화장지를 드립니다.
김현 기자 hyu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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